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도를 도라 말할 수 있으면 이미 그것은 도가 아님을 뜻하는 노자의 말이다.?그리고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끊임없이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섣불리 정의하려 들고, 그 사이에 수많은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사람들을 보면 말이다. 마치 진짜 가수에게는?‘실력파 가수’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 것 처럼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추구하는 바를 타인에게 광고한다고 해서 정립되지는 않는다.
90년대 초반, 영미권의 힙스터로 칭해지는 사람들은 의도라는 걸 가지지 않고 행동했었다. 그들은 남들과 다르기 위해 일부러 비주류적인 요소들을 자신의 것으로 끌어온 게 아닌 자신의 가치관을 따라 가다 보니 비주류적인 요소들이 자신의 것임을 알게 됐을 뿐이다.
힙스터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고자 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주변사람들의 시선을 무척 신경 쓰며 오히려 대중 속에서 스타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즉, 자신의 특수성을 보편성 속에서 인정받기를 원하는 셈이다. 남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르기를 바라는 삶. 근본적으로 ‘의도성’을 띠고 자신의 개성을 성립하려는 사람을 나는 팝스터라고 부른다.?힙스터의 근본적인 속성인 ‘비의도성’도 없이, ‘힙가힙비상힙’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내가, 내가 먼저 찾았다구!"
서울대학교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센터장인 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15>에 수록된 소비 트렌드와 '팝스터'의 성향을 결합해보면 그 징후를 보다 자세하게 발견할 수 있다.
-?일상을 자랑질하다(Showing Off Everyday In A Classy Way)
팝스터들은 자신이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SNS로 전시하고 싶어한다.
- 햄릿증후군(Can’t Make Up My Mind)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 사이에서 무엇을 취할지 결정하는 데에 ?자신감이 없다.
- 럭셔리의 끝, 평범(End Of Luxury Just Normal)
?그 와중에 돈이 많이 들고 고급스러운 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멋을 찾고 싶어한다.
- 숨은 골목 찾기(Playing In Hidden Alleys)가 있다.
그래서 오피니언 리더나 트렌드세터를 참고하여 남들과는 뭔가 다른 것을 누리고 싶어한다.
혁오(hyukoh)만 해도 그렇다.?“위잉위잉”, “와리가리”로 이미 유명했던 혁오가 <무한도전> 가요제 출연 이후 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자 팝스터들은 말한다. 나만 알고 있던 혁오를 뺏긴 기분이라고. 뿐만 아니다. 다양한 부분에 있어?이런 식으로 ‘뺏겼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교양적인 우위를 선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다만 힙한 자신의 성향을 광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소모할 뿐이다.?
그뿐인가. 서교동, 동교동 일대를 벗어나 고유의 향취가 묻어나는 동네인 상수동, 연남동은 개발화되고 있으며, 경리단길에서 장사를 하거나 예술 활동을 하고 있던 ‘원’ 주민들은 프랜차이즈 상점에 밀려 쫓겨나면서 각자 개성을 잃어가고 있다. 모두 ‘힙하다는’ 소문을 듣고 오신 팝스터들의 발걸음 덕분이다. 그 공간에 대한 존중과 애정없이 페북과 인스타그램에 전시할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공간을 소비한 댓가의 무게는 철저히 창작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좋은 것은 그냥 좋은겁니다
팝한 것은 팝한대로, 힙한 것은 힙한대로 다른 가치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팝스터들의 인식 속에서 팝한 요소와 힙한 요소는 상하관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 몹쓸 기준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염시킨다.
힙한 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세련되고, 멋진 사람으로 인식되고, 팝한 것을 추구한다고 해서 촌스럽고 자기 멋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된다. 그?어떤 요소를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추구해도 상관없다. 팝한 걸 추구해도 본인의 성향과 일치한다면 자신의 개성을 정립할 수도 있고, 힙한 걸 추구해도 본인의 성향이 힙함에 닿아 있지 않다면 자신의 개성을 정립할 수 없게 되는거 아닌가.
그러니, 제발 그놈의 힙 타령 좀 그만하자. 내가 좋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당신이 애정하는 것을 충분히 존중할 것이다.?그것이 힙이든 팝이건 상관없이 말이다.
사람에 옷을 맞춰야지 어디 옷에 사람을 맞출 일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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