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생각해보면 영웅들이 제일 쓰레기 아니냐?

이 글을 통해서 진실이 꼭 알려지기를…

애초에 어딘가 꼬인 사람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어려서부터 만화 주인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만화영화를 꼬박꼬박 챙겨봤던 이유도 다른게 아니다. 저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딱 한편이라도 영웅들이 두들겨맞고 비참한 몰골로 패배하는 꼴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동네 공터에서 놀이가 시작되면 나는 꼭 악당을 자처했다. 개인적으로 재수없는 영웅놈들이 호되게 당한 후 질질 짜는 모습을 현실에서 꼭 구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맞선 나는 곧 수많은 영웅들이 날린 빅풋과 드랍-킥, 그리고 물 흐르듯 이어진 파운딩 연속기를 얻어맞으면서 흙바닥에 눈물과 침을 쏟아내어야만 했다.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난 영웅이란 작자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같이 고찰해보자. 과연 누가 정의일까. 우리가 믿고 있던 절대 선의 수호자들은 과연 '정의'로운가?

이미 유명한 둘레기의 인성.

이미 유명한 둘레기의 인성.

1. 무자비한 기물파손

슈퍼맨의 활약 덕분에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구직자들 ⓒ영화 '맨오브스틸'

슈퍼맨의 멋진 활약 덕분에 순식간에 직장을 잃은 사람들... ⓒ영화 '맨오브스틸'

다양한 액션영화나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았다면 익히 알 것이다. 영웅들이 ☆정의★를 핑계로 얼마나 많은 건물을 폭파시키는지. 저잣거리 상인들의 과일이며 고등어자반 등을 뒤엎으면서 가뜩이나 복잡한 전통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킨다.

흡사 양아치나 다를 바가 없는 패악무도한 행동을 하고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돌아서는 영웅의 뒷모습에는 죄책감보다는 스웩(swag)이 가득하다. 제 3자인 우리야 그 작태를 보고 손뼉을 치며 좋아하지만, 아침에 일어난 소시민은?아직 할부금이 36개월 넘게 남은, 자동차였던 형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겠지...

물론 이유는 있다. 착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을 혼내주어야 하니까. 하지만 영웅들은 알까? 그들에게는 잠깐의 스테이지인 곳이, 누군가에게는 생계를 일구어야 하는 삶의 터전인 것을. ?하지만 대의를 위해 그런 것 쯤이야 가볍게 넘어가주는 ?영웅 놈들은 악당을 멋지게 혼내준 다음 호탕하게 웃는다. 오늘 팔아야 할 물건들을 잃은 상인들의 취두부마냥 썩은 표정을 뒤로 한 채...

기물파손

형법 제366조 (재물손괴등)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기 효용을 해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2. 이유없는 폭행

방관하실겁니까? 다음은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아이언맨2'

방관하실겁니까? 다음은 당신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아이언맨2'

낭심을 가격당하는 순간 그가 떠올린 것은 토끼같은 딸의 모습 이었다. '압빠-! 압빠 언제와?' 하며 꽉 잡을 손을 놓지 않던 귀여운 나의 딸. 퇴근하는 길에 꼭 치킨을 사가겠다는 약속을 이제는 지키지 못하는 걸까. 이제 아빠 없는 하늘 아래에서 딸은 살아가야 한다...

...그들들에게 죄가 있다면 열심히 일한 죄. 야근수당도 받지 못하던 그들은 난데없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비비탄 쇼를 관람한 후 슬픈 최후를 맞이하는 것이다.?사망이 아니더라도, 영웅의 임무에 방해가 되는 존재들은 몹시 아프게 맞거나 방금 팬 장작개비마냥 꼼짝없이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자기 머리 아니라고 거침없이 뒷목에 넥 슬라이스를 날리는 영웅들... 참고로 후두부 가격은 뇌진탕 및 뇌출혈, 장기적으로는 치매를 일으킬 치명적인 가능성이 있기에 절대 따라해서는 안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대로 참아서는 안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다. 언젠가 내게 돌아올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초인등록법안을 두 발 들어 환영한다.

폭행

형법 제260조(폭행, 존속폭행) ①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3. 상식 밖의 강탈

 

오토바이 초보를 위해 타는 법을 시연해 보이는 007. 수강료는 오토바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출처] 안티히어로 컴플렉스 [2차] (비공개 카페)

오토바이 초보를 위해 타는 법을 직접 시연하는 007. 수강료는 오토바이다. ⓒ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시계는 오전 11:20분. 폰에 찍힌 부재중 전화는 14통. 그렇다. 당신은 지금 조별과제 발표에 늦었다. 이런 급박 상황에서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발이 안 보이게 뛰어가거나, 택시라는 찬스를 이용할 것이다. 상식적으로 절도라는 선택지는 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영웅들에게는 그런거 없다. 바쁘다면 지나가던 오토바이나 자동차를 빼앗아 타면 되니까!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반파되어도 상관없다. 비록 쓸쓸히 남은 원동기 면허증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겠지만, 어쩌겠는가, 그놈의 정의를 위해서라면 우리같은 소시민들이 당연히 이해해야 하는거 아닐까?

비슷한 맥락으로, 음식을 먹다가도 악당이 나타나면 영웅들은 아주 난리를 친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놀라 서 먹던 깍두기가 목에 걸려도 상관없다. 밥 먹을때는 개도 안 건든다고 하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극악한것은, 그 난리통 이후에 은근슬쩍 식대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벤쯔처럼 먹다가도 정의라는 명분만 있으면 그 모든게 공짜라니. 아아, 역시 영웅이란 편리한 거시구나.

시설 무단이용

경범죄처벌법 제1조 51호 (무임승차 및 무전취식) 영업용차 또는 배등을 타거나 다른 사람이 파는 음식을 먹고 정당한 이유없이 제값을 치루지 아니한 사람[은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벌한다.]

4. 말문이 막히는 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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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우 닮은 친구에게 쏟아지는 오공의 독설. 그 섬세함에 눈에서 땀이 흐를 지경이다. ⓒ드래곤볼

만약 당신의 사촌동생이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영웅처럼 되고 싶어한다면, 즉시 아동전문가와의 심도깊은 상담을 추천한다. 계속해서 말하고 있지만 영웅은 우리의 롤모델이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숱한 악행은 물론이오, 특히나 인성이 아주 최악이기 때문이다.

놈들은 악당의 멘탈을 뒤흔든다는 명분 아래 트럼프에 버금가는 끔찍한 헤이트 스피치는 물론이며, 패드립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전형적인 내로남불형 인간인데, 다른 사람들이 숨이 넘어갈때는 '드래곤볼로 살리면 된다' 고 콧방귀도 안뀌지만 내 가족이 죽는다치면 '지구는 어찌됐건 너는 살리마!' 이러면서 아주 드라마를 쓰고 있다.

정말 재사회화가 필요한 녀석들이 한둘이 아니다. 이런 영웅을 보고 자라니 오버워치 경쟁전에서 탈주하는 초딩들이 늘어가는 것이다. 자라나는 미래의 새싹들에게 현란한 패드립과 조롱섞인 비웃음을 듣고싶지 않다면, 만화영화를 멀리하도록 교육하는 편이 이모저모 현명하다.

인종차별 및 혐오

형법 제311조 (모욕)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접 금지하는 국내법 없음, 차별금지법 입법은 총 3회 철회됨)

판사님, 그냥 고소하지죠

위의 범죄들 외에도, 놈들이 저지르는 위법행위는 도청, 가택침입, 증거조작 등등... 전부 나열하기가 벅찰 정도이다. 중앙선 침범 및 과속은 기본이요, 때때로 고속도로 역주행이벤트를 선사해 저기가 도로교통법이란 게 있는 나라인가- 하는 의문을 줄 정도로 법망을 휘젓고 다닌다.

만약 여러분이 일상에서 슈퍼히어로와 마주친다면 하던 일을 즉시 중단하고 황급히 도망치도록 하자. 당신은 높은 확률로 무지랭이 엑스트라일 것이며, 실비보험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손해보험에 가입했다 해도 당신의 안녕은 보장할 수 없다. 범법자는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사랑하는 영화 속에서 활약하고 있음을 항상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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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듣는 노래가 너무 궁금해 도청을 하는 꼬마 탐정.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해맑다. [명탐정 코난]

마치며

그래..좋겠다...ⓒ포켓몬스터

그래..좋겠다...ⓒ포켓몬스터

서는 곳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했던가. 어쩌면 영웅이?선하고 악당들이 악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프레임이 영웅의 시선이기 때문에 느끼는 착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웅들의 악행을 통해 새삼 스스로를 반성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기에, 나 또한 주인공 놈들처럼 행패를 포장하고 다른 이들을 악당으로 매도한 적은 없었던가?

난데없는 자아비판에 가슴이 쓰라리다. 분명 영웅?놈들을 까기 위해 쓴 글인데 괜스레 숙연해지는 것은 아마 달라진 날씨와 기분 탓이리라.?화창한 오후, 마음을 가다듬고 지난날의 과오를 반성해 본다.?그리고 옛 시절, 놀이터에서 가장 아픈 드랍-킥을 꽂았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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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홍

조태홍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비 오는 날과 밤 산책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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