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가끔 불행할 수도 있는거죠 뭐

그렇게 살다보면 또 행복하고 그런거고

나는 오늘도 사주를 봤다

용하다는 곳에서 사주를 봤다. 사주에 따르면 올해 나는 임신을 한다. ‘남친이 생기나요?’라고 물었더니 남자친구는 2019년에 생긴단다. 아니, 회사와 집을 오가면서 수도승 같이 살고 있는데? 사주 상으로 나는 지금 연애 운이 대번성하는 때를 만나서 남자가 득실득실하단다.

아니요, 전혀 아닙니다. 피부 트러블이 대번성해서 나날이 못생겨지고 있고 하루 종일 보는 남자라고는 유부남 부장님밖에 없다고요. 아무래도 연애는 글렀다 싶어서 이직을 물으니 연말에 좋은 회사에 이직할 수 있단다. 역시 용한 곳은 다르다고 감탄하며 밖으로 나왔다.

이 집 용하네~

처음으로 본 타로는 전혀 맞지 않았다

동네에 유명한 타로 아줌마가 있었다. 길거리에 있는 의자에 앉는다. 3000원을 낸다. 카드를 뽑기 전에 진학, 건강, 이사와 같은 카테고리를 고른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연애를 점쳤다. 그리고 카드를 몇 개 고르면 거기에 맞는 점괘를 내주었다.

'타로 아줌마가 여름에 남자친구가 생긴다고 했는데, 진짜 여름에 생겼어!'

용하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온 아이들이 긴 줄을 섰다. 주로 ‘언제쯤 생길지'가 궁금했고, 썸남이 있으면 ‘걔가 고백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으며, 남친이 있으면 ‘얘가 나 좋아하는 거 맞느냐'며 아줌마를 찾아왔다. 그때마다 아줌마는 항상 말했다. 예쁜 사랑하게 해달라고 마음속으로 기도하면서 뽑으라고.

아니, 어차피 정해진 운명을 점치는 거라면 내 간절함 따위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하지만 또 막상 뽑을 때는 세상 진지하게 기도하며 카드 한 장 한 장을 신중히 뽑았다. 그리고 다음 달에 남친이 생길 거라는 아줌마의 말에 설레면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 아줌마의 말이 맞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친구들의 연애는 기막히게 맞히던 아줌마였지만, 나는 막상 스무 살이 넘어서야 연애를 시작했다.

으즈므니 연애 한다믄서요...

그 다음으로 본 사주는 꽤나 용했다

아저씨는 생년월일을 듣고 책을 몇 번 뒤적였다. 근 10년간 끊임없이 외국에 나가는 사주라고 했다. 조만간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남자를 만나지만 결혼할 사람은 아니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절을 조심해야 한단다.

아이고, 내가 한두 번 속냐! 칼졸업하고 취업할 사람에게 외국은 무슨 외국이며, 당시에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이만큼도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타고난 통뼈인 20대 초반에게 관절 건강에 대한 경고라니? 하나도 맞지 않는 사주였고, 그래서 곧 잊어버렸다.

이후 나는 어쩌다 해외봉사를 다녀오게 된다. 그리고 졸업유예까지 해가며 없는 돈 있는 돈 다 모아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시끌벅적하게 꽤 오래 누군가를 만났다가 헤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줄넘기하다 무릎을 다쳐서 비 오는 날이면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나서 그 사주 아저씨를 다시 찾아갔다. 하지만 그곳은 당시 유행하던 대만식 카스테라 가게로 바뀐 후였다.

이것저것 더 물어볼 것을...예를 들면 비트코인...

행운도, 불행도, 결국 나의 인생인것을

이후로도 나는 꾸준히 운을 점친다. 맞을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아니 그래서 도대체 운세를 왜 본다는 거냐? 라고 묻는다면, ‘운세는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어서 본다’라고 답해야겠다.

운세에는 굴곡이 있다. 나쁜 시기가 있으면 좋은 시기도 있다. 대체로 좋은 시기가 더 많은 운 좋은 사람이 있고, 나쁜 시기가 반복되는 사람도 있다만 어쨌든 그렇다. 그래서 ‘2018년에는 삼재라 힘들어요.’라는 운세가 나오더라도 ‘2023년쯤에는 일이 술술 풀리네요.’ 하는 희망찬 말을 들을 수 있다.

비트코인 급등 같은 대박은 없는 인생이라도 ‘언젠가는 다 잘 된다.’는 위로를 들을 수 있으니 치킨 한 마리 값 정도 되는 복채의 대가로 나쁘지 않다 싶다.

참고로 오늘 내 운세는 최악이다. 되는 일이 없고 건강도 조심하란다. ‘아, 이래서 오늘 아침에 상사님이 나한테 그렇게 화를 냈구나!’ 하며 언제쯤 운세가 좋아지는지 살펴본다. 안 좋은 운세가 연속해서 나올 때도 있지만, 일주일에 하루쯤은 좋은 운세가 나오지 않던가. 그렇게 운수 좋은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버텨본다.

그러니까 하루 하루 일희일비 하지 말아요~ ⓒ즐거우리우리네인생

추신 1.

다른 사람에게 운세를 믿으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나도 2023년에 잘 풀린다는 한마디 말보다는 눈앞의 치킨 한 마리가 더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으니까.

추신 2.

애 아빠 어디 계시나요? 참고로 전 보수적인 사람이랍니다. 그래도 혹시 아나요. 내 생각이 바뀔지.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Pin on Pinterest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정우미

정우미

Twenties Timeline 에디터. 낯선 곳에서 맥주를 마실 때 가장 행복합니다.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