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탄생] 프롤로그: 우리의 헤어짐은 강남의 사거리에서처럼

우리는 그래도 사람을 만나 사랑하려고 애쓴 세대로 기억되고 싶다.

 

'20대가 주로 연애를 그만두게 되는 이유'에 대한 길거리 인터뷰는 사실 어디에서라도 진행할 수 있었다. 신촌이든 대학로든, 하다못해 명동에서라도. 하지만 우리는 강남역에서 내렸다.

시간은 저녁 8시.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제가 이제 막 퇴근하고 있어서요""저희 이제 막 모임 끝났거든요""지금 집에 가서 해야 될 과제가 좀 많아서" 등등. 각자 다른 이유로 강남을 떠나고 있었다. 마치 우리들의 이별에도 저마다의 이유가 있듯이.

노래 가사나 영화에서 우리는 항상 대학교 강의실이나 화려한 클럽에서 애인을 만나고, 반드시 신촌 혹은 대학로의 "맛집"에서 데이트를 한다. 심지어 이별의 이유도 뻔하고 허탈한 것들뿐이어서, 남자가 바람을 피웠다든가, 서로 오해의 골이 깊어갔다든가 따위의 감성적이고 개인적인 요인들이 거의 전부다.

납득할 수가 없었다. 당장 우리와 우리 친구들이 그렇게 '멋있게' 이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성격과 생각의 차이, 감정적인 문제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설문을 받아 보고 전반적 추이를 살펴보면,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 너무도 자명하게 드러난다.

 

감정적 이유 < 경제적 이유

지난 6월 11일부터 17일까지 1주일 동안 20~28세의 남녀 421명을 대상으로 익명 설문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의 20대가 이별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본인의 경험이나 주변의 사례, 뉴스에서 말하는 것 등을 모두 참고해서 선택해 달라고 했다. 다양한 이유들이 적힌 선택지를 열거했고, 그것들을 유형별로 모아 보았다. 결과는 새삼 놀라웠다.

가장 많이 꼽힌 유형이 '경제 여건상의 이별'이었다. 아르바이트가 많아서, 일 때문에 만날 시간이 없어서, 데이트 지출이 너무 많아서 등등 돈 문제로 묶이는 유형의 답변자가 무려 43.5%나 되었다.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돈 쓰기가 부담스러워서 헤어진다니 그게 진정한 사랑인가? 하지만 적어도 익명 통계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뒤이은 유형은 '사회적인 이유'의 이별이었다. 나이 차이, 혹은 학벌과 같은 사회적 지위가 다른 데서 오는 시선을 무시할 수 없어서 헤어졌다는 사람이 26%에 달했다.

이런 불편한 이야기는 이별을 노래하는 최신 가요나 드라마에도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프다는 식의 허탈한 감성들을 늘어놓을 뿐이다.

나머지 응답자가 '마음이 변해서''서로 권태가 심해서''성격이 맞지 않아서' 등의 감정적 이유를 주된 이별의 이유로 꼽기는 했다(17.1%)?

하지만 우리는, 나머지 82.9%에 좀 더 주목하고자 한다. 우리는 왜 헤어지는지, 지금 우리의 이별은 어디서 탄생하는지.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정말로 이별을 겪어 본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날의 우리를 괴롭힌 것은?정확히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사례는 새내기 미필 남자가 회사원 '누나'와 헤어진 이야기다. 가장 흔한 이별 이유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쉽게 무시당했던 그 속사정에 대해 다룬다.

두 번째 사례는 전문대학교 학생과 4년제 대학 재학생의 이별에 대한 것이다. 학벌 중심 사회인 대한민국과 마주한 이별의 이유를 알아보았다.

세 번째 사례는 재수학원에서 만나 사귀다가 서로 다른 학교로 들어가 헤어진 경우이다. 대학에 간 순간 달라진 서로의 '사회적 거리'를 깨달았다는 고백이다.

네 번째 사례는 '회사원' 남성과 '대학생'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평탄했던 그들의 연애에서 갑자기 등장한 '회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다섯 번째 사례는 장거리 커플이다. '서울' 위주의 데이트 인프라에서 소외되는 지방 커플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었다.

여섯 번째 사례는 '언니'와 사랑했던 후배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별한 사랑을 둘러싼 시선들과 현실적인 연애의 고충을 모두 담았다.

일곱 번째 사례는 어플에서 만나 알게 된 만남과 헤어짐에 관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방식의 연애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마지막 사례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일 이상을 지속했던 커플이 끝내 헤어지고 말았던 이야기를 들어 보고자 한다. ?많은 현실을 이겨낸 이 커플이 해결하지 못한 마지막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진짜로 헤어진?이유를 말해줄게

먼 훗날, 지금이 역사책에 기록될 때, 적어도 연애를 못 하고 헤어진 이유가 단지 '마음이 맞지 않아서' 따위 허탈한 어림짐작의 나열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적어도, 로맨스 없는 바쁜 강남역 사거리 같은 세상에서나마 그래도 사람을 만나 사랑하려고 애썼던 세대로 기억되고 싶다.

그래서 직접 시작해 본다. 우리가 진짜로 헤어진 이유. 이별의 탄생.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Pin on Pinterest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Twenties Timeline

20대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