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SCP-2014
객체 등급
★★★★☆
경고
SCP-2014은 3월마다 몰아치는 국지적 유행성 감염이다. 현재까지 대상을 효과적으로 격리할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만약 인류에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대상을 격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되는 즉시 대상은 격리될 예정이다.
조사보고
우리는 아직 세간에서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병인 SCP-2014(이하 대2병)에 대해 처음으로 탐구해보기로 하였다.
대2병이란 대학교 2학년생에게 주로 나타나는 증상들의 집합을 칭하며, 아직 그 기저에 있는 원인은 '2학년이 되었기 때문에' 이외에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N수 여부나 성별, 현역 입대 여부 등에 따른 차이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러한 요소들이 근본적인 차이를 가져오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그 대표적인 증상들과 세부적인 설명이다.
괜히 새내기가 미워 보이며, '우리 땐~' 같은 말을 해본다.
이 뒤에 붙는 말은 감염자마다 매우 다양한 변화 양상을 보인다.
- '입시가 어떻게 변해서 우리 때랑은 다르게 고생도~'
- '술도 제대로 못 먹고 빼기나 하고 말이야~'
- '선배 만났는데 인사하는 척이라도 하지 어휴 참~'
표면적으로는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며 어찌 보면 이것들이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 기저에 있는 심리는 하나로 보고되었다. 그것은 '나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얘들은 대체 왜 이러는 거야!'와 같은 것이다. 이런 증상을 바탕에 두기 때문에 새내기가 선배님 밥 사주세요 하고 달려들면 괜히 내 지갑만 털리는 것 같고 기분이 영 좋지 않아지는 심장 박동수 변화를 보인다.
기타 특징으로는, 작년에 본인이 어땠는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도 밥 사달라는 연락을 안 하면 괜히 삐지기도 하는 감정 기복을 보이면서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 선배인가에 대한 자아성찰을 시작한다.
선배들에게 괜히 툴툴댄다.
우리가 알아서 잘 할 수 있는데 괜히 선배가 참견해서 일을 키운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형태로 툴툴대는 말이 튀어나오지만, 이러한 불만들은 사실 자기가 받고 있던 관심을 뺏아간 새내기들에 대한 질투라 할 수 있다.
‘부둥부둥 내 새내기 내 후배!’라고 해 주던 선배들은 온데간데없이 새로 들어오는 후배들에게만 정신이 팔려 있고, '너희들은 가서 새내기 맞이나 해라' 라고만 하니 감염자들의 서러움이 더욱 심해지는 것도 이해가 된다.
이러한 증상이 심해질 경우, '(13)언니도 결국 꼰대였어!' 같은 잘못된 생각을 갖기도 하니 주의할 것.
학교생활 전반에 회의감이 든다
각종 새내기 로망도 이룰 만큼 이뤄 봤고, 신기한 건 다 해봐서 더 재밌는 것도 없어졌다. 놀 만큼 놀아 봐서 어디 가서 뭐하고 놀아야 할지 다 알아 버려서, 더 이상 노는 것도 그렇게까지 즐겁지는 않다. 학교생활이 더 이상 딱히 재미가 없는데 그렇다고 재미있는 일을 특별히 찾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이떄 감염자들은 이것이 과연 내가 꿈꾸던 대학생활이 맞는가 하는 철학적인 고민을 시작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시에 1학년 때 다같이 뭉쳐 놀던 무리의 부재로 외로워하기도 한다.
복수전공이나 전과를 생각하는 경우 이러한 고민이 한층 더해지며, 인생의 앞길을 상당 부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 더욱 무거워진다.
조사 대상에 따라 다음과 같은 어긋남을 보였으니 관계자들은 특히 주의를 요한다.
- ‘대학 친구가 그렇지 뭐’
- ‘이게 내가 공부하고 싶던 전공은 맞을까'
- '나, 수능 다시 볼래'
아직 군대를 가지 않은 경우, 조바심이 증가한다
북위 38도선에 위치한 이 지역의 경우 남성 감염자들은 병역(Byung-yuk)이라는 단체활동을 이행해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풍습이 있다.
병역을 눈 앞에 둔 감염자들은 새내기의 등장과 함께 현실감이 증폭되면서 유독 불안한 증상을 보인다. 같은 미필들끼리 있을 땐 괜찮은 편이나, 복학생이라는 대상이 등장하여 새내기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거나 입대 날짜가 나온 친구들을 보면 괜히 손톱을 깨물기도 하는 이상증상을 보였다.
특히 술자리에서 군필이 등장해서 군대는 빨리 갈수록 좋다거나, 너도 살짝 늦었다와 같은 말을 할 때 감염자의 조바심은 극대화된다. 근래 이 지역에서 보고된 허니증후군에 발맞추어 카투사, 의경, 공군 등을 찾아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군대라는 생각에 마음은 그저 답답하다.
기타 증상 보고
● 미래 걱정도 되긴 되고, 내년이면 고학년인데, 공모전이라도 준비해 보고 대외활동이라도 찾아봐야 하나 하지만 조사대상은 말로만 끝내버리는 경향을 보였다. 전보다 학교 게시판 공고를 조금 더 꼼꼼히 보고 몇 개는 사진으로 찍어 남겨두기도 하지만 하나같이 핸드폰 갤러리 안에서 기간을 넘겨 버린다.
● 1학년 때 밤을 새서 B를 받았다고 하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슬렁슬렁 하면서도 그만큼은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딱히 전만큼 열심히 하려 하지 않으며, 학점이 올라가지도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조사 대상에 따라 이 경우에서 휴학 테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으니 관계자들의 특별한 관찰을 요함.
● 딱히 큰 이유가 있거나 하고자 하는 일이 있는 아니지만, 괜히 ‘휴학하고 싶다’와 같은 말을 입에 붙이고 다닌다. 어떤 사유로든 실제로 휴학한 동기를 보면 이러한 감정 상태는 더욱 심화되나, 아직 휴학을 할 용기를 충분히 갖추지는 못한 상태가 대부분이다.
결과 보고
이러한 증상 탐구를 마치며, 우리는 ‘대2병’이라는 임의적 명명과는 달리 이것이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름과는 달리 ‘대2병’은 치료할 필요가 없으며, 그저 많은 이들이 대학교 2학년 즈음에 한 번쯤 거치고 지나가는 통과의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즉, 이러한 일련의 증상들은 해당자의 기저에 어떤 문제가 있기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그럴 법한’ 일들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증상들로 언급된 것 중 일부는 긍정적인 면모를 어느 정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기도 한데, 위의 증상 중 ‘놀 만큼 놀아 봐서 어디 가서 뭐하고 놀아야 할지 다 알아 버려서’와 같은 부분은, 더 이상 지뢰를 밟지 않고 잘 골라서 놀 수 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방역대책
특별한 백신 처방을 권장하지 않으며, 몇 가지 민간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 ‘헌내기’라는 이름에 순응하기
- 가벼운 대외활동 / 동아리 가입을 통한 새 사람 만나기
- 선배에게 받던 관심과 사랑을 딱 끊고 독립하기
하지만 이것들이 모든 ‘대2’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해결책은 아니며, 이러한 증상들을 극복하는 것은 각각의 ‘대2’들의 몫이 될 것이니, 주변 인물들의 애정과 관심이 여전히 중요하다.
추신
연애라는 환각상태도 대2병 치료를 위해 권장된다.
단, 환각 상태 종료 이후 금단현상이 아주 극심하니 각별히 주의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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