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댄스 연구론 2부: ‘소나무’를 중심으로

※ 편집자를 팬카페 ‘솔방울’에 가입하게 만든 마성의 논문입니다.

서론. 초록 및 연구 목적

본고의 연구 계기는 그 이름도 비범한 ‘소나무’에 관한 분석을 시도하는 것이다. 해당 아이돌이 “쿠션”(자료 1 참조)으로 활동하던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고 이 친구들 앞으로 험난하겠구나”,  “갈 길이 힘들겠다”가 학계의 중론이었으며, 본 연구자 역시 그 이상의 분석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자료 1. “쿠션” 뮤직비디오 ⓒTS엔터테인먼트

그러나 현재 2016년 하반기 마이너 걸그룹 최고 명곡이 그들의 “넘나 좋은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여론이 학계에서 급격히 떠오르고 있는 바, 아직 갈 길이 요원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활동을 통해 인지도 제고에 숨통을 트고 있는 해당 걸그룹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판단을 정립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3차 시도에 와서야 빛을 발하고 있는 이 걸그룹의 이번 무대가 가진 핵심적 매력은 무엇인가? 이것이 본고의 문제의식이다.

 

본론1. 이번 소나무 ‘청순’ 컨셉 분석: 내부적 방향성 탐색의 결과

우선 연구 대상으로서의 소나무라는 아이돌의 변화 양상을 개괄할 필요가 있다. 소나무는 걸스힙합, 걸크러시 컨셉을 염두하고 출발한 걸그룹이었으나(자료 2 참조), 그 방향성이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고, 이는 “쿠션”으로 대표되는 섹시 컨셉의 모험과 대중의 무반응으로까지 이어진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활동의 “넘나 좋은 것”이 청순한 이미지에 기반한 소녀 걸그룹 컨셉을 채택한 것은, 이러한 굴곡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재 아이돌 시장의 ‘청순미 컨셉’ 현황이 방증하는 사실이다. 지금은 이미 ‘여자친구’, ‘러블리즈’ 등의 기존 아이돌이 성공적인 청순 컨셉 아이돌로 활동 중이며, 소비자층에 따라 ‘청순 아이돌’이 과잉 공급되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는 시기이다. 따라서 소나무의 이번 활동의 컨셉은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적 요인, 즉 앞서 밝힌 다양한 방향의 시장 실패에서 찾는 것이 적절하다.


자료 2. “Deja Vu” 뮤직비디오. 데뷔곡치고는 상당히 강렬한 안무로 평가된다. ⓒTS엔터테인먼트

그러나 소나무는, 또 하나의 시도로서의 ‘청순 아이돌’의 방향성에 더하여 그 시초에 정립되어 있던 ‘걸스힙합 아이돌’의 요소를 양립시킴으로써, 단순히 ‘하늘하늘함, 가냘픔, 연약함’에 호소하는 ‘양산형 걸그룹’의 청순미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하였다고 보인다. 진부하게 표현하자면, ‘청순하되 소나무만의 색깔이 있는 청순함’을 보여주고자 한 결과 “넘나 좋은 것”의 안무가 탄생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본론2. ‘넘나 좋은 것’ 안무 분석 A: 전체 구성상의 효과

그림 1-1. 걸크러시 타입의 안무 A

그림 1-2. 걸크러시 타입의 안무 B

기계적으로 분절하여 살펴보기는 어려우나, 소나무의 “넘나 좋은 것”의 안무는 총 세 가지 유형의 안무와 표현을 두루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1. 경쾌, 박력, 걸크러시 (그림 1-1 및 그림 1-2 참조, ‘Oh baby’로 시작하는 후렴구 등)
2. 가련, 소녀적 (그림 2 참조, ‘Baby I love you’ 구간 등)
3. 큐티, 발랄 (그림 3 참조, ‘진심 너만 보면 죽음’ 구간 등)

그리고 이 3가지 유형의 안무 요소는 “3 → 2 → 3 → 1”의 구성으로 배치되어 있다. 즉, 발랄함에서 시작하여 잠시 조신함과 가련함을 보여주고, 다시 ‘큐트함’의 어필로 돌아온 다음, 걸크러시 안무로 완성하는 것이다.

그림 2. 소녀적이고 가련한 안무

그림 3. 큐티하고 발랄한 안무

이 구성은 몇 가지 부분에서 성공적인 안무를 만들어내고 있다. 우선 곡의 매력에 효과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넘나 좋은 것”이라는 노래의 흐름 자체가 실제로도 위 구성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래 없이 안무 구성만 보더라도, ‘청순하되 소나무다운 색깔을 보여준다’라는 목표가 안무 안에서 충분히 달성되고 있다.

발랄함을 곡의 절반에 할당하여 ‘신나고 귀엽고 경쾌한 댄스곡’이라는 베이스를 확보하고, 여기에 ‘청순하고 가련한 모습’으로 쉬어감으로써 반전을 꾀할 뿐만 아니라, 이후로는 ‘텐션’을 꾸준히 끌어올려 후반부에 ‘걸스힙합’ 걸그룹다운 시각적 쾌감 폭발 효과 역시 얻고 있는데, 이 모든 구성이 유기적인 안무로 치밀하게 전개되어, 보는 사람이 위화감 없이 몰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본론3. ‘넘나 좋은 것’ 안무 분석 B: 치밀한 안무 구성의 구체적 내용

1) 스포트라이트를 멤버별로 고르게 안배함

자본주의의 총아로 일컬어지는 ‘걸그룹’은 수요 공급의 논리에 따라 인기가 있는 멤버일수록 ‘꿀안무’와 스포트라이트를 편중하여 배치하는 경향을 띤다. 이로 인한 부작용―팀 내부의 ‘케미’ 훼손 등―이 비난을 받을 수는 있을지 모르되 관심의 편중 투자 자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니며, 따라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걸그룹이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소나무의 ‘나현’(그림 4-1 참조)과 ‘의진’(그림 4-2 참조) 역시 “에이스”로 알려져 있고, 이를 선명하게 반영하여 멤버를 배치한 안배 역시 없지 않다.

그림 4-1. ‘Let's do it!’ 구간의 나현

그림 4-2. 의진 한가운데 안무

그러나 “넘나 좋은 것”의 안무는 소위 ‘에이스’로 불리는 멤버 위주로 편성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고, 각 멤버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제대로 할당하는 방향을 택하고 있다. 예컨대 ‘Let's do it’ 부분을 가지고 있는 나현에게 그냥 다시 할당할 수 있었던 ‘I like you baby’를 다른 멤버인 수민에게 준다든지(그림 5-1 참조), 보컬 멤버인 민재에게도 비주얼적으로 끼(!)와 귀여움을 부릴 파트도 충분히 주며(그림 5-2 참조), 노래 특성상 랩 파트가 적은 래퍼들에게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을 적절히 배분하는 식이다(그림 5-3 및 그림 5-4 참조).

그림 5-1. 수민 스포트라이트 구간, 나머지 멤버는 모두 수민을 주목한다

그림 5-2. 민재 스포트라이트 구간, 나머지 멤버는 모두 뒤돌아서 있다

그림 5-3. 뉴썬 스포트라이트 구간, 나머지 멤버는 모두 그의 액션에 반응한다

그림 5-4. 디애나 스포트라이트 구간, 나머지 멤버는 모두 디애나를 옹위하고 있다

이는 청순 컨셉의 아이돌이 흔히 간과하는 멤버 간 형평성을 제고함으로써 멤버 경쟁력 증강을 유도한 것으로 보인다. 마음만 먹으면 혼자 주목을 독차지할 ‘매력 발산’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있으므로, 무대를 통해 대중에게서 어느 정도의 인기와 주목을 받느냐의 문제가 안무나 ‘에이스’의 존재 여부에 의해 좌우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해당 안무를 불편한 감정 없이 감상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 “날개”를 살리는 안무를 구사함

본 안무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센터만을 위한 안무’가 가급적 배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앞 절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아이돌 그룹이 안무에서는 인기 있는 멤버가 더욱 대중의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나머지 (상대적) 비인기 멤버가 ‘들러리’를 서는 우를 범하기 쉽다. 이 문제, ‘날개 잘림’ 현상은 잘 알려진 아이돌 댄스의 고질적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넘나 좋은 것”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안무의 내용 자체가 센터가 아니더라도 자기 나름의 연기와 행동을 열심히 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림 6. ‘Stay with me’ ~ ‘넘나 좋은 U’ 구간

대표적인 사례가 그림 6에 나타난 구간이다. 한쪽 날개의 3명만이 움직이는 구간을 부여함으로써 그곳에서 다른 멤버들과 비교되며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인 주목을 받을 여지를 주고 있다. 날개를 살리는 것이 걸그룹 안무의 ‘공산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은 반면, 날개에 배치된 멤버들을 ‘죽이다시피’ 하는 안무가 가지는 디메리트는 상대적으로 큰데, 이 점을 고려하면 ‘가급적 모든 멤버의 매력을 살리는 안무를 제작한다’라는 본 안무의 방침은 탁월한 선택으로 평가할 수 있다.

3) 디테일, 정성, 활동량으로 곡과 안무의 전체 구성 표현을 극대화함

걸그룹 안무 가운데 소위 ‘쉬어가는 구간이 없는 안무’라는 평가를 받는 곡들이 있다. 본고의 연구 대상인 “넘나 좋은 것” 역시 이러한 평가를 받는 곡에 해당한다. 최초 인트로의 ‘구겨버릴까’ 구간에서 살릴 수 있는 모든 박자를 살려 안무로 녹이는가 하면(그림 7-1 참조), 전체적으로 걸스힙합 풍의 박력 있는 안무임에도 불구하고 가녀린 느낌이 필요할 때는 선이 가늘고 곡선미 있는 안무를 별도로 부여하기도 한다(그림 7-2 참조).

그림 7-1. ‘구겨버릴까 ~ 넘나 좋은 것 baby’ 구간

그림 7-2. ‘Baby I love you’ 구간

이는 단지 ‘스펙터클’한 퍼포먼스의 연속이라기보다는, 본론2에서 전술한 구성상의 전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마지막 하이라이트 고음 진입 전 구간에서 이를 확연히 살펴볼 수 있다. 메인 보컬의 평이한 등장만으로도 충분할 것을, 선행 파트 담당자 민재가 하이디에게 고음을 맡긴다는 듯한 제스처 이후에 고음 하이라이트로 진입하는 연출이 들어가 있는데(그림 7-3 참조), 이로써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전체적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림 7-3. 민재-하이디 전환 구간

그림 7-4. ‘Oh my 이리 와 ~ 점핑 점핑’ 구간

그림 7-5. 뉴썬-디애나 전환 구간

이는 필연적으로 절대적 활동량이 많은 안무로 이어지지만, 소나무 7인은 한 명도 빠짐없이 이 안무를 소화하고 있다. 팀원 중 한 명이라도 박자 감각이 떨어지면 구사할 수 없는 안무(그림 7-4 참조)가 있는가 하면, 매일 절대적으로 많은 횟수를 연습했을 것이 분명한 배치 전환(그림 7-5 참조)도 있다. 오로지 열심히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누군가에게 호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넘나 좋은 것”의 안무는 투입된 디테일과 정성의 노력 자체가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 소나무의 ‘3차 도전’에의 총평 및 향후 전망

전술하였듯이 소나무는 ‘걸크러시’ 컨셉을 기반으로 활동상의 다양한 방향성을 시도해 왔으며, 그동안 특정 컨셉만을 사용해 성공한 적이 없다. 그런 이력을 거친 뒤 대중에 선보인 “넘나 좋은 것”이 현재 그들의 ‘커리어 하이’가 된 데에는, 본론에서 상술한 요인들이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즉, 곡과 안무 모두가 즐거운 댄스곡에 기반하되 가녀린 청순미와 걸스힙합의 박력미를 모두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고(본론3-1), 여기서 각자의 개성을 지닌 멤버들이 기량을 뽐낼 수 있게 배려하였으며(본론3-2), 이 모든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모든 대책이 강구(본론3-3)된 것이다.

세상에 ‘못 떠서’ 억울하지 않은 걸그룹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2016년의 소나무는 이처럼 탁월하게 선보인 안무의 퍼포먼스 때문에라도, ‘뜨지 않으면 억울할 만한’, ‘이대로 더 못 크기에는 아까운’ 아이돌로 평가될 가치가 있다. 대중적 인지도의 차원에서는 사실상 올해 첫발을 내딛는 것이나 다름없는 그룹 소나무의 행보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물론, 본 연구만으로는 온전하지 않으므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다루지 못해 아쉬운 주제로는 “그래서 소나무 투톱이 누구라구여?”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본 연구자는 ‘춤선’과 표현력 및 ‘끼부림’을 기준으로 의진과 민재를 따라올 멤버는 없다고 판단되는 바 해당 멤버 2인을 투톱으로 지명하는 바이다. 본 연구가 간과한 연구 주제 및 소나무 투톱에 대한 추가적 논의가 향후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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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아이돌 글을 연재씩이나 하게 된 글쟁이. 지속가능한 팬질을 위해 끄적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