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KBO 리그는 10구단 체제에서의 144경기 진행, 야신 김성근을 비롯한 KT 조범현, 기아 김기태 감독의 복귀, 한층 강화된 스피드업 규정과 같은 요소로 여느 때보다도 더 흥미진진할 것으로 예상한다. 많은 사람이 이번 시즌에 기대를 한아름 품고 있는 만큼 시즌 전부터 쏟아져 나온 10개 구단 분석과 주목 포인트, 혹은 위에 언급한 리그를 흥미진진하게 할 요소들에 대한 썰을 푸는 기사들은 이미 각종 포털 사이트를 통해 접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코너는 조금 다르게 준비해봤다. 특집, ‘너만 아니었으면…!’
각 구단별로 드래프트, FA, 군 제대 등의 이유로 들어온 선수와 그 선수로 인해 조금 밀려난 감이 없잖아 있는 선수를 매칭해봤다. 물론, 시즌이 진행되면서 당연히 갖가지 변수가 속출하는 것이 야구이며, 따라서 아래의 매칭은 기사가 나온 이후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각 팀의 특정 포지션 및 선수단 전체 현황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순서는 지난 시즌 최종 순위다.
삼성 라이온즈 - 구자욱 & 강봉규
지난 시즌 또다시 통합우승을 일궈내면서 4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KBO 리그의 새 역사를 쓴 삼성 라이온즈. 올 시즌도 여전히 많은 전문가와 팬들로부터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 시즌 초반 결장하고 있는 주전 멤버 중 한 명이 있다. 지난해 12월 왼쪽 무릎 추벽 제거 수술을 받은 ‘채맹구’, ‘채천재’, ‘채럼버스’ 1루수 채태인이다. 채태인은 현재 완벽하고 안전한 복귀를 위해 재활군에서 러닝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 공석이 된 우승팀의 1루수 자리는 누가 차지하고 있을까. 시즌 전부터 이름을 익히 듣고 있었다면 ‘류중일이 과감하다.’라고 평할 수 있고, 아예 모르고 있었다면 ‘얘가 왜-’라며 의아할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개막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1루수로 출장하고 있다. 바로 구자욱이다. ‘구자봉’이라는 별명을 가진 축구선수 구자철을 떠올리게 하는 이름의 구자욱은 2012년 고졸 신인으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2013년, 2014년을 상무에서 보냈다. 그가 일찍이 군대에 간 건 구단이 올해 1군에 진입한 신생 구단 KT 위즈에 그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한다.
그만큼 선수로서의 역량이 출중하다. 그 뛰어난 역량은 상무에서의 두 시즌에서 이미 완연하게 드러났었는데, 구자욱은 지난해 퓨처스리그 남부리그에서 3할 5푼 7리의 타율로 타격왕을, 27개의 도루로 부문 3위를 차지했었다. 그야말로 ‘씹어먹었다.’라는 표현이 걸맞은 기록이다. 이 데이터는 단순히 2군 기록으로 멈추지 않고 스프링캠프(타율 0.474)와 시범 경기(타율 0.293) 기록, 그리고 류중일 감독의 총애로까지 이어진다. 지난 4월 1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는 좌완 정대현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넘기는 데뷔 첫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될성부를 떡잎’ 그 이상임을 당당히 입증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유망한 구자욱이라고 해도 그의 주 포지션인 3루수 자리를 꿰차기에는 무리였다. 예비 FA이자 팀의 주장인 박석민이 주전 3루수 자리에서 8년째 꾸준히 맹활약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류중일 감독은 채태인의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 또 구자욱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그를 1루수로 기용하게 된다(보통 코너 내야수인 3루수는 1루수를 병행하는 경우가 잦다). 여기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 선수가 있는데, 다름 아닌 삼성 라이온즈의 유일한 암흑기 시즌인 2009년에 3할 타율과 20-20 클럽(20홈런 20도루)을 기록했던 16년 차 외야수 강봉규다. 강봉규는 많은 나이와 2009년을 제외한 커리어 내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한 성적으로 인해 경쟁에서 앞서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그를 괴롭혔던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가 완벽해졌고, 선수 생활의 황혼기를 불태우겠다는 일념을 다진 상태였기에 채태인의 공백에는 외야수와 1루수 겸업이 가능한 강봉규가 제격으로 보였다. 그런 그에게 구자욱이라는 예비역이 등장했고, 강봉규는 또다시 외야수 및 1루수 백업, 오른손 대타 요원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강봉규 자신은 야구를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지만, 상황이 야속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과연 그는 시즌이 끝날 때쯤, 어느 자리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 들고 있을까.
넥센 히어로즈 - 김재현 & 유선정
롯데 자이언츠의 대어 FA였던 강민호가 대형 계약을 체결한 이후, 한국 야구 전체에 더욱 거세게 불었던 담론은 ‘포수 기근 현상’이었다. 젊은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든 포지션을 유년 시절부터 기피하면서 일어난 이 현상은 결국 현재 KBO 리그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쓸만한 포수가 없다.”라는 말까지 나오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와 함께 포수진 구성에 가장 어려움을 겪은 구단 중 하나다. ‘허북이’라 불렸던 허도환은 단조로운 볼 배합을 비롯한 기량 저하를 겪었고, 대신 대안으로 떠올랐던 게 백업 포수였던 박동원이었다(심지어 용병 투수 벤 헤켄(Andy Van Hekken)의 배터리로 용병 타자인 비니 로티노(Vinny Rottino)가 나선 적도 있었다). 박동원 역시 인사이드 워크, 볼 배합, 2루 도루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정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꽤 받아왔지만, 당시에는 그나마 가장 나은 포수였고, 또 주전 포수 역할을 하며 조금씩 나아진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한국시리즈 주전 포수까지 맡았던 박동원이기에 올 시즌 주전 포수 역시 박동원인 것이 당연한 수순. 그러나 박동원은 시범경기 도중 오른쪽 발목 인대를 접질리며 부상을 당한다. 가뜩이나 포수가 부족한 넥센 히어로즈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누구나 대안으로 허도환을 다시 생각해낼 게 분명했다. 하지만 팀은 꽤 오랫동안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했던 허도환이 아닌 우리에게 레전드로 익숙한 이름의, 생소한 인물 4년 차 포수 김재현을 선택한다. 김재현은 대전고를 졸업하고 2012년 투수로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하는데, 이후 포수로 전향해 3년째 기량을 갈고닦아왔다.
어떤 포지션이든 그렇지만, 경기 전체를 관장하는 엄마 같은 역할의 포지션인 포수에게는 경험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신인이 금세 두각을 드러내기에는 어려운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올 시즌 전 오프 시즌에 포수로서 타고난 재능을 한껏 드러낸다. 김재현은 2루 송구에 있어서는 박동원보다 나은 부분도 있다며 신예로는 과분할 정도의 평가를 받기까지 하는데, 급기야 올 시즌 개막전 엔트리에 합류해 주전 포수로 출장하기까지 한다. 물론, 한화와의 개막 2연전에서 4개의 도루를 허용하면서 부족함을 드러냈지만, 분명 팀 내 코칭스태프들에게는 엄청난 인정을 받았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김재현과 함께 넥센 히어로즈의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던 또 다른 포수 유선정은 무려 현대 유니콘스 시절 팀에 입단한 선수다. 그는 2007년에 입단해 현대 유니콘스에서 우리 히어로즈, 우리 히어로즈에서 히어로즈, 우리 히어로즈에서 넥센 히어로즈로 바뀌는 과정을 고스란히 겪은 9년 차 선수다. 그는 2010년, 1군에서 53경기를 출장하며 강귀태, 허준과 경쟁하는 신예 포수였다. 물론, 전후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올 시즌 전까지 공익근무요원으로 군 복무에 임하고 있었기에 경기 감각이 뛰어나지 않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입대 전, 그리고 1군에서 가장 많이 뛰었던 2010년에 보여주었던 파이팅은 여느 패기 있는 젊은 포수에 뒤지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박동원은 몰라도 경험이 일천한 김재현에 비해 경험적으로 우위에 앞서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4월 3일 금요일 SK전부터 둘의 자리는 다시 뒤바뀌긴 했지만, 적어도 개막 직후, 유선정은 김재현, 혹은 '염갈량' 염경엽 감독을 야속하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NC 다이노스 - 김성욱 & 오정복
혹시 삼성 라이온즈에서 뛰면서 특이한 이름과 깜짝 활약으로 돋보였던 외야수 오정복을 기억하는가? 그가 2010년 보여준 2할7푼1리의 타율과 7개의 홈런은 삼성 팬들을 홀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2011년 1할 9푼 2리로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은 그는 경찰청 입대를 준비하는데, 이때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는 2차 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한다. 삼성으로서는 은근한 장타력이 있는 깜짝 스타였던 외야수 자원 하나를 놓친 셈이었기에 아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제대하고 나서 복귀한 지난해 시즌에는 47경기에서 2할 3푼 2리 정도로 아쉬웠지만, 어쨌든 좋은 백업 외야수 자원으로 계속해서 눈여겨 볼만한 선수였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인가. 데뷔 첫 안타를 재작년 8월 8일 기아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말 끝내기 안타로 장식하고, 지난해 8월 27일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선보인 단 한 번의 홈 보살로 팀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가 있었으니, 바로 올해 겨우 3년 차인 외야수 김성욱이다.
김성욱은 2012년 드래프트 당시 현재 팀 내 대표 토종 좌우완인 이민호, 노성호, 그리고 30홈런-100타점을 기록한 외야수 나성범과 지난해 신인왕 박민우와 같은 간판스타들에 이어 뽑혔다. 그는 비록 지난해 1할 7푼 4리의 낮은 타율에 그쳤지만 앞서 말한 두 순간을 통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시범 경기에서는 아쉬웠지만, 스프링 캠프에서는 3할 3푼 3리의 타율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그렇기에 파워 넘치는 외야수였던 권희동이 입대하며 공석이 된 주전 외야 혹은 백업 외야수의 한 자리는 오정복보다는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는 김성욱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LG 트윈스 - 유강남 & 윤요섭
LG 트윈스 역시 넥센 히어로즈만큼 매년 포수 걱정을 안고 사는 팀이다. 지난해 LG 트윈스는 최경철이라는 건실한 수비형 포수를 건져내며 한 시즌을 버텼고, 결국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기까지 한다. 사실 최경철은 역사를 되짚어보면, 백업의 백업에 해당되는 선수였다. 포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트레이드로 영입했던 현재윤이 팀을 잘 이끌다 부상을 당하자 그에 대한 대안으로 영입된 게 최경철이었다.
그러나 당시에 최경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던 선수들은 현재 모두 최경철의 경쟁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 김태군은 특별 지명을 통해 NC 다이노스로 갔고, 현재윤은 계속되는 부상으로 인해 은퇴했으며, 윤요섭은 끊임없는 타격 부진과 포수로서의 기량 미달로 1군에 올라오기조차 힘겨운 상황이다. 반대로 최경철은 계속된 2군 생활, 백업 신세, 두 번의 트레이드에도 굴하지 않고 버텨내고 결국 살아남았다. 그야말로 ‘버티는 자가 강하다.’라는 말을 입증해낸 셈이다.
그에 반해 2013년 팀의 포스트 시즌 진출 시에 포수 자리를 나름대로 잘 맡아준 윤요섭은 앞서 말한 요인으로 인해 점점 더 기억 속에서 잊히고 있다(팔꿈치 부상로 인한 도루 저지 능력 저하도 이에 한 몫한다). 2013년과 2014년, 최경철과 윤요섭의 위치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윤요섭이 패대기 송구로 잠시 유명세를 탔던 ‘조시카’ 조윤준이나 고양 원더스 출신의 정규식에게 밀릴 정도는 아니다. 백업 포수의 자리 정도는 탐해 볼 만한 올 시즌이었는데, 문제는 군 제대 선수인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은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해 2011년 LG에 입단하지만, 크게 두각을 드러내진 못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상무에서 군 생활을 하며 모든 부분에 있어 훨씬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이는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에서 드러나며 캠프 자체 MVP를 타게까지 한다. 유강남은 특히 어떤 포수보다도 투수의 공을 받았을 때의 파이팅이 뛰어나다고 한다. 투수에게 기를 불어 넣어줄줄 알아야 하는포수에게 중요한 덕목 중 하나를 잘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발전된 기량과 남다른 파이팅을 보이는 유강남의 제대는 현재윤의 은퇴로 기회의 장이 열렸다 생각했던 윤요섭 입장에서 속 타는 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SK 와이번스 - 박종훈 & 백인식
SK 와이번스는 현재 용병 투수인 트래비스 밴와트(Travis Banwart)와 메릴 켈리(Merrill Kelly), 토종 좌완 에이스 김광현과 10승을 보장하지만, 지난해 불운한 부상을 당했던 우완 윤희상으로 4선발까지 선발진을 구축한 상태다. 마지막 5선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김용희 감독은 스윙맨 혹은 마당쇠 역할이 가능한 고효준과 채병용은 불펜 요원으로 기용하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언론을 통해 내비쳐왔다. 그리고 시범 경기 마지막까지 5선발을 두고 선의의 대결을 펼친 두 선수가 있으니, 박종훈과 백인식이다.
일단 현재 시점에서 5선발 대결의 승자는 백인식이다. 백인식은 지난해 9 1/3이닝, 방어율 18.32를 기록하며 부진했지만, 2013년에는 91 1/3이닝을 던지고 5승 5패 방어율 3.55를 기록하며 사이드암 선발로서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안일하고 불안했던 심리 상태에서 벗어나 캠프 내내 담금질했는데, 시범 경기 초반 2경기에서는 부진했지만, 마지막 경기에서 5이닝 1실점 호투를 하며 5선발 자리를 따냈다. 하지만 백인식이 부진하면 곧바로 그 자리를 꿰찰만한 선수가 또 있다. 상무에서 제대한 언더핸드 투수 박종훈이 그렇다.
박종훈은 데뷔 때부터 투구폼으로 인해 엄청난 주목을 받은 유망주였다. 볼의 위력이나 제구력을 떠나서 바닥을 긁을 정도로 내려가는 팔 각도 덕분이었다. 그러나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구력이 부족했고, 상무에 입대해 제구력을 가다듬고 올 시즌 팀에 돌아왔다. 그는 시범경기에서 볼넷을 많이 내주며 불안함을 드러낸 적도 있었지만, 윤희상 대신 급하게 올라와 6이닝 1실점 호투를 하며 사실상 선발 역할을 한 3월 21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다.
정규 시즌에 들어서도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상태로, 현재는 불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즉, 백인식 입장에서는 지난해 선발로 몇 경기를 뛴 우완 여건욱보다도 더 강력한 5선발 라이벌이 등장한 셈이다. 그야말로 초조할 수밖에 없는 ‘갑툭튀’ 상대다.
* ②부에서는 두산 / 롯데 / 기아 / 한화 / KT의 주전경쟁 괴담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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