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멘토 안광배

걱정 마라. 멘토가 힐링 부르짖는 그런 인터뷰 아니다.
멘토가 말한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힐링.

인터뷰이 소개

캠퍼스멘토 대표이사. 100여명의 청춘 스토리를 담은 <백수일기> 출간. 자기 꿈을 잊어버릴 뻔했던 각 업계 종사자들과 자기 천직을 못 찾고 있는 현역 20대들을 중매해 주는 기쁨으로 멘토링 연결 사업에 임하고 있다.

안광배 대표이사

취직하면 게임 끝? 가서 뭘 할 건데?

Q

최근에는 어떤 활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A

작년에 직업능력개발원과 같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창업과 진로>라는 중고등학교 대상으로 한 프로젝트 개발을 맡게 되었다. 구체적으로는 중고생들에게 많은 역할 모델들을 제시하는 데 큰 목적이 있었다. 요즘은 정보를 찾기 쉬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진로에 대한 정보를 잘 찾지 못하는 것 같다. 자기 미래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인데, 마냥 좋아보이는 학과, 직업을 간다.

 

Q

“멘토” 하니 생각나는 일이 있다. 학교에서 취업 특강이 열렸는데 밖으로 나가 많은 경험을 하라는 멘토의 말에, 자기는 토익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꿈이라는 학생이 있었다.


??

거꾸로 질문하고 싶다. 그 학생은 왜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걸까.


Q

연봉이 많다거나, 사회적 인정?


??

많은 학생들이 그렇다. 대체 대기업에 들어가서 ‘뭘’ 하고 싶은 건가? 예를 들어 삼성에 들어가서 스마트폰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이러이러한 영향을 주고 싶다면 삼성에 들어가는 게 맞다. 그런 목적 없이 무조건 대기업에 들어가고자 하는 것이 꿈이라면, 입사하고도 상당히 혼란스러울 거다. 하다못해 대기업에 취직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다면 생각이 달라졌겠지.

 

Q

정말 동감한다. 한번 정하면 적어도 10년은 넘게 발을 담궈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정보를 얻는게 참 쉽지 않다.


??

직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그 직업의 실무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 그 실무자들을 많이 만나게 하도록 만든 것이 <캠퍼스멘토>다. 그래서 멘토파인더라는 직책이 나왔다. 직업의 실무자들을 멘토로 삼아서 멘티들과 연결시켜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일종의 멘토고용중개사랄까. 최근에 한국고용정보원에 새로운 직업으로 등재가 되었다. 관련 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뿌듯하다.


Q

이영도의 소설에 나오는 ‘드래곤 라자’ 같다. 인간세계와 용의 세계를 연결해 주는.


??

아,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웃음)

 

Q

각 직업별로 멘토를 섭외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클 것 같다.


??

의외로 그렇지 않다. 도리어 직업 실무자들에게 멘토링을 요청하면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와 같은 것들을 고민하신다. ‘내가 겨우 이런 데나 나올 퀄리티인가’ 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Q

처음 대표님께 인터뷰를 청했을 때 혼자서 전전긍긍했던 것이 기억난다. ‘이 사람이 바쁘다고 나를 만나주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컸다. 인터뷰 요청 전화를 걸었을 때 너무나 반가워하셔서 도리어 너무 놀랐다.


??

다들 왜 이렇게 겁부터 내는지 모르겠다. 하다못해 레포트를 준비할 때 ‘과연 저 사람이 나를 만나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더라. 오히려 이쪽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만나려고 한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나이가 들어서 대학생들을 만나는 기회도 흔치 않다. 또 이러한 멘토링을 통해 다시 에너지를 얻고 자각의 기회로 삼는 경우도 있다.

 

사소한 계기로 사람은 변한다

Q

오기 전에 살짝 사전 조사를 했다. 대학 시절, 8개 동아리에, 30번도 넘는 MT를 소화하셨다는 소문을 들었다.


??

사실 MT 포맷이 다 비슷하다. 밥 먹고, 술 마시고 (웃음)


Q

하긴. 지금도 그렇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든 활동이 궁금하다.


??

풍물패. 신입생들을 맞이 OT때 사물놀이를 이끌게 되었다. 가뜩이나 정신없는 사물놀이를 50명이서 선보여야 했다. 얼마나 시끄럽겠나. 근데 내가 내는 리듬에 맞춰 그 많은 사람이 따라오니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졌다. 그게 너무 짜릿했다. 지금도 월드컵 경기 같은 곳에서 꽹과리나 징을 치는 것을 보면 부글부글 피가 끓는다.

 

Q

“위험한 멘토링”이라는 대학생 대상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

두 가지 경우가 있다. 고민을 가져오거나, 호기심을 가지고 오거나. 고민이 있는 친구들과 멘토링을 할 땐 답답한 게 많다. 분명 본인이 할 말이 많을 텐데 말을 잘 안 한다. ‘내가 이 이야기를 했을때, 이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면 어떡하지?’하는 식의 생각이 너무 많다. 그런데 호기심을 가지고 오는 친구들은 나보다 그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많다.


Q

그 중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되는 학생이 있었나?


??

있다. 그 친구의 꿈은 자기가 다니는 대학교의 총장이 되는 거였다. 일단 특이하잖아. 이유가 뭐냐면, 자기가 이런 저런 경험을 통해서 세상에 재미있는 게 많다는 걸 알았는데, 막상 대학생들은 너무 공부에만 치중한다는 거지. 그래서 총장이 되어서 많은 기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건데, 단순히 꿈으로만 끝내는게 아니라, 실행을 하고 있더라.


Q

미래의 총장은 역시 다른가 보다. 실행력이 무시무시하다.


??

어떤 식이냐면, 학교 내에 글로벌 국제 학생 리더쉽 포럼을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으고 내년 초에 포럼을 준비하고 있더라. 이 정도의 추진력을 가지고 있는 친구라면, 총장을 넘어서서 더 큰 꿈을 꿀 수 있겠다 싶었지.


Q

내가 멘토링한 학생이 정말 총장이 된다면 기분이 묘할 것 같다.


??

날아갈지도 모른다.

 

자기 인생 핸들은 자기가 잡는 거다

Q

멘토라는 키워드가 이제는 저물어가는 코드로 자리잡았다고 보는 의견이 많다. 멘토링의 중심에 서 있는 입장으로서, 이 말에 동의하는지?


??

청춘들은 예나 지금이나 궁금해하는 것이 똑같다. 자기 장래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갖고, 그에 대한 답을 얻고자 한다. 그것들이 새삼 멘토라는 이름으로 부각되었을 뿐이다.


Q

멘토라고 했던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들에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 밝혀진 청춘 멘토 사기극이라던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멘토라는 것의 본질적인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멘토에 대해 비춰지는 이미지만을 생각하지말고, 거기에 담긴 진짜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 내가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는 접근이 필요하다.


Q

뭔가에 대한 답변을 주니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 같다.


??

‘저보고 어떻게 하라구요! 답을 내려주세요.’라고 한다면, 나는 ‘답은 너가 알지! 내가 아니?’ 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다. 내가 신이 아닌데, 어떻게 몇천만 명의 사람들에게 다 옳은 말들만 해줄 수 있겠나. 혜민스님이 하신 말씀 중에 “서로를 인정하세요.”라는 말에 난 격한 감동을 받았어. 반면에 다른 누군가에겐 ‘저게 대체 무슨 소리지?’라고 들릴 수 있겠지. 말은 하나인데, 해석은 몇천만 개가 될 수 있다. 이건 말을 한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의 잘못도 아니야. 주변에서 해 주는 말은 정답이 아니다. 그저 참고만 할 뿐이지.

 

Q

그런데 멘토들이 딱 자기 얘기만 해주면 참 좋을 텐데, 남의 이야기를 마치 자기 일인 듯이 말해서 사람 혹하게 하는 경우가 참 많다.


??

맞는 말이다. 나도 내가 강연을 많이 해 보지만, 가장 싫어하는 강의가, 자기 얘기 아닌데 제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 경험해 보지도 않았으면서 마치 직접 경험한 듯이 이야기하는 사람들. 정말 싫어하고, 위험하다.


Q

하지만 딱히 막을 방법도 없다.


??

남의 이야기를 잘 전달하는 건 좋은 스킬이긴 해. 강의를 할 때 있어서, 내가 세종대왕이 아니지만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듯이. 근데 남 얘기를 자기 얘기로 바꿔서 말하는 건 사기다. 그래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청중들이, 그런 건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저게 진짜 자기 이야기를 하는건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들을 짜맞춰서 하는건지. 그걸 가릴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많은 글들을 읽어봐야 해.


Q

막연하게 실망을 했달까.


??

운동 선수들의 강의는 하나같이 다 감동적이다. 그 사람들은 정말 살아온 시간 대부분을 한 길만 걸어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땀이 흘린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니까, 자기 이야기만 해도 그 감동은 클 수밖에 없다. 이게 진짜의 힘이다. 멘토링을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진짜가 부딪혀야 한다.

 

 

안광배 대표님은 마지막에 이런 말씀을 남기셨다. 상상력의 크기는 경험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예를 들면 이런 거다. 코끼리가 날아가는 상상을 누가 했다고 치자. 그건 어디에선가 코끼리를 봤고, 하늘을 날아가는 새를 보았기에 가능하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상상하고 있었는가. 그리고 그것을 상상하기 위해 어디까지 스스로 가 보았던가. 이 모든 것을 점검했다면, 다시 한번 멘토를 불러 봐도 좋겠다. 분명 많은 것이 바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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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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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말은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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