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노력하면 밝은 미래가 찾아오겠죠?

더 열심히 아끼면 진짜 그럴 수 있는거죠?

(1)

오래된 친구와 정말 간만에 만났다.
기분을 내고 싶어 카페에 갔다.
계산을 끝내자 마자 텀블러를 내밀었다.
그렇게 할인 300원.
나머지는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으로 대신한다.
카페에서 수다를 떤 다음, 번화가를 걷는다.
골목마다 가득한 뽑기방에는 사람이 많다
인형뽑기에는 재능이 없어 코인노래방에 간다
500원이면 두 곡은 부른다.

(2)

집에서 역까지는 1km가 조금 넘는다.
마을버스와 시외버스를 타면 조금 편하기는 하다.
하지만 대개 걷는다.  
한 달에 교통비 8만원
부담스러워 끊은 정기권.
참, 환승은 안 된다.
학교까지 편도 1,550원을 기준으로 하면
한 달에 58,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
가끔 버스를 타더라도 7만원이 넘지 않는다.

(3)

하루는 배가 고파 편의점에 갔다.
킨더초콜릿을 먹고 싶었지만
2+1 행사를 하는 적당한 초콜릿 두 개를 집어든다.
계산대에 가서 입에 붙은 말을 뱉는다.
나머지는 나만의 냉장고에 넣어 주시고요,
통신사 할인카드 있어요.
아, 그런데 적립 카드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괜히 분한 마음이 든다.

(4)

항상 텀블러를 가지고 다닌다.
생수는 애매하게 잔돈이 남고, 쓰레기도 부담스럽다.
학교 자판기에서 뽑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지금은 단돈 500원이지만 그것이 5일이면 2,500원이 된다.
그렇게 한 달이면 벌써 만 원.
학식 서너 번은 사먹을 돈이다.

네...그래서 아끼고 있습니다... ⓒTV조선

이렇게 아끼다가도, 가끔은 알뜰하고 싶지 않을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러나 습관이란 참 무서워서, 가끔 생수를 사먹는 날에는 내가 이러려고 텀블러를 두고 왔나 싶어 자괴감이 든다. 편안함의 유혹에 버스를 타면 남은 정기권 횟수가 아른거린다.

당연히 아끼고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쓸데없는 지출을 줄이면 쓸데없는 욕심을 줄일 수 있는 삶이 얼마나 좋냐고도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 절약을 위해서는 또다른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일 뿐.

블러를 들고 나갔으면 전용 솔로 따로 씻어 말려야 한다. 정기권을 결제하면 한 번에 가는 버스를 두고 두세번 환승하는 지하철을 타야한다. 어느 편의점에서 어떤 행사를 하는지 검색하는 일도  매번 참 피곤한 일이다. 가끔은 적립이고 뭐고 신경 안 쓰고 카드만 내밀어 결제해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예... 저도요... ⓒ무한도전

나는 알뜰하게, 잘, 아끼고 있다. 헌데 이렇게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하고 뿌듯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아껴야 미래가 있다고 하니까 아낀다.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으면 누가 저 멀리서 흐뭇하게 바라본다. 이런 노(오)력들이 다 앞으로의 재산이 될 거라고 거들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 의문은 든다.

무엇을 위해서 아껴야 하는 걸까. 지금 아끼면 무엇이 더 나아지는 걸까. 아끼지 않아도 되는, 편히 지내도 되는 날이 언젠가 오긴 오는 것일까? 그때는 젊었을 때 고생 덕에 지금의 행복이 더욱 즐겁다고 말할 수 있게 될까. 편안한 날이 오기는 할까. 많은 사람들이 최저시급 알바노동자로 일단은 힘들게 살지만, 나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밝은 미래를 잡을 수 있는걸까.

노력한 만큼의 미래. 감당할 수 있겠어요? 진짜?

배부른 소리.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전세난은 심하다던데. 정신차려. 더 아껴야겠지. 그렇게 노력해서 집을 샀다. 이제는 편해지나. 아니다. 애들 대학 보내야지. 그러고 나면 이제는 국민연금 받으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나? 요즘은 퇴직도 빠르다고 하던데. 역시, 공무원을 해야 하나. 경쟁률이 50:1이라고 하던데.

복잡한 지하철에서 머리 아픈 고민들을 하며 집으로 가던 길, 늦게까지 열려 있는 빵집에 잠깐 들렀다. 괜찮은 가격에 맛있는 빵을 파는 곳이다. 특히 마감 전에는 남은 빵들을 묶어 6,000원에서 8,000원 사이에서 파는 것이 매력적이다.

당연하다는듯 6,000원 짜리를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6천원입니다. 현금 영수증 하세요?"

"전화번호로 할게요."

"네, 결제 되셨습니다."

"아, 잠깐만요."

우유와 같이 먹으면 촉촉하게 참 좋겠다 생각을 하다가, 내일 필요한 돈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계속해서 날 쳐다보고 있는 점원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을 건낸다. 무거운 마음으로 가게를 나섰다. 갑자기 배가 고파져서 괜히 마른 빵을 꺼내 한 입 물었다.

오늘따라, 유독 목이 막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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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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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못하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그냥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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