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카트니 展

누구나 일상은 평범하고, 또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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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매카트니의 사진 속에 내가 아는 폴 매카트니는 없었다. 평범한 남편, 아빠, 친구만이 있을 뿐. 그가 아무리 비틀즈라도 누군가 앞에선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그의 평범한 일상을 사람들은 특별한 듯 연신 찍어댔다. 물론 ‘매카트니’라는 이름 덕에 그 일상도 특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사실 그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든 건, 일상 속에서 순간의 ‘특별함’을 찾아낸 린다 매카트니의 시선이었다. 옆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말했다. “이런 사진은 나도 찍겠다.” 그 말이야 말로 이 전시가 내게 준 가장 큰 메시지였다. 삶에 애정을 갖고 들여다본다면, 우리의 일상도 이만큼 특별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때야 이 전시가 비소로 완성된다는 것.

누구나 자신의 일상에서 특별함을 포착하길. 그래서 자신의 삶이 평범하지 않음을, 특별한 것임을 깨닫길. 그녀도 자신의 사진전을 통해 바랐는지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전시장에 함께 갔던 친구의 예쁜 순간들을 몰래 찍어두었다. 그리고 헤어져 집에 돌아가는 길, 친구에게 사진을 선물했다. 그 날 사진전에서 본 어떤 사진보다도, 추억이 담긴 몇 장의 사진에 친구는 더 많이 기뻐했다.

누구나 일상은 평범하고, 또 가장 특별하다.

<내가 매카트니 展>은 그렇게 시작됐다. 전시를 보고 돌아와 친구들에게 ‘너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했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마다 특별한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렇게 핸드폰 속에 담겨있던 우리의 평범한 하루가 모여, 누군가를 미소 짓게 하는 작품이 되었다.

한 여행 작가가 그랬다. “내 책을 살 돈으로 여행을 떠나라”고. 그게 진짜라고. 아마 린다 매카트니가 전시회에 있었다면 같은 말을 하지 않았을까. 내 사진 말고 ‘당신의 일상을 찍으라’고. 그게 오늘 당신 삶에서 제일 특별한 작품일 테니까. 우리의 일상을 지켜본 당신이, 오늘을 좀 더 사랑스럽게 들여다 봐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당신의 삶에 특별한 순간이 더 많아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내 가 매 카 트 니 展
2015. 06

 

우수세입자상 _ 도현

도현

#트탐라 #첫사무실 #월세생각 #마감술술

10시간 넘게 일정과 마감에 치이다가 문득 창 밖을 고개를 돌리면 박민규의 표현이 떠올랐다. 그것은 방(房)이라고 하기 보다는, 관(棺)이라고 불러야 할 사이즈라고. 단순히 물리적인 불편함이 이러한 감상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지금 들고 가는 것이 실패하는 순간 남은 삶이 관(棺)의 그것과 같을까봐, 다만 그것이 죽을만큼 두려웠다.

 

화보찍상 _ Leia

리아

#햇볕은 #쨍쨍 #너랑나는 #반짝?

파랑, 초록 성애자인 우리, 수영을 마치고 해에 젖은 몸을 말리면서 돌아가는 길에. 스스로 가장 자연스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순간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일 때인 것 같다.

 

난괜찮상 _ 상일

상일

#아저씨는 #라이더 #허세도 #타이밍

야근을 마치고 지친 몸으로 택시를 탄다. 밖으로 지나가는 꼴들이 낯설다. 예쁘고 화려한 건물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마치 내가 저 곳에 가본 것처럼. 모범택시 안에서 바라본 신사동 가로수길의 '가봤던'호텔이라고 사기를 치며 모처럼 페이스북에 허세스러운 사진 한번 올려보고 싶었는데, '이곳은 너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때마침 악셀을 밟는 택시기사 아저씨. 장렬히 실패. 현실도 구질구질한데 허세마저 허락하지 않는 세상.

 

뀨뀩상 _ 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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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미안 #사랑해여 #Po불효wer #귀요미 #가족사진

청춘영화상 _ 윤경

윤경2

#찬란한 #스무살 #야시카t5 #밤길맥 #설렌다

함께여서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던 청춘, 내일이 없는 것처럼 유치하게 놀았었는데 이젠 다들 저마다의 고민거리 많아진 요즘. 다들 보고 싶은 지금. 낯선 도시 서울에 와서 적응 못하던 나와 찬란한 스무 살을 함께 해준 고마운 사람들. 요즘 들어 스무 살들을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생각나는 우리의 지난 잔상들.

 

숨좀돌리상 _ 아현

아현

#뚝섬 #갈대 #너 #어머님이 #누구니?

내일이 시험이었다. 사진을 찍어달란 친구의 부탁은 오늘이었다. 길을 걸으면서도 할 일을 생각하느라 오랜만에 길게 내린 겨울 햇살도 몰랐다. 눈을 떴으나, 아무것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걸어가는데, 저쪽에서 갈대가 온몸에 빛을 품고 흔들리고 있었다. 갈대 사이로 햇살이 눈부셨다. 멈춰 서 사진을 찍었다. 걸음을 멈춘 순간에, 어제와 같던 하루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이앨범망상 _ 어진

어진

#나도매카트니1집 #歸家 #야근 #택시 #새벽감 #이런앨범없어요 #굿나잇

그것은 택시 뒤창에 달린 무슨 기록기 같은 거였어 그때 우리는 뒷좌석에 앉았고 넌 조수석에서 앉자마자 잠이 들었지 저 기록기에는 오전도 오후도 없었는데 사실 그날 오전 딱 저 시간에도 우린 서울 어딘가를 굴러다니고 있었잖아 이거만 끝나면 집에 가야지 가서 실컷 자야지 그러면서.

 

잘참았상 _ 유진

유진

#너는누군가에게 #한순간이라도 #뜨거운사람이었냐 #불꽃놀이 #뜨겁다 #인생사진 #고마워친구들아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는 제주도의 여름 밤이었다. 7명의 친구들과 함께 인생사진을 위해 불꽃놀이를 선택했다. 라이터는 힘겨워했고 스파클러는 좀처럼 불꽃을 내질 못했다. 손가락 끝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스파클러에게 숨을 불어넣어준 순간, 한 사람을 뺀 나머지는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댄다. 돌아가면서 모델이 되고, 취재(?)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그렇게 불태워진 스파클러는 아마 50여 개. 여러모로 여름 밤은 뜨거웠다.

 

심장어택상 _ 서영

이서영

#필카 #첫만남 #모델 #호두 #소울메이트

호두가 처음 우리집에 왔을 무렵. 경계심도 무서움도 가득한데 호기심도 많아서 여기저기 아장아장 다니던 시절. 어릴 때부터 찍어서인지 지금도 카메라를 잘 쳐다보고 모델처럼 가만히 있는 게 너무 기특하다. 이제 거의 다 자란 호두는 어딜 가든 나와 함께인 호두, 나의 가장 훌륭한 모델이자 특별한 소울메이트.

 

오순도순상 _ 찬우

이찬우

#동생 #몰래보냄 #예쁘니까 #용서해?

동생은 바빴다. 대학생이 된 후에는 더 그랬다. 친구에 과제에 알바에. 도무지 함께할 시간이 나질 않았다. 지난 설, 과제도 알바도 친구도 없는 곳에서 드디어 동생과 함께 단 둘이 산책이란 걸 해봤다. 시골에 가면 늘 걷던 그 지루하고 단조롭던 길인데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막 찍은 사진인데도 동생은 정말 예뻤다. 내게는 그 시간이 정말 특별했다. 아마도 당분간 그럴 수 있는 시간은 없을 것 같다.

 

마스크쓰상 _ 자인

자인

#메이데이 #광화문 #내가 #바퀴벌레냐 #캡사이신 #너나머겅

노동절, 범국민철야행동이 있는 날이었다. 차벽은 위헌이라 하지만 경찰버스는 굳건했고, 우리는 길바닥에 둘러앉아 깃발을 휘두르며 시간을 죽였다. 어떤 캡사이신이 우리를 향해 날아올지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잘먹고잘사세상 _ 정원

정원

#연애도 #삶도 #치외법권 #적당히 #살아보세

15년 만에 떠난 서울 밖 여행에서 발견한 이 공동체는 대단히 평온해 보였다. 서울, 그리고 한국에서의 삶이 제로섬게임의 궤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연애의 세계에서 치외법권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만 같은 애인과, 역시 치외법권의 영역에 속해 있는 것만 같은 이곳을 방문한 건 대안적인 삶을 꿈꾸는 나에게는 환상적인 기억 그 자체였다.

 

무념무상 ?_ 정은

정은

#미국에서 #멍때림 #행복해 #어떻게든 #되겠지?

미국에서 있었을 때 사실 나는 내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에 대해 고민을 거의 해보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고소한 커피와 온 카페에 진동하는 커피 볶는 냄새와 사람들의 대화, 그리고 내 옆에 있어주는 사람들이면, 충분했다. 그것만으로도.

 

아쉽상 _ 해찬

해찬

#폰번호 #그대로 #연락줘요 #소녀여

내 생애 가장 뜨거웠던 크리스마스 이브. 인도 소녀가 번호를 물어봤다. 아쉽게도 내 폰 개통이 늦어서 그 이후 연락은 못했다.

 

입천장뎄상 _ 형기

형기

#졸업 #라면왕윤라면 #해장 #미래도쫌

가게 앞을 지날 때마다, 언제 이곳 라면을 먹어보나 했었다. 대학생활 마지막 동아리 행사를 마치고, 밤샘 술자리 후 결국 찾아온 이 곳. 수저를 바삐 움직여, 그대로 내 마지막 대학생의 시간을 시원하게 마셔버렸다. 매캐하니 눈물이 쏙 빠졌다. 축제는 끝났다. 너는 이제, 더 이상 대학생이 아니다.

 

애들좀그만잡상 _ 유라

황유라

#여고생 #고3 #일어나요 #용사여 #담임온다

시간표는 자비도 없게 왜 항상 체육시간 다음에 국어시간인지 모르겠다. 다들 옷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꾸벅꾸벅 졸다가 수업 마치는 종이 울리자마자 책상 위로 넉다운. 10대 소녀들은 더 행복한 20대를 꿈꾸며 이렇게 또 책상 앞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래서, 행복시죠들?

 

왜벌써가상 _ 세림

세림

#송년의밤 #아무리 #즐거워도 #잠은 #집에가서

서울에 있는 줄도 몰랐던 계동을 ‘변화를 기록’한다며 반년간 쏘다녔다. 그러다 알음알음 알게 된 사람들이 송년회라며 집에 불러주었다. 2014년 새로 알게 된 동네에서, 2014년 새로 알게 된 사람들과 한 해를 함께 마무리했다. 돌아가는 길, 눈이 오는데 마음이 한없이 따뜻했다. 서울에 살며 처음으로 ‘우리동네’라는 느낌이 들었다. 늘 그리운 곳, 그리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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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림

김세림

Twenties Timeline 피처에디터. 천천히 모자란 대로 삽니다. 아직 진화중. 메가 진화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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