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세상을 떠도는 가운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라는 곳에서는?박 전 대통령을 기리는 동상을 광화문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뜬금없이 발표했다.
너무 황당한 말이 많은 시대라서 이제 놀랍지도 않다. 도리어 냉정하게 생각해 본 결과 ,이 동상은 꼭 세워져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심지어 좋고 나쁨의 문제도 아니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이것은 ‘반드시’ 세워져야 한다.
박정희에 대해서 복기를 해보도록 하자. 그는?반대파를 숙청하고?약자를 착취하는?것으로 “경제 성장”을 이룩할 수 있다는 괴담의 발원자이며, 죽어서도 2016년의 대한민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반인반신이다. 너무 지나친 비약이 아니냐고??정치에 대한 풍자를 하기엔 눈치가 보여 어쩔 수 없이 슬랩스틱 개그를 선보였다는 비극의 시대와, 대통령을 풍자했던 이유로 특정 기업에 인사적인 압박을 가하는?지금의 풍경이 내 눈에는 그렇게 ?멀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그가 사라진 것은 시민의 심판이 아닌 한 개인의 결단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추종자를 통해 여러 곳에서 부활을 거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끊지 못한 망령은, 지금의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있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는 전근대적인 말이 21세기에 들리더니, 들어 보지도 못한 재단에 기업들의 기부금을 강요하는가 하면, ?국제적인 행사가?특정 개인의 입맛대로 좌우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이 모든 것들에 감히 용서를 구하는 장면을 황망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가 좀더 일을 열심히 하길 바란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에 박정희 동상이 빠른 시간 내로 우뚝 서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그 동상을 곧바로 끌어내리고서, 페인트를 들이붓다가, 종래에는 망치로 부수는 행위를 제안할 것이다.?그리고 그것을 사진과 동영상에 담아 후대에 전해줄 기록 유산으로 삼을 것이다.
지금까지도 지겹게 내려오는 유신의 그림자를?지워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개 의식이 우리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파괴는 다시는 그 시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더 이상 그 ‘괴담’에 속지 않겠다는, 이미 사장되었어야 할 비합리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거대한 선언으로 오래토록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제발 광화문 동상에 박정희 동상을 세워 달라.
그 뒤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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