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BIG)토리아 시크릿

제대로 알지 못했던 플러스사이즈의 매력. 패션매거진 66100 편집장 인터뷰.

이미 예쁜 당신!

우리는 항상 남을 기준으로 아름다움을 논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해 자꾸 칼을 대고, 무리한 다이어트를 일삼느라 아름다운 젊음을 해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본디 그대로의 모습(Born This Way)을 사랑하라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 태어난 잡지가 있다.

패션 매거진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플러스사이즈인들의 화보를 바탕으로 한 《66100》.이 잡지의 편집장이자 메인 모델인 김지양을 인터뷰했다.

도움말

플러스사이즈
기성복의 표준 사이즈보다 큰 사이즈, 즉 XXL, XXXL, 킹 사이즈나 퀸 사이즈 등으로 불린다.

66100
날씬한 모델 대신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나 일반인도 당당하게 자기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드러낼 수 있는 플러스 사이즈 패션 컬처 매거진.

사진 _ 서민희 헤어/메이크업 _ 윤자영

사진 _ 서민희
헤어/메이크업 _ 윤자영

인터뷰이 소개

김지양. 1986년생.국내최초 플러스사이즈 매거진 편집장, 모델. 플러스사이즈인들이 감춰두었던 매력들을 하나 둘씩 꺼내주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아픈 마음까지 만져주려는 친절한 누나.

 

지양

100명이 날 보면 그들이 다 다르게 볼 거예요. 내가 의도한 대로 사람들이 봐 줄 거란 확신은 없죠. 다만 일관성 있는 사람으로 보였으면 하는 게 있어요. 예를 들면 그런 거죠. 나를 만나고 싶어하거나, 나를 만나고 힘을 얻었다라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당신의 이러이러한 모습을 보면 힘이 난다”라는 것일진대, 제 그런 모습이 유지되길 바랄 뿐이예요. 초심같은 것. 사실 예쁜 사람으로 보이면 정말 좋겠어요(웃음).

여담인데, 난 이 인터뷰를 기획하면서 많이 떨었다. 첫 여성인터뷰이였고, 워낙 바빠 인터뷰를 거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허락된 취재. 무엇보다 실제로 본 그녀는 흔히 위축되어 보이는 플러스사이즈의 여성들과는 달리 당당하고 매력적이었다. 한마디로 예뻤다!

내가 대표로 욕먹을 테니, 꾸미고 사셨으면

지양

그러니까, 왜 그 많은 연예인들 놔두고 나를 인터뷰하려고 했어요?

상일

패션지를 봐도, 인터넷 쇼핑몰을 봐도, 다들 마르고 이뻐요. 그런 사람들이 입은 옷은 사고 싶다기보다는 ‘내가 입으면 별로일거야…’라는 생각이 들어요. 플러스사이즈 모델을 전면으로 내세운 패션지는 진정 사람들이 필요로 하던 잡지가 아닐까요?

지양

내가 대표로 욕먹고 있어요. 별별 악플도 많죠. “뚱뚱한게 별걸 다 하네…”라는 식의? 그러지 말고 좀 꾸미고 사셨으면. (웃음)

상일

그렇다면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이스라엘이나 브라질에서는 미인대회의 안티테제인 플러스사이즈 대회가 개최된다고 하던데요?

지양

제 생각엔 (이스라엘이나 브라질의) 플러스사이즈 대회는 기존의 미인대회의 폭력성을 비판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지, 진정 플러스사이즈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한 대회와는 거리가 있다고 봐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그런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요. 시선 개선을 위해 패션쇼를 한다는 건 사실 어불성설이예요. 좀더 개개인에 집중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하려고 해요. 이를테면 오늘도 세미나 행사를 하고 왔는데, 뷰티 세미나예요. 정말 화장이라는 것을 해 본 적도 없고 꾸밀 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기본적인 뷰티 정보들을 제공해요. 사회로부터 억압된 것들을 어디 가서 이야기할 수 있는 창구가 될 수 있는 행사들을 준비하고도 있어요. 제 목표는 지난호보다 더 잘 만든 책을 내는 거죠. 그런 목표가 쌓였을 때 좋은 컨텐츠가 나오지 않을까요? 아직은 원대한 포부를 담은 행사를 이야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아요.

야식은 혼자 먹으면 살찐다

상일

“이노센트 플레저”라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요?

지양

말 그대로 순수하게 음식을 오롯이 즐기고자 기획한 모임이예요. 가면서 방식이 바뀌고는 했지만, 처음엔 우리 집에서 했어요. 옥상에서 바비큐파티도 했었고. (오오) 미식 모임으로 바뀌기도 했지만, 이런 것들 자체가 사람들이 원하던 게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되죠. (화제를 돌려서) 야식은 어떻게 먹어야 살이 찐다고 생각하세요?

상일

(이런… 그런 것 생각하지 않았어. 살찔 각오하고 시켜먹었다고!!!!!!!!) 자기 직전에 먹는 게 살찐다고들 말하던데…?

지양

야식은 ‘혼자 먹으면’ 살쪄요.

상일

왜요?

지양

1인분 배달되는 야식 본 적 있어요? 보통 족발, 피자, 치킨 다 1인분 음식이 아니죠. 근데 그런 음식은 혼자 먹으면 살쪄요. 포인트는 이걸 같이 먹자! 라는 거지. 물론 경쟁적으로 더 많이 먹으려는 사람도 있어요. 중요한 건, 같이 이야기하면서 음식 맛을 음미하면서 먹자는 거죠.

상일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온전히 즐기기 위한 것 말이죠?

지양

“어제 먹던 그 음식 맛 어땠어?” “괜찮았어.” 무슨 맛인지를 잘 표현 못 해요. 그냥 먹기 바빠. 우리나라 사람들 식사 시간 진짜 길어야 1시간을 안 넘어요. 이런 건 잘못된 거 아닐까?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래서 만든 행사죠. 홈페이지(im66100.com)를 통해서 참가 방법을 알려드리고 있습니다.

상일

메뉴는 그때그때 정해져요?

지양

치킨이 보통 가장 호가 많다. 아니면 바비큐 파티?

상일

낭만적이군요! 가을호가 발매되면 런칭 파티를 갖는다면서요?

지양

공연을 할 거예요. 우리의 모토와 맞는 미녀 가수가 등장할 거예요. (아마 풍만한 매력을 자랑하는 분이 아닐까…?) 미남 가수도 부를 예정인데(웃음). 그런 공연 프로그램과 전시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어요. 칵테일 파티와 세미나 참여권 추첨 이벤트 등 여러 가지 이벤트가 준비될 거고. 텀블벅을 통해 런칭 파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남자의 살 = 덕? 개덕같은 소리!

지양

남성 컨텐츠를 다루고 싶어요. 사실 패션 매거진은 주로 여성 타겟을 다루고 있는데. 플러스사이즈 남성에 대한 컨텐츠는 더더욱 찾기 힘들어요.

상일

제가 학창시절에 굉장히 살이 쪘었는데…

지양

(놀라며) 진짜?

상일

나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한숨)

지양

(웃으며) 왜 한숨부터 쉬어요?

상일

뚱뚱한 여자와 남자가 있다면 여자에게 주로 비난이 쏠렸던 것이 사실이예요. 남자는 그래도 돼~ 하는 식으로. 그런데 실질적인 그 폭력의 정도는 남자 쪽이 더 심하면 심했지. 남자는 살이 있으면 일단 때리고 보거든요.

지양

울지마~ 울지마~

상일

아니 그게 죄도 아닌데? 여튼, 그런 것을 다뤄 줬으면 좋겠네요. 남자들이 살쪘다가 빠지거나, 말랐는데 찐 경우는 정말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는 두 가지가 있거든요.

지양

그래! 그런 컨텐츠!

상일

우선 체중이 갑자기 급격하게 변하면 살이 터요. 뭐 튼살크림 이런게 있고,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방법은 있겠죠. 남자들은 잘 몰라요. 방법을 찾아보는 행위 자체를 쪽팔려해요.

지양

맞아요! 맞아요! 그런 컨텐츠를 다루고 싶은데, 상황상 에디터들에게도 여유가 없고, 나도 포용할 수 있는 컨텐츠에 한계가 있다 보니 너무 가슴이 아프죠. 다뤄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데. (웃으며 상일을 가리킨다) 내가 스카웃하고 싶을 정도야.

상일

과연 이게 도움이 될까?

지양

예를 들면 그런 거지. 플러스사이즈들은 양복을 사고 싶어도 살 곳이 마땅치 않아요. 여자 입장에서 거꾸로 생각하면, 남자들은 맞춰서 입을 수 있는데, 여자는 맞춤 셔츠를 할 수 있는 곳이 없거든요.

상일

정말로?

지양

남자들은 테일러샵 같은 곳에서 옷을 맞출 수 있는데,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돼요?

상일

25살이에요.

지양

우리또래들은 잘 모르겠지만 , 예전에 명동 같은 곳을 가면 여성들 맞춤 정장을 만드는 양장점이 있었는데, 그런 부띠끄샵들이 지금은 백화점의 3층 여성복 코너로 들어가서, 이젠 수작업으로 맞춤 옷을 만드는 곳이 사라졌다고 해요. 사이즈는 획일화되고. 남자들은 오히려 그런 정보에 열려 있는데, 여자들은 갇혀 있죠.

상일

솔직히 남자들에 대한 그런 정보는 많은데, 찾는 걸 부끄러워하거든요.

지양

부끄러워하면서, 또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는 것이 드물어요. 그래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뷰티 세미나도 많이 하는데, 왜 참여율이 낮은지. 워낙들 부끄러워하니까.

상일

사실 (그런 세미나같은 곳에)가야 뭐가 달라지는데 .

지양

주변에도 좀 갔으면 하는 애들이 많아요. (웃음)

상일

아까 두 가지를 말했어요. 살 트는거 말고, 두 번째는 체형이 달라지면 옷 입는 것 자체가 정말 어렵죠. 살 빠지면 어떤 패션을 갖춰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갑자기 쪄 버리면 어디서 큰 옷을 사 입어야 할지 모르겠고, 큰 옷은 어디서 파는지조차 모르니까. XL를 사서 입어보면 그게 XL가 아닌 경우가 많다더라구요.

지양

일단 입을 옷이 없는 거지. 어디서 쇼핑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를테면 갑자기 살이 찌고 나면 우울증이 와요. 사실 플러스사이즈를 위한 패션 정보도 중요하지만, 심리적인 부분의 접근도 필요한데. 늘 맘이 급해요. 다루고 싶은 건 많고, 몸은 하나고. 겨울호쯤에 이런 컨텐츠들을 오롯이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플러스 사이즈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아직 마이너스

지양

근데 어떻게 살이 빠졌어요? 몸이 아파서?

상일

난 자기애를 따진다면 정말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아요. 내가 살찌건 말건 내 몸인데. 근데 주변에서 좀 짜증나게 하더라구요. 살 때문에 좋아하는 애한테 까여본 적도 있거든요.

지양

(탄식)

상일

여튼, 내가 살찐 게 나만의 문제라면 모를까, 사람들 시선을 생각하게 돼요. 지금이라면 아마 살 이외에 다른 매력을 찾았을걸요.

억지로 살을 빼려고 하는 사람들한테 그녀가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TV에서는 막 남자도 이뻐야 하고, 초식남, 블링블링 샤이니 막 이러다 보니, 저절로 ‘아… 말라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일단 기본적으로 뚱뚱한 사람에 대한 시선 자체를 아름답게 그리지는 않으니까.

미디어는 살을 결코 아름답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미디어는 살을 결코 아름답게 보여주지 않는다고

지양

중고등학생들도 정말 심각해요. 모든 미디어에는 뚱뚱한 사람들이 아름답게 그려지지 않아요. 다 핍박받고 희화화되요. 이런 건 정말 위험한 거지. 이런 걸 내가 과연 바꿀 수 있을까? 고민도 정말 많았어요. “너 정말 괜찮아.”라고 이야기해 주는 수밖에.

상일

전 그랬으면 좋겠어요. 살찐 건 죄가 아닌데. 왜 사람들은 그걸 죄라는 식으로 이야기할까요? 남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당연히 본인 스스로도 자존감을 가질 수 없죠.

지양

자기 혹시 키가 어떻게 돼요?

상일

지금 깔창 깔았는데 (남자에게 키는 몸무게보다 더 민감한 숫자다.) 75 정도 되요.

지양

75? 아… 전공은 뭔지?

상일

국문과예요.

지양

아~

상일

왜…

지양

우리가 돌아오는 일요일에 화보촬영이 있는데 남자 모델을 구해야 해서. 얼마 전에 에이랜드에 가서 쇼킹했어요. 남자 옷을 보는데 (사이즈가) 90, 95밖에 없는 거야. 만든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은 치수로 기입해요.

상일

일단 옷가게에서 옷을 보면 요즘 다 S/M 이렇게만 있더라구요.

지양

L이 없어…

상일

L이라고 써 있어도 입어보면 나한테 M인데. 옷 사려고 해도 이젠, 마른 게 대세가 아니고, 필수죠. 뭐 요즘 유명한 쇼핑몰들 가 보면 밥 사주고 싶게 생긴 애들이 피팅 모델로 있던데요. 얘들아… 너네 모습 찍어주면 ARS로 후원금 받을 거 같아. 사실 제일 꼴보기 싫은 거, 물론 개개인의 미적 취향은 고려해야?하죠. 하지만 정말 삐쩍 꼴아서 다린지 빨대인지 모르겠는 걸로 돌아다니는 남자들 정말 뵈기 싫어요. 사람은 골격만 봐도 저게 억지로 뺀 건지, 원래 마른 건지 딱 눈에 보이거든요. 정말 저렇게 가학적인 몸을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봐줄 거라 생각할까? 그런 생각이 들죠. 애인이 특이 취향인가?

지양

그런 사람 정말 많다.

상일

여튼 난 힘들게 마르느니, 차라리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찌는게 낫다고 봐요. 어차피 살이 쪄도 내 매력을 어필할 부분은 얼마든지 있다는 생각이 있으니까요.

지양

아니 근데 마스크가 정말 매력 있어서, 그래서… 네. (아주 진지하게) 아니 왜이렇게 부끄러워해요?

“내 살”이 아니라 “나”에 집중하고 살아야 한다

사진 _ 문소영 헤어/메이크업 _ 윤자영

사진 _ 문소영
헤어/메이크업 _ 윤자영

지양

내가 미국에 갔을 때 느낀 건, 사람들은 자기 살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한테 집중하고 산다는 거예요.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뭘 잘 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자기 삶에 집중하지, 살에 집중하진 않아요. 그들이 진로를 일찍 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살고, 더 넓은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차이는 그런 거죠. 우리나라는 모두 이쁘고 말라야 하고, 대학 가야 하고, 얼굴도 잘생겨야 하고. 일단 대학만 가! 그럼 다 그 후에 해결돼. 어른들부터 그렇게 이야기해 버리니, 어디서부터 잡아주고 잘못되었다고 말해줄까요?

상일

지금 생각해보면 살쪘다는 소리를 하는 사람들 때문에 살을 뺄게 아니죠. 걔들 죽빵을 후려쳤어야지.

지양

걔들은 친구가 아니죠. 스스로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이 그렇다고 하면 넌 너의 모든 걸 바꿀 수 있는지… 어제의 살찐 나를 뛰어넘어봤자 날씬한 나만이 남아요.

상일

남들이 빼라고 해서 빼려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양

뚱뚱한 사람들의 착각이, 날씬해지면 다 되는 줄 안다는 거. 그럼 주변에 날씬한 사람들은 다 이쁘고 다 완벽하고 다 행복해? 중요한 건 살이 아니예요.

상일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지양

먹으면서 스트레스 받지 좀 마세요!!!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Pin on Pinterest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김상일

김상일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말은 하고 살아야지.
김상일

김상일의 이름으로 나온 최근 기사 (모두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