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신생당원’이 관악구에 출마한 사연

제 7탄, 서울 관악구갑 민중연합당 연시영 후보.

한국 정치에서 여전히 청년은 객체입니다

이 기획 인터뷰에 지난 한 달간 꼬박 매달렸다. 각 정당 대표전화부터 동네 친구까지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고, 실제로 그들의 선거사무소를 방문하고, 그간의 삶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청년들이여 정치적이 되어라’ 운운하는 선거판 주변 기성세대의 뜨거움에 대해 고개를 한층 더 갸웃하게 된다. 제도적, 형식적인 청년의 정치 참여는 분명히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청년은 객체인 것 같아서.

ⓒ민중연합당

그때 ‘민중연합당’이 눈에 띄었다. ‘99%를 위한 정치’라는 강령보다 “창당 2주만에 2만 명 이상의 당원 모집” 운운하는 플래카드가 더 유명한 이 연합 정당은, 농민당, 흙수저당, 노동자당이 모여 만들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중 흙수저당은, 대놓고 “흙수저 청년들을 대변”한다고 내걸고 있었다.

그래서 서울 관악구갑의 연시영(26) 후보를 만났다. 청년 비율이 46% 가까이 되는 지역구에서, 그는 무엇을 어떻게 대변할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치, 직접 하다.

허자인 (이하 허)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계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연시영 (이하 연)

전 대학교 2학년 때 용산참사 기사를 봤어요. 용산참사 1주기였는데, 용산 뉴타운이 진행되면서 세입자와 상인들을 쫓아내는 과정이 있었고, 강제진압 과정에서 6명이 돌아가셨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너무 충격 받았거든요.

그런 일이 있었죠. 그게 벌써 2009년이네요.

그것을 저는 공권력에 의한 살인이라고 봤고, 의식주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데, 살고자 하는 사람을 내쫓다 못해 죽는 일까지 일어나니까. 뭔가 문제가 있고, 정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충격을 받고 사회나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하신 활동에 대해 여쭤봐도 될까요?

2011년에 반값등록금 운동 기억하세요? 저도 학자금 대출 받고 부담스러운 학생이었거든요.

연시영 후보 재산신고사항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 18,812천원! ⓒ연시영

네 그런데요?

그런데 그때 학생회는 무슨 행동을 전혀 안 하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서명 용지 만들어서 4천 몇 장 항의서명을 받아서 학교에 냈어요. 그런데 권한이 없으니 학생회 통해서 이야기하라고 하더라구요. 그때 학생회는 등록금 인상안에 사인을 해 준 상태였구요. 그럼 난 누굴 믿어야 하며, 학생회는 누구 말을 믿고 인상안에 사인을 해준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학생회에 출마를 해봤었어요.

어떻게 되셨어요?

당선됐어요.

조용히 웃는 연시영 후보

(풋)

총학 차원에서 등록금 인하 활동이 진행되었겠네요.

네. 그래서 총학 이름도 ‘될때까지’였어요. 될 때까지 인하하겠다. 공약이 10%였는데 완성하진 못했고, 5% 정도 인하시켰던 것 같아요.

학생회 활동이 정당 활동으로 이어지신 건데, 거기에 신진정당이구요.

저희 당의 장점이자 차별점이 매력적이었어요. 첫 번째는 연합정당이라는 점. 지금 민중연합당의 경우, 다른 정당들이 청년위원회나 청년부문으로 청년을 이야기하는 반면 저희는 ‘흙수저당’이라고 불리는 청년들, ‘농민당’ 농민들, ‘비정규직철폐당’ 노동자들, 이런 식으로 연합정당으로 만들어진 거예요.

정치를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 각 이슈나 계층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실제 계층들이 정치적으로 결사 조직한 거군요?

네. 그래서 가능한 건데, 두번째로 직접정치. 편의점 알바생도 국회의원을 할 수 있고, 저도 국회의원 후보로 나올 수 있고. 실제로 민중연합당은 직접정치의 문을 열고자 해요.

‘직접정치’라는 표현을 좀더 명확하게 밝혀 주세요.

소수의 유명 정치인이 하는 게 아니라, 편의점 알바생이든, 얘기해 보고 싶었는데 표출할 기회가 없었던 사람이든,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들이 공론화되고, 정책이 되고, 직접 출마를 하든 당 대표가 되든 할 수 있는 거예요.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는 문이 열리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을 저희는 직접정치라고 하고 있어요. 대리정치나 위탁정치가 아니라. (민중연합당은) 모든 것을 수평적으로 놓고 토론하고 있거든요.

연합정당답네요.

가디언지 포데모스 섹션

세계적 일간지 가디언이 별도 섹션으로 관심을 보이는 포데모스. ⓒ The Guardian

조금 생소할 수도 있는데, 스페인의 정당 포데모스에 착안해서 새롭게 만들려고 한 형식이에요. ‘마드리드 디사이드’라는 시민참여 온라인 사이트가 있거든요. 국민의 2%의 투표를 얻으면, 시 당국에서 정착화하여 주민투표로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온라인 형태의 플랫폼이에요. 오프라인으로는 한계가 있고, 온라인 중심의 다수의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걸 지향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소리보다는, 직접적으로 말한다

민중연합당에서 상당히 많은 수의 청년 후보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편의점 투어 같은 선거운동도 새롭구요.

다른 정치인들은 시장 가서 국밥 먹고 사진 찍고 그러잖아요? 그런 건 정치쇼라고 생각했어요. 청년과 소통 및 호흡할 수 있는 게 뭔가 생각했을 때, 설에도 집에 못 내려가고 알바하는 야간 편의점 알바생들이 많다고… 저희 당원들도 그렇고… 그래서 신촌 부근의 모든 편의점을 돌았거든요, 새벽 두 시부터 네 시까지. 직접 쓴 손편지 드리고. 이런 당 만들었는데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식으로.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직접 그 현실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감되고 그런 것 같고. 저도 알바하면서 부당한 처우나 현실, 서러움을 잘 알고 있거든요. 그래서 많이 만나고. 그런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같이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방식을 고민하고 있어요. 혹시 알바 하다가 부당한 문제 있으면 연락하라고 명함도 드렸고. 그렇게  같이 고민하고 얘기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청년의 정치를 만들고자 해요.

자료를 들고 있는 연시영 후보

(해맑)

구체적으로는 어떤 청년정책을 준비하고 있으신가요? 민중연합당, 특히 흙수저당은 흙수저 청년들이 모여 만든 당으로 알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 어떤 목소리를 내실 것인지 듣고 싶습니다.

(이분들 말을 들어보면 예컨대) 편의점 알바를 하는데, 하루 종일 일해도 5천 원밖에 못 받고. 유학비를 벌려고 서울로 와서 평일엔 ○거킹 저녁알바, 주말엔 ○리스피크림 알바를 하는데 유학비가 도저히 안 벌린다는 거예요. 밥값, 집값, 공과금, 핸드폰 요금 내고 나면 모이는 게 없대요. 그런 얘기들을 공론화시키고, 바꿔내는 게 저희 흙수저당의 목표죠.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청년정책’ 중 가장 신경쓰고 있으신 부분은 어떤 건가요?

딱 하나를 집기가 힘든 게, 단기적이고 일시적으로 바라볼 게 아니고 근본적으로 구조적으로 바라볼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정책 하나로 청년의 문제 하나 해결된다고 해서 그게 청년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거든요.

그렇기는 하죠.

최근에 기사를 본 게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가 매년 2조씩 청년실업 대책으로 쓰고 있대요. 그걸 했던 청년들에게 설문조사를 받았는데, 그 혜택을 받은 청년은 40%밖에 안 되고, 그 40% 중에서도 60%가 비정규직이었던 거예요. 결국 청년들이 살아갈 미래는 촘촘히 뜨개질하듯이 그려나가야지 뭔가 정책 딱 하나로 해결하고 분리되어 있진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뭔가 희망적으로 제시해볼 만한 정책을 하나 언급해 주신다면?

등록금 백만 원 상한제. 우리나라가 민간 부담금이 1위로 너무 비싼 등록금을 내고 있어요. 반값 등록금 됐다고 말하는 광고 보면 억장이 무너지고 화가 나잖아요? 무늬만 반값 등록금이 아니라, 아예 백만 원 상한제를 하여 모든 대학생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사회에 나와서 도전하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는데, 저는 그 이유가 등록금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민중연합당 등록금 백만원 상한제

ⓒ민중연합당

그럴 수 있군요. 또 어떤 정책이 있나요?

네. 공평함의 맥락에서 두 번째로는 미취업 졸업생이 실업급여를 받는 거예요. 이재명 성남시장님이 하시는 청년배당과 비슷한데, 모든 졸업생, 청년들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그리고 또 하나는, 결혼 시 학자금 대출 부채 탕감을 해 주는 거예요.

결혼하면 빚이 없어진단 말이죠? 혼인신고 기준으로요?

자세한 건 고민 중인데, 몇 가지 특수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까. 결혼하려면 목돈이 엄청 들잖아요? 용산에 4월 30일에 결혼하는 예비신부가 출마를 해요. 그 후보가 이야기하더라고요. ‘결혼하려니 또 빚이 생겼다. 국가가 통 크게 빚 한 번 탕감해 주자, 한 턱 쏘자.’ 제 말이 그 말이에요. 빚 때문에 결혼까지 포기하는 일도 많은데, 잘못된 학자금 정책으로 인해 빚이 생긴 청년들이 결혼하면서 더 빚이 생기니까, 바로잡자는 측면에서요.

 

뭐라고 하든, 일단 내 말을 직접 할래요

이런 공약을 듣다 보니 후보님 이야기를 더 들어보고 싶은데요. 20대 청년으로서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 참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맞아요. 제가 선거 통장 만들러 은행 갔을 때도 그랬고, 신림역 앞에서 아침에 인사드릴 때도 다 같은 반응이었어요. 본인이 출마하는 거냐고, 이렇게나 어린데. 그런 반응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치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아니라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그렇죠, 뭔가 유력자가 해야 할 것만 같고.

실제로 19대 국회의원 평균 연령이 2012년 기준으로 53.9세였거든요. 4년이 지났으니 57.9세? 이것 때문에 나온 결과가, 청년을 위한 법안보다 노인을 위한 법안이 4배 이상 많거든요. 청년들이 배제되는 정치가 되고 있는데, 청년들이 직접 정치를 하겠다, 직접 바꿔보겠다 하는 마음으로 출마를 했어요.

웃으며 포즈를 취하는 연시영 후보

(방긋)

흔히 50대 이상은 이미 그 이전의 시간대를 지나왔기에 청장년층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반면, 20대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그 이상의 연령대를 포용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되는 듯합니다. 후보님은 청년 이외의 세대를 어떻게 포용하실 것인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50대 이상이 청년을 절대로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점에서요?

물리적으로 이미 30년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의 청년과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땐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대학 진학률조차 다르고… 그땐 비정규직이 없었잖아요. 우리는 비정규직 일자리도 없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 그런 시대가 다른 50대가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20대의 문제는 20대가 해결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도) 출마했고.

공감이 불가능한 시대적 간격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예를 들면, 민중연합당의 흙수저당 손솔 대표님은 23살이고, 농민당 대표님은 60대예요. 민중연합당에서 ‘썸타는 정치’라고 카드뉴스를 낸 적이 있어요. 그걸 보신 농민당 대표님이 ‘썸’이 뭐냐고 대표님한테 물어본 거예요. 최근 저도 어느 회의 자리에서 ‘요즘 읽씹을 어쩌고~’ 했더니 읽씹이 뭐냐고 다들 물어보시더라고요.

민중연합당 공보물 갈무리

ⓒ민중연합당

 

그래서 직접 선거에 나서 본다고 합니다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 보니 정책까지는 아니어도 정치적 지향성이 확고하다는 것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필 관악(갑)에 출마하셨어요. 왜 이곳인지에 대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저는 관악구에 있는 청년센터 ‘더나은’의 대표로 활동하고 있어요. 여기서 작년부터 정말 많은 청년들과 만났던 것 같아요. 가슴아픈 사연이 많아요. 라면 하나를 쪼개서 세 개로 나눠먹는다거나, 정말 밥값이 없어서 아끼던 책을 팔아서 밥을 사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를 울면서 해요.

관악구 청년들이 말이죠?

네. 그런 의미에서 관악은 청년들의 대표적인 문제가 집합적으로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합니다. 1인 거주자가 제일 많고, 20대 거주자가 제일 많은데, 꿈을 잃어버린 채 고시 공부만 하고 있는 청년이나, 집값 따라 지방에서 올라와서 혼자 사는 청년들까지 형태도 다양하구요.

아무래도 지역구다 보니 지역구 한정 현안에 대한 계획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자세히 들어볼 수 있을까요?

지역에 뭘 설치하겠다, 만들겠다 하는 건 중앙정치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좀 한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대구, 전라도 어느 지역이든 현실은 비슷하다고 봐요. (그런 지역들에 고루 퍼져 있는) 흙수저들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급선무고, 그 시작이 관악이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연시영 후보 피켓

(활짝)

마지막 질문입니다. 관악(갑) 지역의 유권자가 이 기사를 읽고 있다면, 후보님을 찍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작년에 제가 관악구에 사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거든요. 이 사회에서 어떤 게 가장 문제냐고 물어봤을 때, 친일파 문제부터 세월호 문제, 집값 문제, 최저시급 문제까지 정말 고루고루 나오더라고요.

지금의 청년들은 어느 것 하나가 문제라고 딱 집고 있지 않아요. 다만 이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바뀌기를 염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년들의 정치 문턱이 낮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너무 억울한데 바꾸고 싶다, 그럼 노동부에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직접 행동할 수 있고. 노동부 장관으로 출마할 수 있는 거고.

나아가 관악 주민분들께서 연시영, 더 나아가서 민중연합당을 지지해주셔야 하는 이유는, 우경화된 국회에 진보의 씨앗이 필요해서라고 생각합니다. 100명의 국회의원도 하지 못한 것을 민중연합당 후보 한 명이 해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선 D-1

지금까지 일곱 정당의 일곱 청년들을 소개했다. 가급적 만났을 때의 느낌을 가급적 호의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독자 여러분께는 어떻게 비쳤을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어떤 후보는 ‘자본주의 부정하는 좌빨’로 보였을지도 모르고, 어떤 후보는 ‘상당히 수구 보수적인 우파’로 보였을 것도 같다. ‘이상론 늘어놓는 철부지’나 ‘그냥 어리기만 한 친구’, ‘정치 힘든 줄 모르는 온실의 화초’로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일부러 특이한 사람들만 찾아다닌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본 기획에서 다루어진 후보들 중 가벼운 마음으로 나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누가 뭐라건 그들은 순전히 지금의 청년 그 자체였다. 보수이기도 진보이기도 하고, 성숙하기도 어리기도 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면서도 아는, 그리고 전반적으로 돈이 없는.

자, 이제 판단은 여러분 몫이다.

‘역시 너무 어려도 안 돼’ 생각하고 차갑게 무시하든지,
정말 무슨 일을 벌일 수있도록 일말의 기회와 도움을 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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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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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못하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그냥 대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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