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와 혼자를 구분하는 방법

억지로 사람들의 ‘원’에 들어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아직 우린 어리니까 이런거겠지?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날의 공기는 어색하기만 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다급한 눈길로 익숙한 얼굴들을 찾고 있었다. 아는 친구가 없던 아이들은 애매한 표정을 지으며 괜히 서성거렸고, 운 좋게도 같은 중학교에서 올라온 친구들은 이미 둥그렇게 모여 앉아 깔깔대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점점 조급해졌다.

‘나도 다른 반에 있는 친구를 찾아 가야하나?'

왠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것만 같은 마음에 얼굴만 겨우 알던 친구 옆으로 다가섰다. 마침 그 애도 혼자 앉아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멍청히 바라보고 있다가 그만 허허 하며 웃어버렸다.

그렇다. 어색했다.

그렇다. 어색했다.

일주일이 지났다. 어느새 한 교실 안에는 여러 개의 원이 생겼다. 짧은 숏컷이 인상적이던 누군가는 A에 들어가 있었고, 뒷자리의 누군가는 B에 발을 담그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다른 원에 들어가, 그 안에 함께있는 애들과 한 덩어리로 뭉쳐 굴러가고 있었다. 얼른 아무곳에나 들어가지 않으면 큰 일이라도 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 역시 한 곳에 둥지를 틀었다.

다행히 그 원은 힘이 세고, 시끄럽고, 똘똘 뭉친 원이었다. 덕분에 나의 1학년은 비교적 수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새 학년으로 올라가면 새로운 원을 찾고, 새로운 원에 들어가야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3년을 버텼다. 그 동안 나는 빠짐없이 고민했다. 왜 그렇게 ?‘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건지.

내 고민이야 어찌되었든 졸업이란 순간이 다가왔다. 또 하나의 원이 끝난 것이다.?이제는 넓고 다양하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 기대를 품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대학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사람 사는게 다 비슷하더라

대학에 대한 지식이 1도 없던 새내기가 시작되었다.?학회에 들어 동기들과 선배들을 사귀지 않으면 대학 생활 시작부터 망할 거라는 말이 들려왔다.?아무런 정보도 친구도 없이 새로운 시작을 하는것이 두렵기도 했다.?다른 동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학회에 들게 되었다. ?그 이름들은 하나같이 대단했지만, 실상은 같이 밥 먹고, 같이 술 먹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하면 더 했지, 결코 덜 하진 않은 엄청난 '원'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학과 공부를 하는 것에서 부터, 점심 한 끼를 먹는 일까지, 모든 것들을 같은 학회 동기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일은 그야말로 굉장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함께 시키는 짜장면을 먹어야 했고, 즐기지 않는 왁자지껄한 술자리도 몇 번이나 함께 해야했다. 다행히 수강신청을 혼자 한 탓에, 듣고 싶었던 교양 수업들을 눈치 보지 않고 수강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위로가 되었다.

어째서 도망자의 마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어째서 도망자의 마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가...

어떻게 버티다가 축제 기간이 되었다. 처음 맞이하는 축제가 신기했던 것도 잠깐, 학회원들은 당연히 학과 주막에 참여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축제 주막'에 큰 호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불참 의사를 말하자 마자 불편해질 분위기를 생각하니 온몸에 몸살이 날 지경이었다.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주막에 참여했다. 제대로 앉지도 못하고 부대찌개를 끓인지 네 시간이 지났을 무렵, 문뜩 내 자신이 한심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혹은 뭐가 그렇게 두려워서 또 '원'에 발을 들인거지?'

축제 이튿날, 진짜 몸살이 났다. 주막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다는 미안하다는 연락을 학회장에게 남겼다. 그리고 다음날, 나를 맞이 하는 것은 따가운 눈총이었다. 그 이후로도 비슷했다. 원 밖을 나가려 할 때 마다 원 안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부딪혀야 했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 새로울 것 없이 지루했던 여름방학의 끝자락, 굳은 결심으로 학회장 선배에게 학회 그만 둔다고, 지금까지 감사하다는 연락을 남겼다.

부대찌개 하루 안 만들었다고 사람한테 뭐 그렇게 눈치를 주냐!!!

부대찌개 하루 안 만들었다고 사람한테 뭐 그렇게 눈치를 주냐!!!

 

함께와 혼자를 구분하는 방법

혼자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한가한 카페에 앉아 평소에 좋아하던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에 몸을 맡기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시간이 생겼다. 갑자기 생겨버린 공강 시간, 혼자 영화관에서 보고싶었던 영화 티켓을 손에 쥐고, 팝콘과 음료를 고르고, 결국은 손이 부족해 티켓을 입에 물게 되는 순간이 생겼다.

굳이 원에 들지 않겠다고 다짐 하기를 수 십번. 그럼에도 이리저리 걸치고 있던 원들이 수십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두려움, 수 많은 사람들 속에서 혼자만 소외된다는 우려는 나로 하여금 끊임없이 원을 찾고, 또 원에 들게 했다. 그 과정을 통해 보다 다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보낸 경험은 분명 즐거웠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전부일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함께'와 '혼자'를 구분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었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생각을 모아 누구보다 기쁜 마음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의 기쁨을 안다. 동시에, 그렇게 함게 하는 것들이 가지는 의미만큼, '혼자' 하는 것들 역시 생각보다 꽤 기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먹고 싶었던 연어 덮밥 맛집을 찾아가, 2인용 자리에 당당히 앉아 주문을 하고, 생각보다 빨리 나온 덮밥을 한 입 크게 집어 넣고도, 한 숟갈 더 뜨고 싶어 참 바쁠 것만 같다.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히 기분조크든요★

혼자만의 시간도 충분히 기분조크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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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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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좋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