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좀 솔직해집시다!
9월 마지막 주 먼탐라 주제로 결정된 복수전공 얘기를 진지하게 생각한 끝에,?이 모든 고민이 사실 별 소용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왜냐고? 사실 잘 알지 않는가? 우리는 문과를 나와도 치킨을 팔고, 이과를 나와도 치킨을 튀기고, 예체능을 나와도 통닭집을 차릴 예정이라는 사실을!
기왕 이렇게 된 거, 좀 솔직해져 보기로 했다. 복수전공을 순전히 일자리 때문에 고르고 있는 거라면, 아예 거기에 최적화된 전공 테크트리대로 가 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여기 몇 가지 커리큘럼을 만들어 제시해 보았다. 마음에 들고 할 만해 보이면 골라 가시라. 여러분만은 부디 치킨집 사장보다는 좋은 일을 찾아서 1일 1닭하는 행복을 누리시길… 난 이미 글렀으니깐… 크흡…
1. 신학과 + 경영학과 → 교회당 건물주
사람들은 교회에 뭐 하러 갈까? 기도하러? 아니! 대형 공연을 보고 힐링 강연을 듣고 밥 먹고 돈 내러 간다! 그렇다면, 사실상 스타디움에 가까운 이 설비를 전문적으로 운영할 사람이 한 명쯤은 필요하지 않을까??옥상 십자가의 밝기 조절부터 부동산 가치 변동까지,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설계하고 관리해 주는 사람으로 거듭나자! 목사님은 오직 설교에만 집중하게 해 드리고, 실권을 누리며 천국처럼 지낼 수도 있다.
2. 언론홍보학과 + 화학과 → 언론사 인터넷팀장
인터넷 뉴스의 기사 제목들은 날이 갈수록 그 강도와 자극성이 강력해지고 있어, 머지않아 ‘약을 빨지 않고는’ 도저히 제목을 뽑을 수 없는 특이점이 올 것이다. 그 때가 되어 기계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기 전에, 미디어 종사자들을 위한 합법적이고 안전한 향정신성 약물을 제조할 전문 역량이 요구된다. 모두에게 특제 ‘붕붕드링크’를 나눠주는 멋쟁이 팀장이 되어 트래픽 1위의 영예를 안겨주자!
3. 건축학과 + 아동교육학과 → 노가다 십장
석촌호수 옆에 완공된 거대한 주상복합 빌딩을 볼 때, 단순 건설 근로야말로 떠오르는 21세기 창조 경제 신성장 일자리 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일자리에 와야 할 청년들은 이 일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그렇다면 이제 그들에게 건설 노가다의 모든 것을 친절히 상세하게 가르칠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멘트 지게를 지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당신에게 뿌듯함을 안겨줄 것이다.
4. 사진과 + 문예창작학과 + 영어영문학과 → 인스타 셀럽
인스타그램 셀러브리티가 되면 옷 한 벌 입고 사진을 찍어도 몇천만 불의 수익을 올린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해시태그별 인기 사진은 고작 9개뿐! 이 안에 들기 위해서는 이제 ‘아날로그한 파리 느낌’의 필터만으로는 부족하다.?전문 기술로 찍은 사진에 누구나 빠져드는 필력의 설명을 달고 현지 원어민이 감동할 만한 해시태그를 정복하자! 폭발하는 ‘좋아요’ 알림창에 파묻힌 행복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5. 군사학과 + 식품영양학과 → 생존왕 베어그릴스
지진을 비롯한 각종 상황에 대한 공포가 대한민국에 드리우고 있다. 갑자기 숲이나 터널이나 바다 한가운데 갇히면 어떡해야 하지? 혹시나 만약에 원전이라도 폭발하면? 다행히 이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전공이 하나 있다. 바로 군사학이다! 여기에 뭘 먹을 수 있고 없는지까지 파악해 둔다면, 당신이야말로 최후의 인류에게 생존 꿀팁을 전파하는 영웅이 될 것이다!
6. 무역학과 + 멀티미디어학과 → 중고나라 매니저
벽돌을 보내고 잔금을 떼어먹는 중고로운 평화나라. 혹시 당신은 이 무법천지의 중고나라에 영구적 평화를 가져올 야망이 없는가? 무역학과 멀티미디어학에 답이 있다! 지난 수천 년간 인류가 불확실한 거래의 위험을 제거해 온 역사를 공부하며, 사이버스페이스 속 시장을 이해해 보자. 신뢰 받는 상근직 매니저로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일단 당신에게 신문지만 담긴 소포를 보낼 생각은 아무도 감히 못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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