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천하제일 마스코트 대회

편집장이 고소당한다면 아쉽게도 2회는 열리지 않습니다.

우측의 저작권은 북조선에 있다. 원래 싸우면 친해진다고 하더라.

새누리당, 아니... 자유한국당이 새 상징을 발표했다. 누군가는 이것이 김일성을 상징한다 비난했고, 다른 누군가는 이것이 신천지를 상징한다 주장했다. 관제데모 의혹에 휩싸인 자유총연맹의 그것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있었고, 어쩐지 옛 시절이 생각나는 디자인이라는 비판도 흘러 나왔다.

자유한국당의 상징 만큼이나, 세상에는 대체 왜 이것이 상징이 되었는지, 어쩌다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혼자 보다 기가 막혀서 열어봤다. 천하제일 마스코트 대회. 그래도 자유한국당 보다는 낫겠지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말이다.

하지만 그 믿음이야 말로 크나큰 실수였다.

 

~웃는 얼굴이어도 침뱉을 상~
병무청의 굳건이

군대가 우스워? ⓒ병무청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적어도 여기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환하게 웃고 있는 병무청 마스코트 굳건이를 보고 있자면 몇 번이건 침을 뱉고 싶은 충동이 든다. 다른 곳도 아니고 병무청, 그러니깐 '사람 군대 보내는' 일을 하는 곳의 마스코트가 아니던가. 다른 사람 군대 보내는 일이 저렇게 웃음 나오는 일이었단 말인가. 그러니 나는 저 캐릭터를 본 순간 직감했다. 저건 그 자체로 기만이거나, 아니면 싸이코패스라고.

디자인도 어딘가 엉성해보인다. 라이벌/동업자 관계인 마스코트 호국이와 비교해보면 조금 더 차이가 두드러진다. 간결한 디자인의 호국이가 귀여움과 듬직함 사이의 지점을 공략해 아직 잘 사용되고 있는 반면, 어쩐지 저 친구는 3년 안에 교체될 것만 같이 생겼다. 확인할 수는 없으나 어딘가 예산이 투입되다가 만 듯한 그런 느낌도 들고.

~ 끔찍한 혼종 상~
인천시 부평구의 부디&부니

누가 이런 끔찍한 혼종을 만들어냈단 말인가!

저 땅딸막한 몸과 몸을 가득  채우는 얼굴의 비율은 필시 험프티 덤프티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설계됐다는 증거일 것이다. 거대한 눈은 마치 일본 순정 만화의 것과 같으며, 상모는 19세기 조선의 것이다. 헤드셋은 존재 이유도 알 수 없다. 다만 저 끔찍한 혼종에서 알아낼 수 있는 정보는 하나, 바로 저것의 주서식지인 부평구에는 풍물축제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변명을 좀 해줄 수는 있겠다. 저게 만들어진 해가 2003년이다. 2003년에 또 뭐가 나왔냐면 이효리의 10minutes과 메이플 스토리가 나왔다. 대충 그 당시 미감을 기준으로는 저게 그렇게 나쁜 건 아니었었는지도 모른다. 헤드셋과 풍물패의 조합도, 눈깔괴물과 험프티 더므티의 조합도. 다만, 지금의 기준에서는 영 아니다. 좀 바꿀 때가 됐다.

 

~클라이언트님이 시켰어요 상~
U-20 2017 월드컵의 차오르미

분노가... 눈물이 차오르미...

탄생과 동시에 온갖 개드립의 주인공이 된 마스코트, 차오르미. 엉성하다. 오밀 조밀 못생기게 모아놓은 얼굴, 호랑이인지 돼지인지 모를 코, 치솟은 귀, 국적을 알 수 없는 복장, 자세, 원근법이 무시된 양 손, 얼굴 문양, 그리고 '차오르미'라는 이름까지 모두 엉성하다.  

이 캐릭터가 U-20 월드컵을 빛내 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 이번엔 누가 또 얼마를 떼어드셨나 하는 조롱 사이의 공통점. 이 캐릭터는 영 아니라는 것이다.

다행히 실물이 낫긴 낫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찾아보니, 이 마스코트가 먹는 욕에는 조금 억울한 구석이 있다. 적어도 조직위가 돈을 떼어먹은 것은 아니다. 이 캐릭터의 제작과 선정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클라이언트'가 있다. 바로 FIFA다.

마스코트를 디자인 하는 일을 맡은 FIFA는 이상한 도깨비 같은 것을 만들어 보내왔고, 충격을 먹은 조직위에서는 호랑이랑 뭐 이것저것 다시 보냈다고 한다. 개최국은 그저 조언만 할 뿐이라고. 다행인 건, 디자인보다는 실물이 이쁘다는 점이다.

~원 소스 언유즈 상~
대구광역시의 패션이(Fashiony)

패션이... 패션이...

마스코트란 지겨울 정도로 이곳 저곳에 보여야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원 소스 멀티 유즈'.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은 둘리처럼 말이다. 인형도 만들고 동상도 세우고, 굳즈도 팔고 범용성이 있어야 좋은 마스코트란 것. 안타깝게도 대구의 마스코트 패셔니는 그런 의미에서 결코 멀티-유즈하지 못한 캐릭터인 셈이다.

때는 2000년, 대구는 밀라노와 자매결연을 체결하며 '아시아의 패션도시'로 거듭나고자 했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격으로 '패션이'를 도시의 마스코트로 선정했다. 그러나 댕기머리에 치파오, 빨간 고무장갑의 조합은 패션도시로서의 역량에 한없이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게다가 대구의 패션섬유산업은 침체기를 맞았고, 결국 패션이는 원 소스 원 유즈조차 되지 못한 채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대구에서는 미소친절 대구를 내걸며 새로운 캐릭터 함박이와 생글이를 홍보하고 있다. 아직까지 공식 마스코트는 패션이지만 말이다.

~20세기 레트로 상~
경기도 안양시의 포동이

 

절대 포동해서 포동이가 아니다.

이 그림은, 그러니까, 내가 그림판으로 쓱싹쓱싹해서 올린 것이 아니다. 안양시의 '공식' 마스코트다. 그라데이션부터 입체와 평면을 오가는 눈, 코, 입에 빈약한 팔다리까지. 모티브는 보시다시피 포도, 이름은 포동이. 그런데 "왜 하필 포도야?" 궁금해진다.

안양이 원래 포도가 유명했단다. 네이버 백과사전에는 이렇게 묘사되어 있다. "안양포도는 껍질이 얇고 당도도 높기 때문에 껍질째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난 안양 포도를 먹어본 적이 없다. 저 마스코트는 그 포도가 주력 생산물일 때 만들어진 것이다. 바로 1996년에.

차라리 그가 마스코트가 되는 게 낫겠다 싶다.

이런 디자인이 신선했을 때였다. 다만 그때는 김영삼이, 지금은 황교안이 대통령(혹은 권한대행)이다. 강산은 보수적 관점으로도 2번은 바뀌었고, 안양에는 포도보다 이준영이 유명해졌다.

번외편
~새옹지마상~
카이스트의 넙죽이

 

카이스트의 넙죽이. 그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는 명확하다.

넙죽이다. 넙죽하기 때문이다. 넙죽이는 언제부터 이렇게 넙죽하셨나 하면 2014년부터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가 모였다는 카이스트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이렇게 얼빵하게 생겼다니. 1억 5천 쯤 들었다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아니,  그렇게 비싼 돈 들여 이런 마스코트라니. 사람들이 당시 싫어하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욕하고 욕하다 보니 미운 정이 들었다. 묘한 표정은 모에 포인트가 되었고, 패러디물이 양산되며 각자의 방식으로 넙죽이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넙죽이는 나름대로 사랑받는 마스코트로 잘 쓰이고 있다. 


다른 마스코드들아! 넙죽이처럼 착하게 살면 사랑받을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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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학수

안학수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대학생입니다. 집에도 가고 싶고 취직도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