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양화대교에 Zion T. 동상을

삼성역 강남스타일 동상을 보고 절로 나온 글.

일단은 당연히 웃자고 하는 얘기다. 양화대교에 Zion T. 동상을 세우자는 것 말이다. 하지만,?그저 농담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 삼성역 코엑스 앞에 세워진 '강남스타일 동상'보다는 좀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강남스타일 동상은 (그것이 별로 예쁘지 않다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하나의 거대한 코미디이다. 강남스타일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너무나도 많은 질문을 동시에 던지게 한다.

대체 왜, 지금, 이곳에, 이 동상이, 세워져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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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의 성공은, 냉정히 말하자면 우연의 산물이다. 물론 강남스타일은 흥겨운 노래이고 그 뮤직비디오는 싸이 본연의 느낌으로 충만하게 잘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이 국내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바이럴'을 타게 된 것은 싸이가 노력해서 이뤄낸 것도, K-POP의 위상이 몹시 높아졌기 때문도 아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사실상 유튜브(Youtube)의 성공이다.?유튜브라는 매체 안에서 바이럴을 타는 것이 얼마나 현실세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보여준 것뿐이다.?싸이가 안타깝게도 강남스타일 이후로 세계적인 히트는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같은 것을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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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을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것뿐이지만, 그래도 조금 거리를 두어 차갑게 말하자.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번트 2루타'나 '삼중살' 같은 것이다. 이슈는 될 수 있을지언정 나서서 자랑하거나 동상을 세워 기념할 만한 것은 못 된다. 싸이가 사비를 들여서 세울지언정, 적어도 강남구청이 나서서 돈을 들여 세울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게 구분이 안 되면 '국뽕'이 된다.

과연 얼마나 많은 서울 시민들이 삼성역 한복판의 '강남스타일 동상'을 순수하게 자랑스러워할 수 있을까. 이 춤이 대표하는 삶을, 자신의 모습이라 말할 수 있는 강남 사람 아니 우리나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싸이의 반어적인 농담들을 제하고 나면, "강남스타일"에 담긴 우리의 '스타일'은 그저 클럽에서 화끈하게 노는 모습뿐이다. 유흥, 밤 문화, 클럽 등의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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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상에 우리의 화끈함이 담겨 있다면(정말 그러한지는 잘 모르겠다), 업무지구이자 무역센터가 있는 삼성역이 아니라 클럽이 많은 강남역 뒤쪽 같은 곳에 세워졌어야 했다.?뉴욕증권거래소 앞의 황소 동상이 유명하고 의미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황소 동상은 사실 어디에나 있지만 그 황소 동상은 세계?최대?금융시장인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했다는 점,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황소가 적극적인 주식 매수를 은유하는 동물이라는 점에서 거기 있을 이유가 있다.

그런데 이 동상은,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의 촬영 일부가 삼성역에서 이루어졌다는 점 말고는, 하필 이 자리, 코엑스 동문 앞에 위치해야 할 이유가 딱히 없다. 주변?지역과 그곳 주민의 문화의 특성을 잘 담아내느냐의 차원에서도,?삼성역 한복판에 위치한 이 강남스타일 상징 조형물은 지독히 못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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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는 것은 두 가지뿐이겠다. 강남스타일이 유명하다는 점, 그리고 관광객들이 코엑스에 많이 온다는 점. 이 두 가지를 연결하면 강남스타일 동상의 핵심이 나온다. 외국인들이 얼핏 봤을 때에 지금 잠깐 유명한 것을 어떻게든 최대한 많이 팔아 뽕을 뽑아보겠다는 것.?뭐 아주 실패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실제로 지켜보니, 외국인들이 와서 웃으며 말춤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긴 찍는다. 가끔, 아주 가끔.

여기서부터는 해석과 가치 판단의 문제다. 누군가는 이것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할 것이고, 누군가는 '근시안적 사고의 저열한 상업주의'이라고 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이 동상이 우리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것은 우리의 성취도, 우리의 반영도 아니다. 강남스타일 동상에서 어찌할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 동상을 '관광'하는 "외국인"이 30분에 1명 정도인 것처럼 보이고, 왠지 그들의 웃음에 20% 정도의 비웃음이 섞인 것처럼 보이는 것도, 아마 이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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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생각해 본다. 차라리 Zion T.가 택시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조각해 세우는 게 낫겠다고. '양화대교'야말로 '우리의 것'이 아니겠는가? 삶의 고단함, 가족에 대한 헌신, 그리고 그저 아프지 말자는, 다른 그 어떤 것도 아닌 그저 아프지만 말고 행복하자는 그 사랑과 소박한 소망. 거기에 Zion T.의 그루브한 R&B 보컬과 어우러지는 미묘한 '뽕끼'까지. 현대적이고 한국적인 감성을 정확하게 구현해내고 있다.

그런 그만의 한국적 감성은 해외의 몇십억 'K-POP' 팬들을 사로잡고 있어, 유튜브 등의 초거대 시장을 통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니 Zion T.를 기념하는 상을 양화대교 바로 그 자리에 세우면, 모르긴 몰라도 매년 몇억 몇조 원의 관광 효과가 있을 것이다.?이렇게 말해 놓고 보니 양화대교에 Zion T. 동상 세우자는 얘기조차도 꽤나 그럴싸해 보이지 않는가?

양화대교

물론 전부 농담이다. 삼성역과 봉은사역 정확히 중간 지점에 튀어나오듯 자리한 저 동상을 만들 때, 그 높으신 분들이 온갖 긍정적인 해석이며 가치 부여 과정을 거쳐서 결재 도장을 찍을 동안은, 슬프게도 모든 것이 진심이고 결코 농담이 아니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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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학수

안학수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대학생입니다. 집에도 가고 싶고 취직도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