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습니까? 리얼입니다

그 혐오의 단어들은 우리 모두의 것이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예능으로 옮김
줄곧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곤 함.
각양각색의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사이다 발언을 담당.
‘더 지니어스: 블랙 가넷’이나 ‘크라임씬 2’ 같은 두뇌파 오락 프로그램에서 활약
막가파인 것 같으면서도 두뇌플레이도 가능한 양가적인 매력.
대체불가 유일무이 방송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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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환호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장동민은 어느 날 문턱을 만나게 된다.?지난해 옹달샘의 다른 멤버들과 자체적으로 진행하던 팟캐스트 라디오 ‘옹달샘과 꿈꾸는 라디오’에서 뱉었던 여성 폄하적 발언이 문제시된 것이다.?사태는 일파만파 퍼져 나갔고, 내친김에 그간 장동민이 미디어에서 보였던 언행 하나하나가 웹을 통해 취합되기까지 했으며, 급기야 ‘식스맨 프로젝트’에서 자진 하차하게 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났다.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 방송을 열심히 해서 보답하겠다고 했던 장동민은 다시?'한부모 가정 조롱' '이라는 이슈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던져지고 있는 돌에 하나를 보탤 생각은 없다. 다만 나는 궁금하다. 애초에 사회적 허용 범위 안에 들 수가 없는 장동민식 ‘쌈마이’가, 왜 아직까지 대중 앞에 존재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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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답을 찾기 위해 아주 기본으로 거슬러가 보자. 미디어란 개개인이 각자의 위치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가는가를 집약해서 보여주면서, 전반적인 사회 흐름을 보여주는 기능을 가진다. 커버리지가 넓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교육적인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 선을 가장 철저하게 지켰던 것이 2000년대 초반까지의 ‘세트 예능’이었다.프로그램은 출연자들이 개성을 발휘하기 보다, 특정 캐릭터와 설정에 맞춰주기를 기대했다. 출연자 역시 해당 프로그램이 원하는 프레임에 블록처럼 들어가서, 이미지에 따라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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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심 둘이 사귀는 줄 알았음 ⓒSBS 'X맨'

하지만 이러한 잣대는 예능 프로그램 세계 속 캐릭터의 다양화를 저해하는 원인이 되었다. 실제의 삶이 진행되는 사회에는 이미 수많은 개성을 가진 대중들이 있는데, ?그들은 해당 프로그램 내에서만 개연성이 있는 가공의 인물로 고정된 것이다. 그만큼 미디어에 비치는 출연자의 모습과 현실 속 대중들의 모습 간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이 공백을 없애는 차원에서 한국의 방송 미디어, 특히 예능 프로그램이 추구한 것이 ‘리얼’이다. 가식적인 설정이나 태도를 벗어버리고 각자의 개성을 살려서, 생동감 있게 대중들에게 다가가려 하는 것이다. 일례로, 2000년대 초반의 MBC “천생연분”과 SBS “연애편지”는 분명히 다르다. 천생연분이 장소, 게임, 상황, 캐릭터를 모두 지정하며 연예인들의 작위적인 연애사를 그렸지만, 짝은 아예 여러 일반 남녀들이 실제로 각본 없이 사랑을 준비한다.

경찰 조사 결과 제작진에 따르면 A씨는 촬영 초반부에는 인기가 높았고, 호감을 가진 남성 출연자도 있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고 했다 ⓒSBS '짝'

제작진에 따르면 자살한 A씨는 후반부로 가면서 인기가 다소 떨어졌다고 답했다 ⓒSBS '짝'

‘토크 예능’ 도 그렇다. ?전반적인 세팅과 대본을 작성해 진행하는 ‘무릎팍도사’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지금 볼 수 없지만 MBC의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스트의 과거사를 포장하거나 변명의 기회로 제공되는 등, 리얼하지 않는 것보다는 계속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선호하는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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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내부적으로 발생된 이슈도 다음 에피소드에서 활용된다 ⓒMBC '라디오스타'

여기에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나 ‘아프리카’ 등의 인터넷 방송을 통해 대중이 직접 만든 콘텐츠들이 별다른 장애물 없이 다른 대중들에게 확산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 결과, 대중들은 이제 일방적인 시청자가 아니다. 보급된 인프라를 활용하여 독자적인 채널을 통해 얼마든지 무언가를 생산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자연히 방송이란 이름 아래에서 최소한으로 지켜지던 모든 장벽도 사라지게 되었다. 별풍선을 받기 위해 머리에 간장을 쏟아붓고,?강변북로에서 시속 180km로 달리는가 하면,? 미성년자 여학생과 성인 남성 2명의 성관계 모습도 ON-AIR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든 것은 ‘리얼’을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용인되었다.

그리고 딱 그만큼,?예능 등의 매체가 최소한으로 지켜야 한다고 한때 믿었던 “착한” 멘트와 “올바른” 행동들이 가식적이고 기계적인 것으로 취급되었다.?경쟁을 통해 승자를 가리는 프로그램에서 “옆에 있는 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멘트는 “대본”으로 취급되고, 팀 멤버 중 누가 제일 좋으냐는 질문에 “다 좋아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존중은 이제 내숭으로 취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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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봐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대는?필터링 없이 더 솔직하게 ‘까고’ 말해야 반응을 이끌어 내는 공기로 바뀌었다. 이제 방송 출연자들은 더 솔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대중’이 외면할 것이고, 멈칫하는 순간 더 생생하게 솔직한 다른 패거리에게 자리를 빼앗길 테니까. 지금도 우리 주변을 둥둥 떠다니는 혐오와 편견의 단어가 사라지지 않은 이상 리얼월드의 단어들은 끊임없이 복사되고 유통될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2016년 4월이 왔다. 드디어 우리는 ‘충청도의 힘’이라는 개그 코너를 아웃풋으로 얻게 되었다. 축하한다. 이제 장동민을 이기는, 더 솔직하게 아무 말이나 더욱 더 막 하는 누군가가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를 레전드 뇌섹남 사이다로 즐기고 있으면 된다. 누군가 상처를 입었다고, 어쩜 그럴 수가 있냐고 외치는 말도 들리지만 엄격 근엄 진지한 선비들의 말이니 무시해도 좋겠다. 대체 뭐가 문제라는 건지 모르겠다. 가식 없이 솔직하게 할 말 하는, 그저 현실일 뿐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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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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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김정원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읽고 쓰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의외로 꼰꼰대고 우는 소릴 자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