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게 육아 예능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 예능들은 전반적으로, 먼 옛날에 한 번 검증한 줄거리와 구성을 그대로 가져간 채, 세부적인 아이템과 사람만을 바꿔 반복되고 있다. “슈스케”는 또 하느냐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지?‘2016’을 붙여서 8탄이 방영될 예정이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쇼미더”는 별다른 말도 탈도 없이 5탄을 방영 중이다. 무한도전과 개그콘서트와 라디오스타는 말할 것도 없겠다.
여기서 ‘아기 예능’의 경우는 흥미롭다. 더 이상 출연할 수 없는 시점이 온다는 점에서는 ‘우결’과 흡사한데, 기존 아기 하차 후 새 아기 에피소드가 시작되면 거짓말처럼 불만 여론이 사그라든다. 아이러니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은 부쩍부쩍 자라고, 어느 순간 아기가 애 같지 않은 순간이 오는데, 그걸 다 지켜본 시청자들이 ‘OO?나가면 더 이상 안보겠습니다’, ‘이럴 거면 폐지해라’를 외치다가도, 다른 귀여운 아기들이 눈웃음을 지어 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 행복해하는 것이다.
문득 생각해 봤다. 지금 매년 매주 반복되는 다른 예능처럼, 육아 예능도 완벽하게 반복되는 포맷을 잡아서 정착을 한다면, 그리고 그대로 30년쯤이 지난다면 어떻게 될까? 몇 장의 가상 방송 장면들을 만들어 보았다. 옛날에 인기 있었다는 이유로, 지금 사람들이 적당히 좋아해 준다는 이유로 모든 예능을 적당히 만들고 적당히 보다 보면, 이것들 중 몇 가지는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 주의 ~?
"이 글을 작성한 에디터는 꿈도 희망도 없는 문과입니다!"
합성 어렵다... 다만 노력을 어여쁘게 여겨달라....
1.?슈퍼스타K 2036이 방영된다. 그 MC는 민국이다.
바르게 잘 큰 민국은 아버지를 닮아서 MC를 잘 본다. 그 진행 능력을 인정받아, 슈퍼스타K 2033때부터 3년 연속 메인 MC 자리를 도맡게 된다. 벌써 38년째 된 유구한 전통의 오디션 프로그램이지만, 아버지를 따라서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멘트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2. 위대한 탄생 40탄이 나온다. 여기에 윤후가 일반 참가자로 나온다.
오래 전 ‘아빠! 어디가?’ 출연 당시 사람들로부터 ‘이태권 닮은꼴’로 소문이 자자했던 윤후가, 아버지 닮은 노래실력이 있다는 소문이 났다. 그러자 본인은 ‘아기 예능 1기’라는 거창한 타이틀 그리고 아버지의 영향으로부터 결별하고 싶다면서, 굳이 일반 참가자 자격으로 오디션에 참가한다.
3. 해피투게더 시즌37에 이서준이 ‘전성기 시절’ 토크를 선보이며?고정 게스트로 나온다.
한때 ‘장꾸’로 명성 드높던 이서준은 해피투게더 시즌37의 ‘스마트 사우나 토크’에 잠깐 나갔다가 “지금도 대한이 형이랑은 어색해요” 같은 명대사를 남기며 대박이 터진다. 이후로는 자료화면보다 더 생생한 전성기 시절 토크를 선보이며 제 2의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4. 송만세는 정통 사극 배우가 되었다.
그는 최근에 2030년대의 임권택이라 불리는 모 감독의 프로젝트 “장군의 증손자” 관련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제가 육아 예능 2기 시절에 아버님 따라서 대하드라마 ‘장영실’의 꼬마 거지 역할을 해 본 것이 영향이 컸습니다. 이번 영화도 사극의 일환이라 생각하고, 다양한 표정 연기를 선보이겠습니다.”
5. ‘베이비스101’ 제작 발표회에 백서우가 국민엄마 MC로 등장한다.
최강 매력의 아기에게 양육비 전액을 지원한다는 파격적 조건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베이비스101’이 기획되었을 때부터 ‘오마베 대선배’ 백서우는 “국민 엄마”이자 전체 오디션 진행자로 내정돼 있었다. 제작 발표회에서 예전 가요를 패러디해 불렀던 “우리는 아장대는 아가들~” 노래 역시 화제가 되었다.
6. 라율은 쌍둥이 딸을 낳아 ‘슈퍼우먼이 돌아왔다’ 21기로 투입될 예정이다.
‘라둥이’로서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라율은 이후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스타 전문가’가 되었다. 10년쯤 전부터는 ‘어머니와 아이가 함께 케어받는 세상’을 꿈꾼다는 육아 예능 ‘슈퍼우먼이 돌아왔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쌍둥이 딸을 낳아 아예 직접 출연하기로 했다고.
구상해볼 때는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 되지 않나 했는데…?막상 이미지를 만들어놓고 보니 몇몇 장면들은 정말 이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특히, ‘육아 예능 출신 연예인이 육아 예능에 다시 나오는’ 일은 몇십 년 지나면 실제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이 된다. 그때도 아기들은 귀여울 것이고, 그때도 TV는 귀여운 아이들의 성장기를 보여주며 시청률을 가져오고 싶어할 것이고, 그때도 우리는 귀여운 아기들을 별 거부감 없이 귀여워해 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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