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아이돌 명곡 20선

덕큰 대한민국의 유구한 5반세기 아이돌사를 총망라했습니다.

축사 / 대표집필위원 문여름 위원장

2016년 올해는, 자타공인 “아이돌 공화국” 대한민국의 아이돌 20주년의 해다. <전사의 후예>로 장엄한 첫 스타트를 끊은 H.O.T 를 기점으로 이어져 내려온 코리안 아이돌의 유구한 역사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 뜨거운 불길이 식을 줄 모르고 불타오르고 있다. 매년 약 40여 팀의 새로운 아이돌 그룹이 데뷔를 하고, 그 중 단 몇 팀만이 성공하는 피 튀기는 아이돌 소사이어티.

그 치열한 사회 속에서 우리의 아이돌들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위해 몇 년간의 연습 생활과 막연한 무명 생활도 마다 않는다. 그 길고 긴 고생 끝에, 마침내 수많은 관중 앞에서 소리 높여 부르는 그들의 노래는 그러므로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이돌사 20년에 즈음하여, 이를 기리고자 트탐라 에디터들이 잊지 못하는 ‘인생 명곡 아이돌 노래’들을 꼽아 보았다. 여러분의 아이돌 명곡은 어떤 곡이 차지하고 있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일러두기

1) 각 필진이 아이돌별 인생 명곡을 선정해 소개하였으며, 소개 순서는 해당 아이돌의 정식 데뷔일 순이다.

2) 집필위원 에디터들의 연령대를 고려해, 여기서는 H.O.T, 젝스키스, S.E.S, 핑클 등으로 대표되는 상고시대 아이돌은 생략하고 2세대 아이돌 시기부터 서술하였다.

3) 본 목록의 미비점, 특히 이 자리에 소개하지 못한 아티스트나 노래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많은 제보와 영업을 기대한다.

 

2003~2009 (2세대, 11팀)

희연 / 동방신기 <Hug>
2003.12.26 데뷔

동방신기의 데뷔곡답게 지금 듣기에는 가사가 조금은 유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풋풋한 데뷔 시절 오빠들의 모습이 다른 모든 것들을 용서한다. 아이돌 곡으로는 드문 아카펠라를 활용한 곡을 가지고 나와, ‘하루만 너의 고양이가 되고 싶어~’ 하며 눈을 찡긋이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한 것이다… 게다가 요즘 아이돌들이 주로 미는 ‘강!한!남!자!’ 컨셉이 아니어서 그런지, 순수순수하기만 했던 앳된 모습이 어쩐지 지난 날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유라 / 슈퍼주니어 <U>
2005.11.06 데뷔

지금은 아이돌의 필수 콘텐츠가 된 안무 연습 영상, 그 시초에 슈퍼주니어의 <U>가 있었다. 초대형 아이돌이라는 이름 아래 많은 이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지만, 칼군무의 표본이 되면서 슈퍼주니어는 ‘동슈501’이라는 2000년대 중반의 대세 아이돌에 이름을 올렸다.
친구들과 바꿔 부르던 가사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겨자케↗찹치킨밥주걱↘ 널 내꺼로↘ 만들거야↘하↗~

희선 / 빅뱅 <하루하루>
2006.08.19 데뷔

평소 자신을 VIP라고 칭하던 친구 하나가 보여준 무대 영상을 통해 <하루하루>를 알게 됐다. 당시 내게 빅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대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톱스타였다. 돌이켜 보면,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름 ‘덕질’을 했었던 것 같다. 이듬해, 그 친구와 다른 반이 되면서 빅뱅에 대한 관심도 시들해졌지만, <하루하루>를 부르던 빅뱅은, 내게 별세계에 사는 우상이었다. 아주 가끔, 쎄굿바를 속삭이는 목소리에 소름이 돋는다는 건 비밀.

여름 / 원더걸스 <Why so Lonely>
2007.02.10 데뷔

‘텔미 신드롬’으로 한국을 휩쓸었던 원더걸스는 <So Hot>과 <Nobody>로 연이은 히트를 쳤지만,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었을까 싶었던 무리한 미국 진출로 잠시 동안 모두에게 혼란을 안겨주었더랬다. 주춤하던 그들에게 가장 큰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은, 다름 아닌 멤버 전원이 앨범 제작에 참여한 싱글 <Why So Lonely>. 누군가 만들어준 것이 아닌, 스스로 만들어낸 사랑 노래를 부르는 그들은 더 없이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빛났다.

학수 / 카라 <Honey>
2007.03.29 데뷔

모두가 왜 나보고 그딴 걸그룹이나 좋아 하냐고 물었었다. 글쎄. 사실 나도 잘 몰랐다. 그야말로 소녀시대의 ‘시대’였고, 나는 그 와중에도 카라 ‘따위’나 좋아하고 있었으니까. 뭐 남 좋자고 덕질하는건 아니었으니, 사실 상관은 없었다.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그래, 언젠가는 올라오겠지.
그리고 2009년 3월 5일, 결국 올라와버렸다.

태홍 / 소녀시대 <Gee>
2007.08.02 데뷔

데뷔 이후 항상 원더걸스에 밀려있던 소녀시대를 향후 수년간 부동의 걸그룹 1위이자 레전드로 만들어 준 전설적인 곡. 아이돌 덕질은 인생 낭비라 굳건히 믿던 고3 때 우연히 뮤직비디오를 목격하다 그 자리에서 30번 재생 후 입덕했다. 중독적인 후크, 소녀시대와 어울리는 상큼한 가사와 안무가 인강 대신 음악방송을 감상케 하는 파리지옥 같은 매력을 선사한다. 뮤비 기준 1분 20초, 2분 20초가 킬링파트.

유라 / 샤이니 <Sherlock 셜록 Clue+Note>
2008.05.25 데뷔

후크송과 포인트 안무를 강조하는 것에 머물러있던 아이돌 퍼포먼스가 컨셉과 구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화한 것은 샤이니의 <셜록> 이후이다. Clue와 Note라는 두 곡을 합쳐 셜록을 이룬다는 하이브리드 음악과, 탐정이라는 컨셉에 맞춰 무대를 전방위로 쓰는 안무는, 아이돌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올려놓은 것 같았다. 찬란했던 2012년 가요대축제 리믹스 버전 무대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아, 최근 선보였던 2배속 댄스 영상도…

여름 / 2ne1 <내가 제일 잘나가>
2009.05.09 데뷔

투애니원은 지금까지 익히 알아온 ‘걸’그룹들과는 달랐다. ‘내가 제일 잘나’간다며 찰진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던 언니들은, 찔릴 것 같은 징이 박힌 옷을 입고, 쇠방망이를 휘두르면서 끝내주게 춤을 추었다. 청순하거나 귀엽거나, 그렇다고 대놓고 섹시하지도 않았다. 시쳇말로 ‘걸 크러쉬’를 뿜어내는 ‘잘나가는’ 언니들이었다. 비록 재정비의 시간이 조금 길어지기는 했지만(…) 어서 컴백해 원조 걸크러쉬의 위용을 뽐내주길 바란다.

도현 / 티아라 <너 때문에 미쳐>
2009.07.29 데뷔

내게 있어 슬램덩크는 정대만의 이야기다. 절대로 미츠이 히사시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약 그 이름이 사라진다면 농구가 하고 싶다는 그의 열정도, 포기를 모르는 불꽃 같은 뜨거움도 죄다 사라지는 것만 같다. 티아라도 그렇다. 그녀들의 트랙에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지분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들의 매력을 설명할 수 없다. 모두가 특별함을 남기려고 애를 쓰던 그때, 시대착오적인 기획과 적당한 타협주의를 선택하는 용기는 탁월했다. 무엇보다도 그런 결심이 없었다면, 멀쩡하게 뛰는 심장이 다 망가질 듯한 뽕끼가 함유된 <너 때문에 미쳐>도 경험하지 못했을 일이다.

현익 / F(x) <NU ABO>
2009.09.05 데뷔

그 때의 f(x)는 노래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어떻게든 씹히던 그룹이었다. 제목에 특수문자가 왜 들어가야 하냐는(“Chu~♡”) 식으로. NU ABO는 그 정점이었다. ABO를 ‘예삐오’라고 읽어야 한다는 설명은 차치하자. 이해가 안 되는 가사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 노래가 예술적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기계음의 박자는 많은 대중음악에 적용되었고, 드러나지 않던 ‘언니’라는 정체성은 곳곳에서 할 말 하는 믿음직한 여성으로 드러나고 있다. 게다가, 사랑에 관한 가사들은 오그라들지도, 지고지순하지도 않다. 돌이켜 보면 실험적이고, 파격적이고, 꽤 현실적인 노래. <NU ABO>가 알린 것은 단순한 f(x)의 이름이 아니라, 지금의 그들이 가진 묘한 정체성이었다. 이 실험은 꽤나 소중하다.

어진 / 레인보우 <Mach>
2009.11.14 데뷔

좋은 노래의 제일 조건은 5번 이상 들었을 때 질리지 않아야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2011년도에 발매된 모든 메이저 아이돌 음악은 중독적이다 못해 고문에 가까운 구성과 시종일관 머리가 아픈 초고음의 쇳소리로 꽉 차 있어, 병장 만기전역을 기다리던 나의 짜증을 북돋워 주었다. 그래도 레인보우의 <마하>만큼은 기꺼이 따라가며 즐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빠르기와 음높이를 갖고 있었다. 전역하던 날 그 곡은 내 mp3에 들어 있던 유일한 최신가요였고, 세 번은 재생했던 것 같다. 네 날카로운 속도로, Mach.

 

2010 ~ 2015 (2.5세대, 9팀)

유진 / 걸스데이 <반짝반짝>
2010.07.09 데뷔

데뷔곡은 아니지만, 걸스데이가 사람들에게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무렵인 것 같다. 대학교 2학년 때 교내 댄스동아리에 가입해서 축제 때 이 노래로 춤을 췄던 때가 기억난다.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였지. <반짝반짝> 안무의 최대 씹덕 포인트인 “하지마~ 하지마~ 마마마마마마마마” 여기서 박자 맞추느라 팔 떨어질 뻔. 내 머리는 <반짝반짝>을 잊었지만 내 몸뚱이는 영원히 기억하리라.

민해 / 블락비 <난리나>
2011.04.15 데뷔

한창 흥이 많아 주체를 못하던 성격에 입시 및 각종 스트레스가 덥쳐 미쳐가던 시기, 고3. 그맘때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난리난리난리나 난리난리난리나.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후렴과 신나는 멜로디에 친구들이랑 운동장에서 노래 틀어 놓고 춤을 춘 적도 있다. 블락비가 추면 멋있는데 몸치인 내가 추면 좀 많이 웃겼다. 그 덕에 서로 웃고 놀리느라 마지막 고3 참 재미있게 보냈었다.

정은 / 에이핑크 <NoNoNo>
2011.04.19 데뷔

지금이야 많다지만, 내게 청순한 컨셉을 잃지 않는 아이돌이란 에이핑크뿐이었다. 섹시한 컨셉을 밀지 않아 더 예쁘고 상큼했고, 노래 역시 밝고 신나지만 그에 비해 뜨지 않아 아쉬웠더랬다. 멤버 정은지가 드라마로 인기를 얻고, 이듬해 발표된 <NoNoNo>는 그들을 대세에 올려주었다.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맴돌고, 안무 역시 쉬워 몸치인 내가 노래방에서 춤추며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곡에 든다. 그들의 상큼하고 밝은 음색에서는 어쩐지 눈부신 빛이 떠오른다. 특히나 이 곡이 포함된 앨범은 밝은 기운이 넘치는 곡들이 잔뜩 있으니, 우울한 출근길에 힘이 날 수 있도록 전곡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해찬 / EXID <위아래>
2012.02.16 데뷔

2년 동안의 공백기를 가진 어떤 걸그룹은 마지막 도전이라는 심정으로 곡을 발매했다. 하지만 그 해 여름,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그냥 그대로 잊혀지는 듯 했다. 그리고 바로 그 해 크리스마스, 한 직캠으로 뜨겁게 주목받은 그 노래, <위아래>는, 말 그대로 ‘역주행’을 한 후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의 1위를 차지한다. 20년 아이돌 역사에서 손 꼽히는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가 아닐까.

여름 / EXO <으르렁>
2012.04.08 데뷔

때는 2014년 1월, 막연한 타향살이에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좁아터진 고시원방에 드러누워 작디작은 TV를 돌리다, 자-알 생긴 (그때는) 열두 명의 남자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고는 안경을 집어들고 황급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잘생기고 귀여운데다가 노래까지 잘해… 그렇게 만면에 미소를 띠며 ‘쇼타임’만을 기다렸던 때가 엑소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렇게 그들의 모든 노래를 섭렵했고, 새삼스레 SM의 놀라운 기획력과, 그 엄청난 기획력의 집합체인 <으르렁>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지금까지 잘 해낸 만큼, 앞으로는 꽃길만 걸어주길!

형기 / AOA <심쿵해>
2012.07.30 데뷔

한 해가 다르게 낮아져만 가는 ‘아이돌 평균 연령대’에, 언젠가부터 아이돌은 나보다 어린 애들만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도 그런 경우가 훨씬 많았고. 한창 그런 생각을 할 때 마주친 노래가 AOA의 <심쿵해>. 리더와 메인 보컬이 내 또래라는 그 사실만으로, 어쩐지 내 마음도 ‘심쿵’ 해 버리고 말았다. 아직 나도, 괜찮겠지?

여름 / 방탄소년단 <상남자>
2013.06.13 데뷔

지금 아이돌 정상에 올라있는 방탄소년단은 나에게, 상처 가득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줬던 <I Need U> 도, 말 그대로 쩔어줬던 <쩔어> 도 아닌, 터프함의 집합체였던 <상남자>로 기억된다. 평소처럼 해외 팬들의 리액션캠을 돌려보다가 우연히 만난 <상남자>는 ‘내 맘을 흔들어’버렸다. 격앙된 해외 팬들의 리액션만큼 내 눈도 커져갔고, 파워풀한 안무와 약간은 유치하지만 이해가 되는 가사들에 나도 모르게 리듬을 타 버렸다. 꽉 잡아 날 덮치기 전에ㅔㅔ에ㅔ!

자인 / 마마무 <음오아예>
2014.06.19 데뷔

청소년 시절을 제이팝과 애니로 보내버린 내게도 가슴을 술렁이게 한 아이도루는 의외로 있었다. 바로 마마무. 재미 없는 축제로 유명한 s대에, 웬일로 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온 해에, 웬일로 내가 축제 구경을 간 바로 그 해에 온 네 명의 언니들은 내 영혼을 쏙 빼놓고 말았다. 여자 아이돌은 하여간 구분도 안 가고 다 똑같다고 믿던 편협한 마인드를 와장창창 깨부수고 쳐들어온 취향 저격 에이스들! 쓸데없이 아무데나 화음을 넣어가며 신나게 노는 이 언니들을 보며 나는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정원 / 세븐틴 <아낀다>
2015.05.29 데뷔

뭘 해도 기복이 없는 채로 다 그러려니 했던 무감한 때가 있었다. 그때 파기 시작한 세븐틴의 ‘아낀다’는, 내게 한동안 없었던 생기발랄함으로 다가왔었다. 그들은 절제나 과잉 그 무엇도 아닌 넘치는 에너지로 ‘소년의 순수한 마음’을 노래했다. 널 가지겠다고 하는 대신 현기증 날 정도로 아낀다며 설왕설래하는 게, 꼭 대한민국 남정네들의 어렸던 시절 속 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나이를 먹으며 경험이나 기술을 얻었다 해도 여전히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을 다할 수 있느냐 아니겠는가. 다시금 그 사실을 깨우쳐 줬기에 세븐틴은 어쩌면 남자들에게도 결코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소년적 판타지를 안겨주는 아이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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