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년이 아닌, 평균의 청년을 보고 싶다면?

서울 밖의 예비군 훈련장으로 가자

이곳은 경기도 모처의 예비군 훈련장

향방작계 2차를 받으러 모인 예비군 4-6년차(26~30살 가량)들이 가장 크게 분노하는 건 사실 자신이 아직까지도 예비군에 끌려와 있다는 사실 그 자체다. 자신의 뒤를 이어 국가를 지키고 있는 기간병 조교에게는 자연스럽게 "조교야 지금 사람 많냐?" 하고 반말이 튀어나간다. 좆같은 군대, 나만 당하기 좆같은 군대, 그러고도 안 끝나고 있는 군대니까.

물론 성과제 퇴소(일찍 끝내면 1시간 정도는 일찍 갈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니 가급적 열심히 한다. 그러나 열심히 하는 만큼 훈련은 힘이 들고, 대충 어색함을 깬 분대원들 사이에선 한번쯤 군대를 가지 않는 집단(대표적으로 여성)에 대한 볼멘 소리가 농담으로 나오게 된다.

모인 청년의 대부분은 영세한 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밑에서 일한다. 이유는 뻔하다 - 사이즈가 큰 기업들 중 상당수는 직장예비군을 운영하고, 사실 양질의 일자리는 대부분 물리적으로 통근이 어려운 장소에 있어 대부분 서울로 들어가 버렸기 때문.

남아있는 사람들의 출신이란 이를테면 서울에서 일하지 않는(못하는) 경기도 토박이 청년들, 아니면 일은 서울에서 하는데 급여가 적어서 임시 거처를 서울에 마련할 경제력이 없는 경우다.

경기도에 모인 예비군 5~6년차들은

이곳의 예비군들은 대부분 공장과 관련된 중소기업이나 각종 저임금 자영업 업장에서 근무한다.

직장에서는 주로 이름으로 불리거나 기껏해야 사원으로 호명되곤 한다. 인터넷에서 소위 말하는 200충들이며, 클라이언트 보다 거래처고 대표님 보다 사장님이다. 굳이 영어는 필요없고 매우 심플하게 자기가 하는 일을 설명할 수 있는 일에 종사한다. 일을 하는 사람들이 내뱉는 말은 다음과 같다.

"아뇨 과장님 저 오늘 그거 대응 못한다니깐요"
"네 사장님 아뇨 그거 보면 거기 그 어디다 두고 왔어요"?

나머지는 취업을 못했다. 제대로 된 벌이(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일자리가 아님이 중요하다)를 하고 싶어한다. 아는 형이 베트남 공장에서 현지인들 관리하면서 일하는데 나보고 오라고 해서 넘어가려고 한다와 같은 얘기를 자주 한다. '사회초년생'이 되고 싶다는 감각보다는 돈을 벌고 싶다는 감각에 훨씬 가깝다.

모인 사람들 모두 돈이 그다지 없고, 앞으로의 전망도 그렇게 안정적이지 않다. 재테크에 대한 얘기는 거의 들을 수 없고, 언급되는 사치의 사이즈는 딱 '티쏘 시계' 정도, 그리고 유흥에 대한 것이다.? 시내 노래방 아가씨 내지는 유흥가 어딘가의 '가성비'에 관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모인, 서로 형동생 하는 토박이들의 소개팅 의뢰와 함께 지금 여친과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얘기도 들린다. 더러는 '사고쳐서' 유치원도 못간 어린 아기들을 키우는 얘기를 한다. 아이는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앞으로 필요한 액수를 생각하면 한숨만 나온다.

서울 중심적 청년 담론의 한계

그리고 SNS의 호사가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학벌과 전문직 자격증으로 구성된 구직의 세계를 전부처럼 말한다.?강남에 가는 데 1시간이 걸리지 않는 곳에 살면서 서울 원룸이 너무 비싸다며 글을 쓴다. 차라리 이런 경우는 양반이다. '경기도 나가봐라 싼 집 많다'고 말하면서 서울 밖의 삶을 감히 대안으로 추천하는데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그래서일까. 서울 중심의 SNS 청년담론에 갈수록 허망함을 느낀다. 동시에, SNS 담론이라는 건 '예능'과 무척이나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그저 관람하고 소비할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말이다.

서울 청년이 아닌, 이 사회적인 평균을 보고 싶은가? 지금 당장? SNS를 떠나라. 20대 후반의 '평범한 청년'이 사는 방식을 날것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차라리 서울로부터 최소 20km 가까이 떨어진 동네를 대상으로 하는 향방예비군에 존재한다.

베이징만큼이나 멀게 느껴지는 서울의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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