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 100만 명이 모인 지난 토요일, 트웬티스 타임라인은 청와대에서 불과 300미터 떨어진 신교동 교차로에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람들이 차벽을 넘어 그렇게나 뚫고 들어가고 싶었던 그 ‘내부’가 맞습니다.
경찰 차벽의 내부는 생각보다 조용했습니다. 광장을 뒤덮었다는 사람들은 버스 차벽에 막혀 전혀 보이지 않았고, 거리를 울린 사람들의 구호도 유심히 귀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았습니다. 외부의 소식이 하나도 들리지 않는 그 고요한 풍경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청와대는,
어쩌면 300미터라는 숫자보다
더 멀지도 모르겠다고.
언젠가부터 누군가의 절박한 요구에는 항상 '외부세력'이라는 말이 달라붙곤 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사상적 낙인이 아니라, 정말 '외부'의 말이었기에 그렇게 표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요?
건국 이래 최대 가계부채를 기록하고 있는 가장들의 아우성이, 최저임금이 아닌 생존임금을 외친 사람들의 말이, 그리고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의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내부'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가, 이제야 납득이 됩니다.
경복궁역부터 청운동 주민센터까지 펼처진 열몇 겹의 차벽을 넘는 일은 차라리 쉬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우리를 차벽 앞에서 발 동동 구르게 만든 진짜 ‘내부’가 더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만 앞이 깜깜해지고 맙니다.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를
그것을 깨고 들어가는 일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아서요.
10시쯤에 찍은 이날 자하문로입니다. 오른쪽으로 스크롤해서 보세요. →→
공개일: 2016년 11월 15일
11/12(토) 민중총궐기 ?경찰 차벽 내부 풍경 라이브 방송 다시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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