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팀 성명]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를 강력 규탄한다

트웬티스 타임라인 개발팀이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힙니다.

성 명 서

 

서문

우리는 20대 전문 온라인 미디어 ‘트웬티스 타임라인(20timeline.com)’ 및 그 관련 사업 분야의 웹서비스 개발, 유지, 보수 일체를 전담하는 트웬티스 타임라인 개발팀 일동(이하 ‘우리’ 혹 ‘트탐라 개발팀 일동’)이며, 우리는 지난 2016년 12월 29일부로 대한민국 정부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가 일반에 공개한 공적 웹서비스 ‘출산지도’에 경악과 비통함을 금할 수 없는 바, 이와 같이 전면 반대의 규탄 성명을 발표하는 바이다.

 

본문 1: 사용자를 기만한 웹서비스로서의 “출산지도”를 규탄한다

나날이 발달하고 있는 인터넷 환경에 있어 ‘웹서비스’는 웹 기술이 지금의 대중과 만나기 위해 요구되는 개념이다. 단지 고정적인 정보를 송신하고 ‘게시’함으로써 사용자가 열람하고 흡수할 뿐인 “웹사이트”, “홈페이지”의 개념은 더 이상 대중에게 소구하지 못하며, 비동기적 응답 기술의 발달, 인터넷 속도의 향상 등으로 인해 지금은 사용자의 행동 및 ‘요청’에 대해 동적인 정보와 맥락에 맞는 경험으로 ‘응답’을 하는 ‘서비스’로서의 개념이 주요 요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금번에 행정자치부가 국민 세금을 소모해 제작 및 공개한 “출산지도”라는 “웹서비스”는, 얼핏 보면 최신 양식의 레이아웃, 세련된 디자인, 모바일 반응성, (계획에만 있었다고 하나) ‘애플리케이션으로의 확장 계획’ 등이 있어 바로 이 개념에 적합한 웹서비스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비본질적인 겉모양일 뿐, 웹서비스의 근간이 사용자의 요청에 대한 적절한 응답임을 감안하면 그 반대에 있다. 이는 오히려 사용자인 국민과 대중을 기만하고 훈계하는 HTTP 응답 덩어리에 불과하다.

일반 시민들은 저출생 문제를 생각할 때 육아의 고충이며 출산에 따르는 사회경제적 비용 등을 생각하지, 어느 지역에 정확히 몇 명의 “가임기 여성”이 있는지를 궁금해하지 않는다. 전자에 비해 후자가 지극히 비본질적인 사안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국민 편익을 증진하는 행정자치부라면 이런 맥락과 관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이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공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다면서 ‘시군구별 가임기 여성 통계자료’를 지나치게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구현하였고, 이로써 국민의 관심과 요청을 지극히 적극적으로 배반하고 기만하였다.

최근 게시된 ‘수정 공지문’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지역별 출산통계”며 “지역별로 출산 관련 지원 혜택이 무엇이 있는지” 따위를 알리기 위해 해당 웹사이트를 제작하였다고 하였다. 단지 이와 같은 정보 게시와 열람만이 목적이었다면, 그것은 심지어 웹서비스 개념에조차 합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예컨대, 가구별로 공보물을 우편 발송하는 것으로도 그 목적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지도 시각화와 모바일 환경 지원을 달성해 가며 이런 ‘웹서비스’를 제작해 이와 같은 경험을 제공한 저의는 무엇인가? 이에 우리는 20대로서, 사용자로서, 개발 인력으로서 묻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 떠도는 끔찍한 정황 추리가 있으나 여기서는 그 야만성을 감안해 언급치 아니하며, 다만 행정자치부의 현명한 대응을 촉구할 따름이다.

 

본문 2: 웹서비스 개발 기술의 가치 중립성을 훼손한 행정자치부를 규탄한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은 통과의례와도 같이 가치 중립성을 훼손당하는 도전을 받아 왔다. 기술이 인류에게 제공하는 탁월성은 정의롭고 편익을 주는 행위를 탁월하게 하도록 도울 수 있으나, 필연적으로 동시에 불의하고 해악을 끼치는 행위에도 탁월함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TNT 화약과 원자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행정자치부의 ‘출산지도’가 출현한 오늘날에는, 심지어 웹 개발 기술조차도 이 도전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우리는 이에 통탄을 금할 여지가 없다.

해당 ‘웹서비스’ 자체는 기술적으로 탁월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보통의 정부 기관 웹페이지가 ‘~~.jsp?sourceId=00000135723&iidx=d23dfhq&~~’ 등의 쿼리 스트링 URL을 방치하거나 답습하고, 모바일 구현이나 검색엔진 최적화 등에 무관심한 데 비해,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웹 프로그램 파일 확장자를 보이지 않게 하는 ‘깔끔한 URL’을 갖추고 있고, jQuery 등의 플러그인을 적절히 활용하고 있으며, 모바일 반응성 및 검색엔진 최적화를 완성해 두었고, 시군구별 현황 시각화 및 UX 구현 역시 기술적으로는 훌륭하다.

그러나 그 탁월한 기술이 지향하는 것이 과연 정의와 사회 공익인가, 불의와 패악인가? “어느 지역에 가임기 여성이 얼마나 많은지를 사용자가 클릭해서 확인할 수 있음”이라는 단 하나의 기능(feature), 그리고 이것을 메인 화면에 배치하여 해 보라고 유도하는 구성 하나만 보아도 이는 불을 보듯이 명백하다. 행정자치부는 웹 프로그래밍이라고 하는 최첨단의 가치중립적 기술마저도 기어코 특정 정책과 사고방식, 구체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가임기 여성들이 임신을 할 것이고 그러면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것”에 복무시킨 것이다.

잠시 상상해 본다. 행정자치부의 특정 고위 관리직 몇 명이 “저출산 대책”을 고민하다가 한창 화제였던 ‘포켓몬GO’ 게임을 뉴스를 통해 접하더니 한없이 게으른 억양으로 “우리도 저런 거 하면 젊은 애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한 마디 툭 던지는 광경을. 그걸 또 재미있고 괜찮다고 생각해서 회의를 끝내는 관료들을. 그들이 밤새 코드를 짜는 프로그래머들에게, 여자 수를 휴대폰으로든 어디서든 통계청 자료로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개발자가 그걸 또 해내는 모습을 말이다. 우리는 이것이 그저 망상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실제 경위와 비슷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 우리는 지극히 정당한 분노를 표하게 될 것이다.

트탐라 개발팀 일동은 이 웹서비스가 정부 직속 인력에 의해 직접 개발된 것인지, 민간 업체에게 위탁하여 제작된 것인지 알지 못한다. 만일 후자의 경우에는 민간 업체에 대한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겠으되, 실제 사태가 전자이든 후자이든 행정자치부가 웹 개발이라는 기술을 매우 구체적이고 조직적이고 노골적으로 특정 가치, 목적, 관념에 동원하고 이용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행정자치부는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고, 이로 인해 국민과 사용자들에게 끼쳐진 불편과 불쾌를 배상해야 마땅할 것이다.

 

결문

이에 우리 트탐라 개발팀 일동은, ‘실천 가능한 20대 LIFE & STYLE’을 제안하는 온라인 매체의 개발 및 유지보수 책임자이자 대한민국의 ‘가임기’ 인구로서, 다음과 같이 결의한다.

하나, 우리는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어떤 방식으로도 옹호하거나 정당화하지 않으며, 동시에 이 서비스의 모든 것―존재, 목적, 제공되는 정보와 메시지 일체―을 일절 부정하고 무의미로 간주하며 절대 배격한다.

하나, 우리는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최초 발의한 자, 최종 승인한 자, 개발 과정 및 예산 집행 내역 등을 행정자치부가 일반에 공개하고, 국민들의 질의와 민원에 1건의 누락도 없이 진정을 다해 응대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우리는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의 영구 백지화, 그리고 별도의 실효성이 있는 출생률 하락 저지 대책들을 즉각 강구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우리는 행정자치부의 대한민국 출산지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의 법적 조치 및 기타 직접 행동에 있어 필요한 기술적 해설, 분석 및 자문에 적극 협조한다. 끝.

 

2016. 12. 30.
Twenties' Timeline 개발팀

김 어 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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