조별과제 암흑비급 : 이론편

만국의 조장들이여, 단결하라.

주의사항

본 매뉴얼의 목적은 원치 않게 조장이 되어버린 당신의 멘탈을 보호하는 데 있다

 즉, 조원에 대한 배려와 존중 따위는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

만약 당신이 지나치게 여리고 순수한 사람이라면?

그냥 계속 호구처럼 그렇게 쭉 살거나

⑤ 아니면 이런 곳의 정서를 추천한다.

 

1. 최소한의 기대도 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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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편하다

아마 당신은 학번이 좀 높다거나, PPT 잘 할 것처럼 생겼다는 등의 여타 황당한 이유로 얼떨결에 조장을 맡았을 것이다. 축하한다. 이제 당신은 어린 양떼를 이끄는 목동이다. 즉, 말귀 못 알아듣는 짐승들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다. 이 짐승들은 사람의 카톡을 당연하게 씹을 것이며, 사람의 의견을 내지 않을 것이고, 사람의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협동에 대한 모든 희망을 버려라. 다시 말한다. 그들은 짐승이다. 사람의 역할을 구사하지 못할 것이다. 헛된 희망은 당신의 멘탈에 절망을 아로새길 것이다. 하지만 모든 기대를 접는 순간 놀랍게도 당신의 마음은 편안해질 것이다.

 

2. 의견을 묻지 마라

독재자

착한 독재 인정합니다

기억하자. 조원들은 우매한 대중이다. 즉, 당신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일정한 합의점을 이끌어내려 노력할 필요가 전혀 없다. 약속시간, 발표방향, 역할분담 등 모든 것은 당신 마음대로 결정하라. 조원들이란 어차피 시키지 않으면 나서지도 않는 것은 물론 진행에 대한 일말의 생각조차 없다. 당신의 결정을 통보하는 것으로 진행은 충분하다.

다만 형식상의 확인으로 ‘모두가 동의했다’고 착각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
예의상 의견을 한번 묻자. 어차피 대답은 없을 것이다. 다시 이 말을 던져라.

“그럼 다들 동의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3. 모두를 안고 갈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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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정신이 필요하다 ⓒKBS '1박2일'

조별과제를 진행하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는 할머니가 아프시거나, 혹은 유난히 바빠질 것이다. 괜찮다. 절대 화내지 마라. 그냥 무시해라. 어떻게 그들을 끌어낼 것인가 단 1초라도 고민하지 마라. 안 온 사람은 그저 힘든 일을 맡기면 그만이다.

시켰는데도 하지 않았는가? 간단하다. 이름을 빼 버려라. 굳이 협박하며 회유할 필요도 없다. 다만 탈주자의 모든 전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고 정리해두자. 그리고 교수님께 메일로 발송해드리면 된다. 그 조원의 학점? 내 알 바 아니다. 각박한 세상에 너무 많은 관심을 주지 말자.

 

4. 말하는 사람을 써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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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인간에게는 호의를 배풀자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조원 중 대다수는 아무 말도 생각도 없이 썩은 동태눈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한 명쯤은 열심히 참여하며 무엇인가 하려 들 것이다. 잘 구슬려 친하게 지내도록 하자. 자료조사가 미흡하면 스스로 채워 넣을 것이며 혹시 내가 잘못한 내용은 커버해주는 귀한 동료애를 보여줄 것이다.

물론, 의견을 제시하는 조원이 모두 옥석은 아니다. 시키는 일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말하는 것마다 굳이 트집잡는 태클러들이 당신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다. 당황하지 말자. 조용히 대안을 물어봐라. 그리고 내놓은 대안은 박수를 유도하며 그 조원에게 맡겨라. 물론 보통은 대안 그런거 없으니 그대로 무시하면 된다.

 

5. 분란 중재는 당신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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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을……

전혀 맥락없이 터진 누군가의 분노라거나, 하라는 과제는 안 하고 노닥대는 커플로 인한 갈등상황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역시, 신경쓰지 마라. 싸우게 두어라.

당신이 스트레스 받으며 그것을 중재할 의무는 없다. 세상 일은 그대로 두는 것이 때로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어제 먹은 점심이라도 생각하면서 잠시 공백의 시간을 가지자. 다음 주에 또 먹어야겠다는 결심을 할때면 알아서 결론이 났을 것이다. 그리고 잘못이 있는 자는 돌팔매질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갑자기 당신을 비난할지도 모른다.

"조장이 중재도 안 하세요?"

고마운 일이다.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자.

"조장 하실래요?"

놀랍도록 조용할 것이다.

 

6. 발표와 PPT가 과제의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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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는 내가 한다!

결국 조별과제는 딱 두개다. PPT, 그리고 발표.

발표는 반드시 당신이 맡아라. 절대 그 누구도 믿지 마라. 언제 할머니가 아플지 모른다. 혹시 조별과제를 거치며 당신과 뜻을 함께하는 동료를 발견했다면 경계를 풀고 PPT를 맡기도록 하자. 나머지는? 어차피 지울 이름, 기억하여 무엇을 하는가.

명심하라. 어설픈 협동보다는 확실한 희생이 좋은 결과를 보장한다.

 

마치며

당신이 조장을 맡았다는 이유로 모든 것을 책임지지 말자.
당신의 멘탈만 희생당하는 것은 참으로 부당한 일이다.

그러니 만국의 조장 동지들이여, 이제 참지말자. 다만 응징하라.

구체적인 유형에 대한 대처법은 내일 유형편을 통해 배워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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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기

윤형기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졸리면 밥먹고, 배고프면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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