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이 극딜을 시전했다!

전장의 지배자 교수님에게 당한 전적을 공개한다.

대체 이게 이 과목 학점이랑 무슨 상관일까?

이번 학기는 그냥 조용히 지나가나 했다. K모 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희대의 병크가 터졌다. 어떤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그러셨다더라. “내가 해 본 적은 없지만, 어디서 들으니까 요즘은 어플 만드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들었어요. 젊은 학생들은 쉽게 익힐 수 있을 거예요. 기말 과제 없애 줄 테니까, 다들 학기 끝날 때까지 어플 하나씩 만들어 오세요.

안 배운 거, 강의계획서에 없던 거, 첨 들어 보는 걸로 당황스러운 문제를 받아 그걸로 성적을 얻어내야 했던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아래의 시험 문제들은 학교와 전공을 불문하고 너무 슬프다…

그래서 모아 봤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시험기출 문제 모음집.?믿기 어렵겠지만, 여기 소개된 시험 문제들은 실제로 해당 학교 해당 과목에서 출제된 바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나의 성관계 행위를 분석하시오
학교 & 과목 경기대, “현대 사회와 가족 문제”
출제 의도…? 경험자는 자신의 성행위를 반성하고, 비경험자는 섹스에 대한 자신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깨닫는다…?
아니 근데 이걸 뭘 어디까지 써야 하지…? 내가 평소에 어떤 신음 소리를 내는지…? 실습을 하지 못했다면 어떤 배우가 취향인지…?

 

캐릭터 3명을 만들 후, 그들의 소개 1장, 그들이 모였을 때 생긴 플롯을 1장 분량으로 구성하시오
학교 & 과목 고려대, “연극의 이해”
출제 의도…? 연극의 플롯을 구성하기 위해 어떤 인물이 필요한지 생각해 본다…?
아니 근데 일상에 존재할 법하되 참신하고 틀에 박히지 않고 현실적인 캐릭터 세 명을 짤막하게 소개하되 캐릭터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할 만큼 충분하게 소개한 다음 인물들이 모였을 때 생기는 상황에 재미와 감동, 교훈을 넣고 맨 마지막에 주제 의식을… 음 그러니까 이걸 한 장 안에…?

 

기존의 수업 내용을 반박하시오
학교 & 과목 국민대, “현대시론”
출제 의도…? 기존의 내용을 잘 숙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발전적인 사고를 통한 자신만의 이론을 성찰해냈는지를 점검한다…?
아니 근데 난 현대시론에 대해 하나도 몰라서 교수님 말씀이 진짜로 다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제가 다 잘못했으니 교수님 말씀을 옮겨 써도 제 학점이 반박당하지 않을까요…?

 

이번 선거를 예측하시오
학교 & 과목 서강대, “한국의 선거”
출제 의도…? 동적이면서도 일관된 한국 정치의 선거 행태를 스스로 파악할 수 있다…?
아니 근데 언제 누가 사퇴하고 어디서 어떤 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판을 일개 학생인 제가 감히 예측을요…? 배운 대로 열심히 쓰겠습니다만 결과 틀리면 A는 예측할 수 없겠…죠?

 

입체감을 구현하지 마시오
학교 & 과목 서울대, 미술대학 입시 문제
출제 의도…? 획일적으로 강박적인 입체감을 가르치는 입시 미술에서 자유로운 창의적인 21세기형 미술 인재를 선발한다…?
아니 그러면 외할머니 댁 쇠다리미로 꽉꽉 눌러서 빳빳하게 잘 다린 백지를 내면 100점 주실… 아닙니다…

 

지금까지 배운 내용에 대해 서술형 문제를 만들고 배점을 부여하고 답을 하시오
학교 & 과목 연세대, “산업심리학”
출제 의도…? 대학이라는 인재 육성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교수님의 출제 심리를 얼마나 잘 파악하여 목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계량한다…?
아니 그러면 지금까지 이 수업 족보로 돌아다니고 있던 게 전부 다 이런 식으로 앉은 자리에서 70분 동안 쥐어짜서 만든 문답이었단 말야? 그거 달달 외워서 왔는데?

 

팀을 짜서, 팀원끼리 커플이 되면 A+를 주겠다
학교 & 과목 중앙대, “결혼과 가족”
출제 의도…? 결혼과 가족에 대해 알기 위한 필수 선행 조건으로서 인연을 만나고 교제하는 것을 실습한다…?
아니 근데 이 수업은… 남자만… 왜 이렇게… 많지……? …찰지구나?

 

음담패설을 쓰시오
학교 & 과목 한양대, “성의 이해”
출제 의도…? 우리 안의 왜곡된 성 관념을 자기반성하는 시간을 가진다? 기존의 성관념이 하나의 판타지임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한다…?
아니 근데 정말 써도 괜찮은 거죠?

 

바른 언어 생활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학교 & 과목 한양대, “바른 언어 생활”
출제 의도…? 바른 언어 생활을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안다…?
아니 근데 이거 그건데? 옛날에 어떤 마케팅 교수님이 20년 내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만 출제하다가 21년째부터 “도대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로 문제를 바꿨다던데, 이분도 내년부터는 “도대체 바른 언어 생활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거 아냐?

 

Compare Zhu-xi's and Yang-ming's Learning!
학교 & 과목 서강대, “Yang-ming Learning(양명학, 영어전용과목)”
출제 의도…? To examine if the student has understood what Yang-ming has developed and rejected the ideas of, uh…?
있잖아요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살려주세요.

 

이쯤에서 진실을 공개하겠다

교수의 일침

 

PS. 혹시 이보다 더 심한 기출문제가 나왔다면 제보 바란다. 함께 광탈의 아픔을 나누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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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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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말은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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