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본 종편예능] ② 그나마 있는 JTBC도 아쉽다

우리 애가 예능을 참 열심히 해요. 좀 못 해서 그렇지.

열심히는 하는데, 왜 이렇게 아쉬울까

우리는 종편이라고 하면 끊임없이 나가는 ‘속보’ 경쟁 생방송 뉴스를 떠올리지만, 원래 ‘종합편성채널’이라고 하면 뉴스 보도 외에도 드라마, 다큐, 예능 등을 다 할 수 있는 방송국을 뜻한다. 그리고 다른 종편 채널들이 흑자 전환을 위해 보도 위주로 편성을 하고 예능 프로그램을 줄여나가고 있는 지금, 유독 JTBC는 계속되는 적자 여건 속에서도 투자에 아낌이 없다. 2014년 기준으로, JTBC는 나머지 3사의 2배가 거뜬히 넘는 1,174억원을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jTBC 예능들

ⓒ 중앙일보

이런 투자와 관심 위에서 나름의 성과도 나오고 있다. 시즌 4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동남아 방송국들에 포맷을 수출한 음악 예능(‘히든싱어’)이 있는가 하면, 2년을 넘겼거나 곧 넘길 예정인 장수 예능(‘마녀사냥’, ‘냉장고를 부탁해’ 등)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JTBC의 미래를 아주 낙관하기만도 어려운 이유가 있다면, 이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이 요즘 띠고 있는 경향 때문이다. 유형별로 약간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이렇다.

 

예능이 ‘안전빵’을 추구할 때

예능은 ‘신박함’을 요구하는 장르다. 어떤 형태로든 일종의 도박 혹은 외줄타기가 있느냐 어떠냐가 일반 시사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의 위치를 가른다. 그런데 지금 JTBC의 예능들은 외줄타기를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안전빵’에 안주하는 느낌을 받게 된달까. 구경해볼 만한 과감한 동작이 별로 없어지니, 대중이라는 구경꾼들이 끌려들어 오지 않는 것이다.

요즘의 ‘냉장고를 부탁해’를 보며 더 그렇게 느낀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고참 셰프와 새로 들어온 셰프의 노하우 격차는 날로 벌어지는데도, 15분 안에 주어진 재료로 요리를 한다는 기본 규칙은 별다른 고민 없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변하지 않는 룰, 검증된 재미와 ‘역시 아무개 셰프’로 이어지는 시청자 반응은, 결과적으로 각 리그의 경쟁 구도라는 ‘냉부’ 촬영장의 원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jTBC 힙합의 민족 피타입 인터뷰

이분 최소 불한당패 ⓒ JTBC ‘힙합의 민족’

‘냉부’가 형식적 안전을 추구한다면, ‘할미넴’을 프로듀스해 보겠다던 ‘힙합의 민족’은 내용적 안전을 추구했던 사례로 꼽을 수 있겠다. 첫방송 싸이퍼 무대에서 대놓고 “즐기는 자에게 감히 누가 돌을?”을 외쳤던 것은 복선이었지 싶다. 이후 ‘힙민족’은 예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충분히 주거니받거니 해 볼 만한 이슈 파이팅조차도 거의 살리지 않은 채, 그저 ‘엄마’나 ‘중노년 여성의 도전’을 부각하며 어떤 스토리를 기억에 거의 남기지 못하고 조용히, 싱겁게 끝났다.

 

검증된 형식인데도 왠지 비어 보인다

JTBC의 예능 중에는 다른 방송에서 흥행이 입증된 구성을 본따 온 것도 적지 않다. 개중에는 지금껏 공략된 적 없는 시청자층이나 소재를 잘 잡아내서 나름 잘 팔리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예능들은 지금 근본적으로 심심한데, 포맷 자체가 식상해졌거나 그것을 방송으로 소화해내지 못해서 그런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말하면 와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각 프로그램들의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님과 함께 시즌2: 최고의 사랑’이나 ‘걸스피릿’을 보자. 각각 가상 결혼 예능과 보컬 예능의 전형에 속하는 이 프로그램들은, 그럼에도 이 포맷에 전형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 심심하게 부족하다. ‘님과함께’에는 ‘우결’에서 보던 닭살 돋는 상황들보다는 김숙과 윤정숙, 오나미와 허경환이라는 인물들의 진심이 더 비중 있게 비쳐지고, ‘걸스피릿’은 출연진들 사이의 캐릭터 대결이 딱히 없고 그저 다 잘 하기만 한다. 이 형식이 담보해 주던 ‘흥미진진함’이 왠지 잘 구현되지 않는다. 자연히 이 프로그램들은, ‘잘 사귀고 있나 보다’, ‘잘 하고 있나 보다’ 정도로 지나가는 것이 되고 있다.

jTBC 코드비밀의방 1화

아 나 이거 뭔지 알아 더 문제적 지니어스 남자 맞지?? ⓒJTBC ‘코드: 비밀의 방’

‘이걸 꼭 이 포맷으로 다뤄야 하나?’ 싶은 예능도 꽤 된다. ‘헌집줄께 새집다오’는 “셀프 인테리어 배틀”을 표방하며 등장했고, ‘코드: 비밀의 방’은 방탈출 카페라는 최신 유행 놀이 문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자기 방 꾸미는 인테리어가 배틀이 될 이유는 뭐고, 전문 업장이 따로 있는 ‘방탈출 카페’를 스튜디오에 재현할 이유는 뭘까? 관심이 갈 이유가 마땅치 않으니, 자연히 관심이 끊긴다. 배틀은 분명 어느 정도의 흥행을 보장하고, 트렌디한 지적 대결도 꽤 인기가 있지만, JTBC는 이 포맷들이 갖추어야 할 어떤 박력을 잘 보여주지 못한다.

 

3. 정치적으로 올바르기 위해 피드백을 포기한다: ‘잘먹소’와 ‘비정상회담’의 반성모드

더 큰 문제점도 있다. 간혹 과감하게 ‘들이미는’ 경우가 있다가도, 어떤 정치적 올바름에 있어서의 정도를 못 지켜 비난의 화살을 받는다는 것,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프로답지 못하다는 점이다. 어떤 예능이 나쁘다면, 그것은 그 예능 자체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아서일 경우는 별로 없고, 그 ‘올바르지 않음’을 소화하고 사회에 전달하고 위기에 대처하는 요령이 없어서일 때가 더 많은데도 말이다.

지난 6월 말 걸그룹 멤버들에게 ‘먹방’을 시키며 푸드 포르노의 정점을 찍고 2회만에 종영된 ‘잘 먹는 소녀들’이 대표적이다. 아주 쉽게 말해 보자. 누가 먹방을 하지 말라나? 식이요법이 그토록 중요한 댄스가수들에게 뭔가를 꾸역꾸역 먹이면 안 된단 말이지. 하지만 이 방송사의 예능국은 어디서 ‘팩트 체크’라도 좀 하고 오셨는지, 허겁지겁 시청자 게시판을 닫아 놓고 지금까지 아무 후속 조치가 없다. 그래서 아마도 한동안 JTBC에서는 ‘아이돌 + 먹방’을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다. 진짜 문제가 뭐였는지는 배우지 못한 것 같으니.

JTBC 잘먹는소녀들 1화

보고 있노라니 멀미가 난다 ⓒJTBC ‘잘 먹는 소녀들’

최근 출연자를 대거 교체하면서 논쟁적인 주제가 급격히 줄어들고 각국의 문화 이야기 위주로 진행되는 ‘비정상회담’ 역시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진다. 이 쇼가 비난을 받았던 것은 나라별 ‘썰’ 때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문제되지 않을 톤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예컨대 “일도 아이도 포기 못하는 나는 비정상인가요?” 따위 우문(愚問)만 토론 주제로 내걸지 않는다면, 타일러 같은 출연자들의 ‘소신 발언’으로 시청률을 충분히 살려낼 수 있는 것이 이 방송의 묘미였다. 그런데 이번 개편에서 그런 톤을 유지하겠다는 의지가 어디론가 슬쩍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 보면, 타일러 본인도 이번에 하차했다.

 

열심히만 하면 안 돼, 잘 해야지

tvN의 성장, 무려 4개나 되는 종합편성채널, 유튜브와 SNS로 다가가는 MCN 채널과 페이스북 페이지 콘텐츠들까지. 볼 것이 너무 많아진 한국 방송계는 확실히 과열돼 있다. 이 치열한 관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재방송으로든 ‘핫클립 영상’으로든 계속 뿌릴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쉼 없이 만들어내야만 하는데, 인력과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대놓고 “B급 뉴스쇼” 운운하며 질 낮게 구성되는 시사 프로그램이 판치는 지금 종편 채널들 가운데에서, JTBC는 분명 응원하고 싶은 존재다. 어쨌든 우리가 알고 있는 예능이라는 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어느 방송국의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채널A ‘돌직구쇼’

하지만 지난 2년간 방송 채널 평가에서 7개 부문 1위를 한 방송사의 화려한 경력이 무색하게도, 아니 어쩌면 오히려 그 평판 때문인지, 지금 그들의 연예오락 콘텐츠는 지나치게 안전을 추구하는, 착하기만 한, 그래서 좀 김이 빠진 느낌이 있다. 아슬아슬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문제 되지 않는 선에서 풀어내야 할 텐데, 그게 그들이 하고 싶어하는 “예능”의 핵심 묘수일 텐데, 지금의 그들은 나름 열심히는 하지만 잘 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보인다. 아니면, 아예 도전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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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김정원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읽고 쓰고 말하기를 좋아합니다. 의외로 꼰꼰대고 우는 소릴 자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