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버,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그녀는 걸그룹이라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f(x)의 엠버를 둘러싼 논란은 여러모로 지겹다.

우선, ?'여자답지 않음'에 대한 것들. 엠버의 스타일이 전혀 걸그룹 답지 않다면서, 더욱 예뻐지길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은 치마 입히고 화장하고 머리 기르면 엠버도 예쁘다는 말들이다. 그들은?엠버의 멀쩡한 사진에 긴 머리와 아이라인을 합성시켜놓고 끊임없이 누군가의 인정을 갈구한다. 이것 보라고. 예쁘지 않냐고.

엠버의 긴머리/화장 합성사진. 누구 눈에 이쁘려고?

그래서, '누구 눈'에 이쁘려고?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진 탈퇴설도 그렇다.?발목부상이라는 명백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달렸던 댓글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엠버라면 빠져도 괜찮다. 차라리 빠지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엠버는 걸그룹답지 않으니까. 그렇게 '엠버다움(amber-ness)'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언제나 박해에 가까웠다.

그러나 [피노키오] 부터 다시 합류한 엠버는 그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Pink Tape] 앨범의 수록곡 중 운동화를 제재로 한 'Step'이나 스케이트 보드를 제재로 한 'Kick'같은 곡은 엠버였기에 이미지적인 설득력을 상당부분 확보할 수 있었다.?또한 'Beautiful Stranger'역시 엠버의 비전형적이고 중성적인 이미지가 있었기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곡이었다.

소녀가 아닌, 엠버만이 할 수 있는 일 ⓒSM

소녀가 아닌, 엠버만이 할 수 있는 일 ⓒSM엔터테인먼트

f(x)의 '센터'라고 여겨지는 크리스탈이 f(x)의 이미지의 시작이라면, 엠버는 그렇게 f(x)의 완성이 되었다. K-POP을 처음 접하기에 f(x)보다 나은 선택은 없다'는 피치포크 미디어의 극찬 역시 엠버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게 엠버가 데뷔한지 6년이 지났다. 2015년에 나온 솔로 앨범인 [Beautiful]에서 엠버의 모습은 조금 더 제약 없이 뻗어나오는 느낌이다. 그렇다 . f(x)라는 틀을 벗어난 '엠버다움'은 조금 더 본격적이다.

앨범 제목과 동명의 곡인 'beautiful'에서 '좁았던 새장 같았던 세상'과, '차갑게 닫힌 마음'을 분명히 언급했던 엠버는 신곡 Borders 에서 '인간 엠버로서 용기를 내어 부르는 노래' 임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자신의 상처들, 코너의 몰린 상황들과 자신을 억누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말하는 노래라는 것이다.

963_1228_3618

그 말의 주어가 '자신다움'의 문제이건, '퀴어함'의 문제이건 말이다. ⓒSM엔터테인먼트

뮤직비디오에서는 이 ?'문제'가 큐브 모양의 구속체를 통해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클로짓(벽장)'을 연상시키는 이 형상 안에 엠버는 들어가 있고, 이 안에서 외친다. 자신의 길을 싸우라고(fight your way), 두려워하지 말라고(never be afraid),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을 건넨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through the borders' 하라고 응원하는 엠버 자신이 정작 이 큐브 안에 남아있다는 부분도 흥미롭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여전히 문제들은 남아있다. 그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그것에서 어느정도 벗어나서 자신의 업적을 이루어낸 사람도, 사실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Beautiful'을 부르고, 'Border' 같은 노래를 부르는 엠버 역시 마찬가지다.?다만, 여전히 노래를 부를 뿐이다.

캡처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으로도 가끔은 큰 힘이 된다 ⓒSM엔터테이먼트

주토피아에서 물소 소장이 말했듯 인생은 노래 좀 부른다고 꿈이 이뤄지는 뮤지컬은 아니다. 하지만?그러하기 때문에 이런 노래는 더더욱 불러져야 한다. 이 세상에 숨겨진 '나'들이 여기 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나'는 이곳에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쉽게 끝나지 않을 싸움을 위해 버티고 또 견디고 있는 엠버를,
그리고 당신들을 응원한다.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Pin on Pinterest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안학수

안학수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대학생입니다. 집에도 가고 싶고 취직도 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