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어디까지 갈 거니?

모닝과 런치를 넘어, 이제는 24시간을 노리다.

맥도날드에서 파는 맥주 = 연구대상

지난 22일, 새롭게 오픈하는 맥도날드 판교점에서 맥주 판매가 결정되었다.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맥도날드 한구석에서 버거를 썰며 맥주를 곁들여 마시는 날이 오게 될 거라고. 아무리 그래도 전연령이 다 오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인데 주류가 제공될 리 없다고 체념하곤 했었는데 말이다.

이말년그런데그것이

야밤에 맥 먹으면서 ‘아 맥주땡긴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말년

사실 맥도날드의 술 판매 자체는 신선하지 않다. 1971년부터 맥주를 판매했던 맥주의 나라 독일이라든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 매장에서는 맥주와 와인 등 주류를 판매하고 있었으니까. 다만, 판교점이 아시아 최초의 맥주 취급 맥도날드가 될 예정이라는 점만큼은 분명 신선한 일이다.

작년 8월 ‘시그니처 버거’ 출시에 이어 이제는 맥주까지. 결코 낯설거나 힙한 아이템들은 아니지만, 거기에 얹혀지는 “맥도날드”라는 이름이 그 자체만으로 상당한 이질감을 만들어내는 한국 맥도날드의 신상품들. 이쯤 되면, 이러한 맥도날드의 시도의 근원이 궁금해진다. 신기하긴 한데, 무슨 바람이 들었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지?

 

시그니처 버거 ≠ 프리미엄 버거

일단 아주 재미없게 생각해 보자면, 경영상의 난제를 프리미엄 전략으로 극복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웹진 아이즈에서 다룬 것처럼, 맥도날드의 상황은 그저 여유만만하지만은 않다. 버거킹, 서브웨이 등 경쟁 브랜드가 쫓아오고, 올해는 SPC그룹을 통해 미국의 유명 버거 브랜드인 쉑쉑버거(shake-shake burger)의 국내 진출까지 예고되어 있으니, 맥도날드로서는 위치를 공고하게 다질 결정적인 ‘한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안녕 나는 쉑쉑버거고 너의 뱃살을 책임지게 될거야

안녕 나는 쉑쉑버거고 너의 뱃살을 책임지게 될거야

그리고 나온 것이 패스트푸드 업계 최초의 ‘수제’ 버거,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였다. 하지만 이것을 맥도날드의 유일한 ‘한방’이라고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 프리미엄 전략이라는 것은 한국맥도날드 션 뉴튼 전 대표가 말한 맥도날드의 메시지, “누구나 편하게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의 방향성에 맞지 않는다.

기계적인 프리미엄화 전략은 맥도날드가 지향하는 모두에게 열린 공간과는 거리가 있다. 프리미엄의 본질은 차별화이고, 서로를 차별화되는 곳이 모두에게 편할 리는 없기 때문이다. ‘아무나 아무때나 맘 편하게’로 잘 형성된 브랜드 이미지를 함부로 건드려 기존 고객을 잃을 만큼 맥도날드는 어리숙한 기업이 아니다. 빅맥 등 기존 메뉴가 잘 판매되고 있고 맥도날드 고유의 시스템이 굳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브랜드 이미지를 바꿀 이유는 없다.

이런 맥락에서 오히려 시그니처 버거는 단순한 프리미엄 메뉴가 아닌, 모두를 위한 공간이라는 맥도날드의 지향점으로 향하는 행보라 할 수 있다. 맥도날드를 찾게 될 누군가가 원하는 것을 만들어내는, 모두를 커버할 수 있는 공간을 향한 움직임 말이다.

 

맥도날드가 지향해온 것 = 아침 점심, 그리고 저녁

사실 맥도날드에 이질적인 메뉴가 추가된 것은 처음이 아니다. 맥도날드는 이미 한 차례, 상상할 수 없었던 메뉴를 내놓은 적이 있다. 기억하시는가? 그 메뉴가 처음 세상에 나오던 날의 센세이션과 임팩트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되고 있는 부드러운 핫케이크와 스크램블드 에그, 그리고 잉글리시 머핀과 로스트 커피. 이 따뜻한 미국식 ‘집밥’은, 생각해 보면 그 시절 기준에서 ‘맥’스러운 메뉴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 굉장히 가정적인 메뉴는 이제 맥도날드에 없어서는 안 되는 메뉴가 되어버렸고, 모닝 빅맥이 부담스러웠던 수많은 사람의 아침을 책임지며 당당히 맥도날드의 일부가 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이야말로 현재 한국맥도날드의 거대한 복선이었다. 결국 맥도날드는 우리의 모닝을 시작으로, 런치는 물론, 이제는 우리의 저녁과 24시간까지를 맥으로 채우고 싶었던 것이다. 아침은 맥모닝으로 해결, 점심에는 빅맥 런치세트, 일하다 피곤하면 맥카페, 퇴근 후엔 느긋하게 재료를 골라 즐기는 시그니처 버거. 뭔가 부족하지 않나요? 여기에 생맥주 하나쯤 있으면 딱 좋겠는데. 아 미국 맥브루처럼요? 좋네요!

그리고 배달까지!

오기 귀찮아? 그럼 배달해줄게!

이제 모든 퍼즐이 딱 들어맞는다. 이전에 야심찬 프로모션으로 좀 생뚱맞다 싶을 정도로 새롭게 개시했던 맥모닝과 맥커피. 그러다 가장 잘 나가던 직영 매장의 한 달 매출을 내부 공사로 양보하고, 굳이 새로운 시스템과 크루를 확보하면서까지 내놓은 DIY식 수제버거, 그리고 마침내 찍힌 맥주 판매라는 방점. 이건 단순한 경영난 타파나 프리미엄 전략에 기인한 행보가 아니다. ‘누구나' / '편하게' / '24시간' 찾아올 수 있는 패스트푸드 레스토랑’이라는 더 큰 전망을 맥도날드는 그리고 있다.

여기는 햄버거 '도' 파는 곳입니다

스타벅스를 두 번 이상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가 이해하겠지만,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그저 그런 카페가 아니다. 이제 ‘스벅’은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의 근로생활 방식 그 자체가 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비싼 돈 들여 가며 전세계적으로 균일한 무료 인터넷과 전기와 배경음악과 멤버십을 제공한다.

뉴욕의 스타벅스

뉴욕의 스타벅스

맥도날드 역시 스타벅스 같은 초국적 식료품 프랜차이즈로서 비슷한 규모의 야심을 품고 있는 것 같다. 단순히 가격이나 낮추고 매장이나 넓히는데 그치지 않고. 한 사람의 아침, 점심, 저녁, 온종일의 끼니를 커버하는 식생활 방식 그 자체가 되려는 것이다.

참고로 스타벅스는 오래전부터  ‘신년 다이어리/텀블러’를 주력 상품으로 하여 핵심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사람들의 근로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맥도날드의 다음은 어떠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누군가는 아침으로 맥모닝을 먹었을 것이고, 지금 내 옆에는 맥카페가 놓여 있으며. 이제 저녁 술자리의 후보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것.

그렇게 맥도날드는 모닝과 런치를 넘어 우리의 24시간으로 깊숙히 들어오고 있다. 지금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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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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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졸리면 밥먹고, 배고프면 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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