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드라마에서는 남편이 아내를 낙태죄로 신고합니다

실제로 ‘낙태죄’는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를 붙잡으려는 방식으로 악용된다

'낙태하면 신고할거야. 그거 불법인 거 알지?

KBS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 남편 서지태(이태성)과 아내 이수아(박주희)는 가난 때문에 결혼을 포기할 뻔했던 현실적인 부부다.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 했지만, 냉정한 현실을 받아들여 아이를 낳지 말자고 약속을 한다. 결혼계약서 1항에 적시까지 할 만큼 둘 만의 중요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하게 임신을 하게 되고, 이수아는 약속대로 아이를 지우려고 한다. 그러나 서지태는 마음을 바꿔 계속해서 아이를 낳자고 설득한다. 이수아는 이혼 혹은 낙태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낙태 수술 당일, 서지태가 산부인과 앞에 나타난다.

이수아: 와줬네

서지태: 수술 받는데 같이 들어 갈려고 온 거 아냐. 이혼하자고? 알았어, 해줄게.
대신 아이 낳아줘. 낳고 나서 이혼해 줄게. 너한테 키우라고 안해. 내가 키울거야.

이수아: (말을 끊고 병원으로 들어가려 한다)

서지태: 신고한다. 그거 불법인거 알지? 

남편 서지태는 낙태를 하려는 아내에게 신고를 하겠다고 말한다.

드라마 속 서지태는 '아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윤리적인 남성'으로 묘사된다. 반면 아이를 지우려는 아내는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매정하고 독한 여성으로 그린다.  그러나 낙태죄는 이혼 소송이나 양육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거나 이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를 붙잡으려는 방식으로 이용되고 있다. 여성과 낙태수술을 행한 의료진만 처벌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 이후 이달까지 전국 법원에서 이뤄진 '낙태 관련 판결' 80건을 분석한 결과, 남자친구나 남편의 신고로 법의 심판대에 선 여성이 다수였다고 한다. 이런 사회적 문제가 만연해 있음에도, 낙태죄로 협박하는 남편을 긍정적으로 그리는 모습은 절망적이다.

낙태죄 : 한 개인을 얽매는 족쇄

한 개인보다 가족적 가치가 앞서는 장면은  KBS 주말드라마에서 낯설지 않다. 가족이라는 거대한 신화 앞에서 다양한 가치들은 언제나 부차적으로 취급된다. 가깝게는 전작 <아버지가 이상해>가 그랬다.

극중 김유쥬(이미도)는 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팀장이다. 임신한 그녀는 회사 일에 무성의하다는 말이 싫어 더욱 일에 몰입하다 과로로 유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드라마는 라이벌 직원이 임신 휴직계를 쓰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김유주의 유산이 모성을 저버리고 일에 집중해서 일어난 일인 것 처럼 말이다.

아이를 잃고 자책하는 김유주. KBS는 여전히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추신 : 그래도 어떻게 엄마가 낙태를 결심할 수 있냐고?

“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근근이 대학 졸업했어. 취업 안 돼서 무기계약직 정착했을 때 생각했어. 나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걸. 그래도 나 하나만큼은 초라하지 않게 먹고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 "

"부모가 가난하면 사랑도 마음껏 못 줘. 그래서 난 나만 사랑하기로 했어. 그러다 자기도 사랑하게 됐어. 미안해.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게 거기까지야"

이수아는 가난으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냉혹한지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그래서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기로 한다. 아이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을 택한다.

누가 그녀에게 책임감이 없다고 감히 손가락질 할 수 있는가.

"국가의 숫자를 위해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한 김이나 작사가 ⓒMBC '라디오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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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희

주진희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아직 방황하는 중.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