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회복지사 실습생의 일기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아서, 하루에 3시간씩이나 잘 수 있었다.

*이 글은 한 실습생들의 실제인터뷰를 1인칭으로 각색한 글입니다.

합격 문자를 받았다.

면접을 잘 못 봤다고 생각했는데 합격이라니. 원하는 병원으로 실습을 나갈 수 있다. 꿈에 한 발짝 다가간 기분이다. 사회복지사의 소명에 따라, 환자가 온전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길 꿈꾼다. 내가 그리던 일이다. 설렘 반 걱정 반, 잠을 설치고 첫 출근을 했다. 도착하자마자 하얀색 가운을 받았다. 내 이름이 새겨 있다. 너무 기뻤다.

이때만 해도, 뛸 듯이 기뻤다.

병원 분위기는 딱딱하고 위계질서가 강해 보였다. 차가운 분위기에 온몸이 경직됐다. 병원 라운딩을 돌고, 팀장님과 면담을 하니 하루가 눈 깜빡할 새에 지났다. 아직은 실습생이라는 게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조금은 떨리지만, 잘 할 수 있으리라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세벽 5시. 실습기간 동안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다. 집과 멀리 떨어져 있는 병원에 출근하기 위해서는 새벽같이 일어나야 한다. 억지로 아침밥을 욱여넣어도, 날이 채 밝지 않아 그런지 잘 들어가지 않는다. 잠이라도 일찍 잘 수 있으면 좋으련만. 퇴근 후엔 씻을 새도 없이 과제를 해야 한다. 그 와중에 일지를 적고, 논문 해석을 하고, 발표 준비를 하다 보면 2시가 훌쩍 넘는다.

출근까지, 3시간 남았다.

잠이 아니라 기절을 한다 ⓒMBC '최고의 마녀'

몰려드는 잠은 참을 수 있다지만

수면시간은 턱없이 부족하고 근무시간은 긴장의 연속이다. 나의 행동 모두가 평가의 대상이라는 생각에 숨이 막힌다. 점점 피폐해진다. 자격증 취득을 위해선 실습평가 좋게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평가점수가 미달되면 자격증을 취득하지 못하게 되고, 또다시 이 끔찍한 실습에 나가야 한다.

인간관계도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나랑 가장 자주 마주치는 인턴은 틈만 나면 내 앞에서 상사 뒷담을 깠다. 맞장구치기도 뭐하고 정색하기도 좀 그렇다. 비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다른 데선 또 내 욕을 하겠지.

가장 곤욕스러울 땐 슈퍼바이저와 인턴의 지시사항이 다를 때다. 직급이 더 높은 사람은 슈퍼바이저나, 부대끼는 시간이 많은 사람은 인턴이다. 도대체 누구 말을 들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이거 기록 다 한 거 에요?”

“이렇게 배웠어요? 그렇게 하면 안 되지.”

그러니 결국엔 내가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어쩌겠는가. 내가 다 받을 수 밖에.

 

많이 바쁘지 ㅠㅠ 그래도, 월급은 좀 나오지?

평소 카페인을 먹으면 심장이 뛰어서 커피를 마시지 않았는데, 이젠 커피를 먹어도 졸기 일쑤다. 여가시간은 꿈도 못 꾼다. 당연히, 친구와의 약속도 거절했다. 잠잘 시간도 없는데 놀 시간은 더더욱 없다. 이런 나를 보고 친구는 얼마나 받냐고 물었다.

월급은 무슨 월급. 세상 물정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실습비를 내야 한다.

가르침을,,,받고,,,있으니,,,,까

실습생은 병원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 받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노동의 대가는 없다. 그나마 나는 상황이 좋은 기관에서 실습했기에 5주에 12만 원을 내고, 피드백도 많이 받는다. 다른 동기는 3주에 15만 원을 내고, 자원봉사 수준의 일만 한다고 했다. 그 친구에 비해 난 운이 좋다. 그래, 운이 참 좋다.

바쁜 일정에도 일요일엔 교회를 나갔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이렇게라도 의지 하지 않으면, 일주일을 버틸 자신이 없다. 침대 머리맡에 휴지를 가져다 놓는 게 습관이 됐다. 밤마다 눈물이 터졌다. 그것조차 마음껏 울 수 없다.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니까. 매일 밤 눈물샘을 꾹꾹 눌렀다.

 

지옥같은 실습의 마지막 관문

마지막 실습 날이 찾아왔다. 발표 및 총괄 평가만 남았다. 며칠 밤을 새워서 만든 피피티를 띄우고 발표를 시작했다. 한다고 했지만, 팀장님의 눈빛을 보니 정말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니 다를까, 평가 시작과 함께 날 선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은 마음 여는 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는 건 어때?"

"열정이 부족해. 전에 했던  학생은...”

하루에 3시간도 못 잔 상태라도 점수를 위해 열심히 미소를 그려냈다. 하지만 그것도 부족했나 보다. 무려 성격을 고치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기왕 하는 것, 더 열심히 웃어 보일것을. 더욱 활기찬 척 할 것을. 그렇게 내 첫번째 실습은 끝나버렸다.

불면증에 걸렸다. 이부자리에 누워 눈만 감으면. 총괄평가를 받던 날이 녹화된 것 마냥 선명하게 그려졌다. 팀장의 평가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맞는 말 같았다. 내가 문제였다. 성격 교정을 받아야 하나. 이런 성격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사회부적응자가 되는 건 아닐까?

그나마 나아진 건, 이젠 펑펑 울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날 아침에 눈이 부어서 실습 평가에서 감정을 받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매일 밤 그 기억들은 악몽이 되어 나를 찾아왔다.

 

네, 나는 실습생입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한참 노래를 들어야만 간신이 잠에 드는 나날들이 이어졌다. 내 능력이 너무 모자란 것 같아 진로 변경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여름에 다시 실습을 나가기로 했다. 아직은 내 꿈을 포기할 수 없어서이다.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어김없이 새벽같이 일을 나가야 하고, 밥 먹듯이 야근에 시달리겠지. 끊임없는 업무 탓에 퇴근 후에도 일을 해야 할지 모른다. 아, 실습을 모두 끝내면 좋아질 거라고? 직장을 얻는 과정이라고? 글쎄. 신문을 보니 한국 노동시간이 OECD 국가 중 2위에 해당한다던데.

이제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나는 더욱 나를 죽이고,
최대한 맞추면서 살아갈 것이다.

내 불면증도 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아마도, 내 숨이 끊어지기 직전까지는.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은 수많은 사람들의 과로가 만든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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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희

주진희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아직 방황하는 중.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