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 소개
지민(가명). 26세. 현재 서울 모 대학에서 석사 과정 중.
1살 연상의 동성 애인과 1년 간 교제 후 이별.
처음엔 어떻게 만났어?
음, 만난 건 어플에서 만났어. 프로필 올리고 근처에 있는 사람들 찾아서 댓글도 달고 메시지도 보내면서 노는 건데, 여기서 친해졌지.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었길래?
내가 먼저 말 걸었던 건 아냐. 언니가 먼저 나한테 말 걸었지 아마. 그것도 되게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라고(웃음). 내 프로필 문구나 사진 같은 것들이 맘에 들었대.
처음엔 가벼운 연락만 이어갔는데, 사는 데도 서로 가깝고 무엇보다 얘기가 뭔가 잘 통한다는 느낌이 있었어. 척 하면 척이라는 느낌? 내가 “돼지고기 먹고 싶다.” 하면 “갈매기 살에 돼지껍댁….” 하는 식으로. 그거 말고도, 다른 대화를 하면 할 수록 생각도 깊어 보이고.
?
그래서 처음 진짜로 만났을 땐 어땠어?
사실 그날 언니가 좀 열도 나고 아파서 만나지 말까 고민도 했는데, 내가 한창 바쁠 때여서 그날 아니면 시간이 안되더라고. 근데 지금 못 보면 영영 못 볼 것 같은 거야. 그래서 그냥 만났지.
영화 한 편만 보고 헤어지려고 했는데, 언니가 커피 한 잔 하자고 하더라? 그래서 근처 카페 가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얘기 좀 더 나누다가 보냈어.
잘 통했었나 보다
코드가 잘 맞았어. 근데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는 느낌이 드니까 그런 게 더 관심이 가더라. 언니는 이건 이런 취향이구나, 이런 부분은 나랑 이렇게 다르구나..무엇보다 첫인상이 참 좋았어. 왜 누굴 만나면 보자마자 빠져들 때도 있고, 딱 그런 거.
그 다음은?
그렇게 만나고 나서는 또 틈나는 대로 시간 내서 계속 만났어. 같이 맛집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그러다 살짝 손도 잡고..밤에는 전화도 자주 하고 꾸준히 연락하면서 지냈지.
썸 타는 거랑 비슷하네.
사람 좋아하는 게 다 같지. 여하튼, 그러다 보니 조금씩 감정이 생겼지만, 둘 다 여자잖아. 처음부터 그런 관계를 전제로 만난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함부로 들이대거나 할 수도 없었어. 언니가 스트레이트(이성애자)면 애초부터 시작할 수 없는 관계잖아.
그래서 고백은 누가!
같이 술을 마셨는데, 좀 많이 마셨었어. 필름이 반쯤 끊겼는데 남은 기억은 대충 이랬던 것 같아. 술김에 내가 “우리 무슨 사이냐”고 그런 말을 했고, 그리고 기억 끊겼다가 사귀자고 고백하고. 아침에 눈 떠보니까 내가 웬 영화 표까지 두 장 예매를 해 놨더라. 언니가 보고 싶다고 했던 영화를. 그거 보니까 아, 잘됐나 보다 싶어서 안심했지.
네가 스트레이트가 아닌 걸 알았나?
글쎄, 나중에 하는 말로는 자긴 다 알고 있었다고 하는데(웃음). 진짜로 알았는지 아니면 그냥 하는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다행이다. 아무래도 쉽게 만나기 힘드니까.
응. 길 가다 맘에 드는 여자 보고도 망설인다거나.
그건 남자도 그런데?
아냐, 내가 남자였으면 진짜 바로 물어봤을 거야. 진짜로!
“근데 여자와 여자는 그냥,
우정이어야 되니까”
언니 만나면서 힘들었던 점은 있어?
음. 별로 없는데. 다만 스킨십 자유롭게 못 하는 거? 길거리에서 팔짱이라도 끼면 좀 그러니까. 특히 언니네 부모님이 그런 걸 전혀 이해해주지 못하는 편이어서, 집 근처에서는 특히 더 조심했어.
아, 한번은 언니가 많이 아팠는데, 집에 찾아가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해 줄 수 없는 거야, 마냥 걱정하고 기다리는 것 밖에는. 그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 우리 관계를 인정해달라 그런 것까지 바라진 않았지만, 그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
주변 간섭 같은 건 별로 없었나 보다.
중고등학교 때는 엄청 신경 썼어. 들키면 괜히 이상한 소문 돌고, 막 왕따 당하는 애들도 많이 봐서. 특히 고등학교 땐 학교 분위기가 동성애 하면 정말 안 좋게 보는 시선이 있어서 머리도 일부러 길렀던 거야.
근데 아무래도 대학 와서는, 인간관계를 내가 조절할 수 있으니까. 이해해 줄 사람에게만 오픈하고 아니면 굳이 말 안하고. 그렇게 지내니까 별로 어려운 건 없는 것 같아. 아쉽다면 페북에 연애 중, 이런 거 띄울 수 없는 그런 거.
그 뒤로 관계는 어땠어?
사람이 연애하다 보면 더 좋아하는 사람 있고 덜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 난 내가 전자였던 것 같아. 연애에 갑을 관계를 말하기는 싫지만, 아무래도 내가 을이었지.
언제부터 그렇게 느낀 거야?
확실하게 느낀 건 헤어질 때쯤. 한 300일쯤 됐을 때부터 많이 삐걱거렸던 것 같아. 나도 많이 틱틱거리기 시작하고..아마 그때 잘 견뎠으면 지금도 잘 만나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삐걱거렸는데?
그냥 서로 날이 서 있었어. 예를 들면 어쩌다 사정이 생겨서 약속이 깨져도 괜히 막 짜증이 나. 예전엔 안 그랬는데..그러다 상대도 지쳐서 같이 짜증내고. 그런 것들. 상대가 있다는 것에 너무 익숙해졌던 것 같아. 한마디로 권태기였지.
혹시 동성이라는 거에서 어떤 영향이 있었던 건 아닐까?
아니, 전혀.
“그냥 연애의?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
‘LOVE IS LOVE?’
응.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어쨌거나, 돌아와서.
권태기였고, 그때 언니가 그러더라, 시간을 좀 갖자고. 근데 나는 ‘시간을 갖자’라는 말은 ‘헤어지자’는 의미라고 생각해서 절대 안 된다고 버텼어. 언니는 진짜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돌아보는 그런 쪽이었는데..내가 그 틈을 안 준거지.
아무래도 무섭지. 어쩐지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기분..
헤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한 번쯤 제일 사랑스러웠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런 마음이 없어지는 거. 그런 것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관계가 좋아질 수도 있는 건데.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무엇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기분이 싫었어.
아, 그 기분.
나를 안 만날 수도 있구나. 나 말고도 중요한 게 많구나. 물론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겠지. 아는데,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자꾸 이상해지는 거. 그런 마음이 이어지면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거고. 유치하고 어린 마음인 건 아는데, 아직은 잘 안 되는걸.
결국 그 사람이 먼저 헤어지자 한 거야?
응. 처음에는 전화로 헤어지자 통보 받고, 술 마시고 집 가는 길에 버스에서 엄청 울면서 매달렸어. 그렇게 매달려 겨우 만났는데 헤어지자고 하는 거 붙잡고. 그런데 내가 붙잡아도 그냥 가만히 쳐다보는 걸 보니 알겠더라고. 아, 이제 이 사람이 나한테 아무 미련이 없구나 하는 거.
그렇게 되었구나
그렇게 조금씩 소소하게 틀어져 간 거지. 특별한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언니 쪽에서 먼저 마음이 사라진 상태였고. 나는 뭐, 그냥 결론을 받은 거지. 어떻게 잡을 수 있었겠어, 상대가 이미 잘 해볼 마음이 없는데. 내가 기다린다고 바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았으니까.
그래도 정말 오랜만에 만난 사람이었는데
한 4년만? 중간에 썸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엔 제일 좋아했던 사람이기도 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그 사람이 나를 맞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후회는 없어? 이러지 말걸, 그런 거.
없을 리가. 처음 틀어졌던 날 괜한 심통을 안 부렸더라면. 아니면, 그냥 애초에 만나지 않았더라면..그런 후회는 계속 있어. 어느 날은 후회되고, 어느 날은 보고 싶고, 어느 날은 자꾸 생각나고, 못 잊는 그런 것들이 남아있지.
잘 될 거야.
그렇겠지. 또 다시 누구 만나려면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당장 누구 만나고 싶은 생각도 없고, 언젠가 다시 또 좋은 사람 만나는 날도 오겠지. 자연스럽게.
만남의 과정에서 우리는 늘 서로 상처를 주고받는다. 가끔은 생각과는 다른 말이 튀어나와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더 잘해주지 못한 자신이 싫어져서 스스로 상처를 내기도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실수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정의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런 속 쓰린 감정과 경험은 ‘남녀’의 만남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평범한 만남이었다.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고, 대화를 통해 알아가고, 서로에게 사랑을 말하다 몇 차례 다툼 끝에 이별을 맞이하였다. 굳이 찾을 것도 없는 사연이다. 우리 각자가 다들 한 번씩은 겪었을 그런 과정이니까.
단지 그 사람이 여자였다는 것. 그뿐이었다.
지난 6월 26일, 미국 연방 대법원의 동성결혼 합헌 판결문 中
그들은 결혼을 존중하기 때문에, 스스로 결혼의 성취감을 이루고 싶을 정도로 결혼을 깊이 존중하기 때문에 청원하는 것이다. 그들의 소망은 문명의 가장 오래된 제도 중 하나로부터 배제되어 고독함 속에 남겨지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법 앞에서 동등한 존엄을 요청하였다. 연방헌법은 그들에게 그럴 권리를 부여한다. 연방 제6항소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 이상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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