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맛나는 세상] ① 어디서 마실때 가장 재미있는가?

마셔 마셔 먹고 디져

기획의도

잘 먹고 잘 놀고 무식하게 퍼마시기로 유명한 트탐라 MT. 이거 끝나고 집에 가면 당장 ‘먼탐라’ 마감을 해야 하는 팀원들도 있었지만, 결국은 모두가 오늘만 살기로 결정하고 진탕 말아 드셨다.

다음날 깨질 것 같은 머리를 부여잡고 집합한 카톡방에서 우리는 30초만에 합의했다. 도저히 마감을 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눈물 젖은 시말서를 써 내고 1회의 휴가를 받았더랬다. 사실 지난 주 월요일에 #먼데이스타임라인 이 올라오지 않은 데는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근데 확실히 마감이 있는데 마시는 술이 진짜 잘 들어가는 거 같아요. 확 취하고.”
“그치? 다 놓고 마시는 그 기분이 쩌는듯ㅇㅇㅇ”
“그럼 다음 먼탐라 주제는 이걸로 ㄱ?”
“ㅇㅇ 좋음”

그래서, 금주 먼탐라는, 처음부터 끝까지 술 얘기다. 여기서는 먼저 ‘어디서 어떻게’ 마셨을 때 스릴과 배덕감, 신선미와 두근두근이 있었는지를 소개한다. 따라해 봐도 되냐고? 음, 일단 민형사상 심각한 처벌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나머지 문제는 스스로 판단해 보시길!

 

1. 캠퍼스 : 짜릿한 낮술의 기억 (by Y)

낮술은 대학생의 낭만이 아닐까. 전에는 미성년자라 안 되고, 후에는 규정상 안되는 삶. 물론 매일 낮술을 하면 몸에도 안 좋고 점수에도 안 좋겠지만 가끔은 정서에 좋기도 하다. 1학기 때는 선배가 점심에 쭈꾸미 삼겹살을 사 주며 막걸리도 한 잔 시켰다. 그때가 중간고사 3시간 전이었지 아마. 2학기 때는 친구들과 단체로 수업을 째고 한강에 맥주를 마시러 갔다.

한강 낮술

○이트 관계자 분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010....

3학기에는 빈 ○카리스웨트 병에 KGB를 넣고 친구와 하루 종일을 홀짝거리며 스릴 있게 다녔다. 복학을 한 4학기부터는 공강 시간에 캔맥을 따는 게 유일한 낙이 된 지 꽤 됐다. 어쩌면 태양과 술을 떼어 놓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2. 술집 : 알바 시작 전, 몰래 마셨던 그 한 잔 (by S)

처음 술집 서빙을 시작했을 때 생맥주 따르는 게 그렇게 스릴 넘칠 수가 없었다. 냉장고 안에서 땡땡 얼어 있는 무거운 500잔을 30도 정도로 꺾어 들고 금방 흰 거품이 되어버릴지 모를 맥주를 사르르 따라 내린다. 뿌옇게 김이 서린 유리잔 밑바닥에 황금빛이 차오를 때 그 안도감이란. 그때서야 살살 잡고 있던 래버를 힘껏 잡아당기는 것이다.

맥주 따르는 기계

회도 활어가 제일 맛있듯, 역시 술도...

처음 레버를 당길 때는 보통 거품부터 나오기 때문에 맥주 기계 옆에는 항상 그 거품을 받아낼 1200cc 플라스틱 피처 잔이 있었다. 그걸 아는 우리 알바들은, 실수인 척 슬쩍 더 따른 맥주를 목구멍으로 직행시켜 버렸다. 아이고 신나라! 김도 조금 새고 조금 덜 시원하지만, 또 어디선가 나를 찾는 벨이 울릴 때 잠시 모른 척하고 들이키는 그 맛은 또 색다른 행복이었다. 밀물 썰물마냥 끊임없이 술판을 차리고 치우다가 ‘간바레오또상’ 같은 걸 다 안 마시고 간 손님이 있으면… 알바들은 잔치 벌이는 파도들 같은 기분이 되었드랬다.

 

3. 학교 운동장 : 단, 아무도 없을 것 (by J)

언젠가 꼭 해 보고 싶은 일종의 ‘길티 플레저’가 하나 있다.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 그곳에 가서, 추억을 쌓았던 친한 친구들과 함께, 운동장 한복판에서 노상을 까는 것이다. 얼마나 추억 돋고 짜릿할까! 야자하며 다니던 시절에는 가끔 학교 운동장에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을 영 이해하지 못했는데, 내가 그 사람들의 나이가 되고 보니 또 묘하게 이해가 된다. 맥주 두세 캔과 과자 봉다리 몇 개를 들고 다시 그 자리를 찾아가서 옛날 얘기 한 자락 하면, 그보다 더 향수가 자극되는 술자리도 달리 없을 것이다.

시계가 어서 귀가하라고 외치고 있다

시계가 어서 귀가하라고 외치고 있다

물론 너무 많이 마셔 괴성을 지른다든가 했다가는 겨우 되찾은 낭만을 고스란히 당직실이나 학교보안관실에 반납하고 쫓겨날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밤마다 초등학교에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고 행패를 부리는 술꾼들이 적지 않다고 하니… 나는 절대 오버하지 않고 조심조심 살금살금, 한 모금씩 홀짝홀짝, 나긋한 목소리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마시고 얌전히 돌아올 것이다. 머지않아 2학기가 되면 적어도 자정은 넘겨서 찾아갈 거다. 너무 일찍부터 달렸다가는 야자를 마치고 돌아가는 내 후배 친구들에게 쪽을 팔고 말 테니까…

 

4. 과방 : 그것도 시험 전날에 (by S)

시험 기간에는 꼭 술이 땡긴다. 나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나 보다. 공부 하지도 않으면서 공부하기 싫다고 찡찡대면서 들어간 동방에는 ‘그렇다면?!!’이란 눈빛을 보내는 사람이 꼭 한둘은 있다. 그렇다면 옳타쿠나 술판이 벌어지는 거다. 그리고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의 술자리는 길어지는 법이지. 한 잔 두 잔 마시다 보면 ‘내일 1교시 시험이지’라는 인식이 ‘우리 집 냉장고에 양배추 있었지’랑 비슷한 등급의 인식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다.

“야 나 내일 1교시 시험인데 어떡허냨크크흐흐흫흐”
“내일 못일어나면 망하겠네”
“일어날 수 있서?”
“절때못일어나짘ㅋㅋㅋ”

그리고 이런 사진이 꼭 사진첩에 남아있다

그리고 이런 사진이 꼭 사진첩에 남아있다

...대충 이런 대화가 이어질 때면 한 1시쯤이다. 그러다 편의점 가서 신나게 카드를 긁다가, 상쾌한 기분이 들 때까지 마시고, 시험 보러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는 것이다. 아 적다보니 이게 정말 말이 안 되는 소리였구나. 시험? 당연히 망하지. 그렇게 찡찡대면서 과방에 들어가면 “너도?!!”라고 외치는 사람이 꼭 한둘은 있다. 내 시험을 망치러 온 길티 플레저...

 

5. 야외 공연장 : 중고등학생들 앞에서^0^ (by H)

확실히 요즘은 술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각종 페스티벌이 많아졌다. 그래서 나 같은 오랜 아이돌 덕후에겐 아이돌의 가무와 함께 즐기는 술이 하나의 로망이었다. 그래서 술에 찌든 대학생이, 청소년들의 꿈을 위한 ‘드림 콘서트’에 살짝 편승해, 치맥 파티를 벌였다. 치킨과 맥주가 함께한 상암 경기장에서는, 가수들이 면봉처럼 보이건 말건 그저 떼창과 흥으로 물든 파티장이었다.

드림콘서트 치맥

중요한 점은,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나처럼 응원 도구 대신 안주를 쥐고 흔들며 노는 것이었다. 역시 음주가무는 풍류가들에게 내려오는 전통적인 진리라는 점을 새삼 느끼며, 우리를 낯설게 쳐다보는 급식팬들에게 속으로 한마디 했다. 너희도 늙으면 이 맛을 알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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