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아닌 ‘변혜영’도 당당할 수 있을까?

‘아버지가 이상해’가 자꾸 마음에 걸리던 이유.

<아버지가 이상해>의 ‘변혜영(이유리 역)’은 걸크러쉬, 센언니를 대표하는 인물로 할 말은 꼭 하고 마는 성격이다. 항상 꿀릴 것 없이 당당한 게 그녀의 매력이다. 부모님, 남자친구, 건물주 등 상대가 누구든지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을 자신 있게 펼치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

사이다 캐릭터의 등장이다. 덕분에 여성들이 변혜영 캐릭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그녀가 만약 변호사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대학생 변혜영’도 과연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을까? ⓒKBS '아버지가 이상해'

1. 동거를 들킨 후, 부모님과의 대화

<변호사 변혜영은>

변호사 혜영
이렇게까지 화내실 일인지 이해가 안가요. 속이고 말한 건 잘못했어요. 하지만 제가 그렇게 죽을죄를 지었는지 모르겠어요. 동거가 왜 나빠요? 좋아하는 성인남녀가 함께 있고 싶어서 같이 지내는 게 나쁜 일은 아니잖아요. 미성년자도 아니고 30대 성숙한 성인이잖아요. 동거가 그렇게 부도덕하고 비난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엄마 아빠가 생각하시는 것 보다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많은 젊은 사람들이 동거를 해요.

엄마
그렇게 당당한데 왜 속였니. 왜 처음부터 떳떳하게 밝히지 않았어?

변호사 혜영
이러실까 봐요. 무조건 반대하시고 중죄인 취급하시잖아요. 변해가는 가치관을 왜 인정하지 않으세요?

"엄마 아빠 세대의 가치관과 우리 세대의 가치관이 달라요"

<하지만...대힉생 혜영의 현실은?>

대학생 혜영
이렇게까지 화내실 일인지 이해가 안가요.

엄마 
나가. 나가서 알아서 집 구해서 살아.

대학생 혜영
(집 근처 월세를 확인하고) ...제가 잘못했어요..

아휴 효도해야겠다. 동거는 무슨 동거 ^^*

 

 

2. 결혼 하자는 남자친구에게 거절한다면

<변호사 변혜영은>

남자친구
혜영아, 결혼하자.

변호사 혜영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여자한테 아주 불리해. 한국에서 며느리는 카스트 제도에서 불가촉천민 같은 존재야. 난 결혼에 적합한 여자가 아냐. 결혼과 결혼으로 인해 따라오는 그 제반의 의무를 수행할 자신도 의지도 없어. 누구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가기보다는 그냥 나.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다고.

"누구를 위해 살지 않을거야."

 

<하지만...대힉생 혜영의 현실은?>

남자친구
혜영아, 결혼하자.

대학생 혜영
선배,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여자한테 아주 불리해.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살고 싶어.

남자친구
꼭 결혼 안한다는 애들이 제일 먼저 하더라 ㅎㅎ 니가 어려서 아직 모르겠지만 혼자 살면 외로워. 지금은 젊어서 그렇지 늙으면 후회한다.

대학생 혜영
나는 결혼이 싫어. 애 키우느라 내 삶을 포기하는 것도 싫어. 가정에 치여서 나를 잃기 싫단 말야. 직장 다니면서 내가 벌고 내가 쓰며 당당하게 살 거야.

남자친구
너 완전 이기적이구나. 우리나라 출산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아? 왜 권리는 다 챙기면서 의무는 다 하려 하지 않니? 너 설마... 메갈하니?

그래~ 내 잘못이다~ 미안하다~~

 

3. 경찰서에서 어머니를 도둑으로 모는 건물주에게

<변호사 변혜영은>

변호사 혜영
지금 증거도 없이 제 엄마를 도둑 취급하며, 형용할 수 없는 불쾌감과 인격말살로 몰아가시며 모욕감을 주셨어요. 특히 제 3자가 보는 앞에서 제 엄마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셨어요. 이건 법적으로 명백한 명예훼손입니다,

건물주
훼손할 명예가 어디 있다고. 못 봐서 그런 거잖아요. 아니 실수 할 수도 있는 거지, 뭘 그런 거 가지고 이렇게 흥분을 하고 그래.

변호사 혜영
사.과.하.시.라.고.요. 명예훼손으로 확 고소해버리기 전에.

"지금 뭐하시는거죠?"

<하지만...대힉생 혜영의 현실은?>

대학생 혜영
지금 증거도 없이 제 엄마를 도둑 취급하며, 저희 엄마의 인격을 무시하셨어요. 이건 명예 훼손이라고요

건물주
아니, 어디 젊은 여자가 버릇없이 어디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여? 아주 꼬박꼬박 말대꾸를 잘하네. 아가씨 취업 못했지? 딱 그렇게 생겼어. 못 했으면 여기서 힘 뺄 시간에 가서 공부나 더해. 어어? 눈을 어디 그렇게 뜨고 그래? 집에서 그렇게 배웠어? 어?

변무룩...

 

“8년 전 그 날 이후로, 독하게 공부해서 변호사가 됐다.”

변혜영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 그녀는 대학생 시절 남자친구 어머니에게 모욕을 당한 뒤 완전히 변했다. 설욕하기 위해 독하게 노력해 변호사라는 지위를 얻었다. 이미 변혜영은 평범한 직업을 가진 여성으로선 한국 사회에서 당당해질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도 모른다.

예쁘고 똑똑한 변혜영 캐릭터가 통쾌하면서도 씁쓸한 이유다. 전문직에 종사하지 않아도, 항상 빡세게 꾸미지 않아도,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여가며 ‘센언니’가 되지 않아도 당당할 수 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길 아니, 그런 사회가 도래하길 바란다.

세상에는 변혜영이 되지 못한 '김지영'이 너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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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희

주진희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아직 방황하는 중.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