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에 가려 지금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고양고양 고양시의 덕양구. 그곳에서 노동당의 청년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덕양구는커녕 경기도 출신도 아닌 청년이 고양시에 와서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지혜 후보의 사무실은 3호선을 타고 한참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 화정역 부근에 있다고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선거사무실이 있다는 건물로 향했더니, 외벽 현수막은커녕 후보 사무실이라는 명패조차 걸려 있지 않은 곳이 나왔다. 노동당 신지혜(28) 후보와의 인터뷰는 그런 곳에서 시작됐다.
왜 내 얘기를 하는 정치는 없지?
?저는 원래 고양에서 살았어요. 여기에 이마트 없을때, 18년 전.
저는?초등학교는 부산에서 나왔어요. 중?고등학교는 통영이었고, 대학 때문에 서울에 왔죠. 고양시 쪽으로 온 건 평화캠프에서 일을 하면서였어요. 사무실이 홍대, 신촌 근방에 있다 보니 ‘서울’에 더 살 이유가 없더라고요, 살고 싶지도 않고.?서울에 살 때랑은 다르게 매우 만족하며 살고 있어요.
어떤 점이 특히 좋으세요?
전에는 잠자러 가기 바빴다면, 여기는 뭔가 집 같은 느낌? 동네 사람들과 만나고, 놀러가고 해서 더 그럴 수도 있고.?또 하나는, 2015년부터 청년 활동을 시작했어요. 이름이…
(메모를 준비한다)
‘고구마’ 였던 것 같은데.
고구마요?
네. 고양시청년 구현가능한 마을만들기.
(웃음) 네 알겠습니다. 본격적으로 질문 드리겠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개인적인 계기를 여쭤봐도 될까요?
고1때부터 논술을 준비하면서 한겨레신문을 구독하다가, 고등학교 2, 3학년 정도 되었을 때는 같은 주제를 놓고 쓴 한겨레와 조선일보 사설을 비교하며 읽는 시간을 1주일에 한 번 정도 가졌었어요. 그때부터 우리 사회에 일어나는 일들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그러고요?
다른 한 가지는, 어디 인터뷰나 토론회에서 많이 말하는 얘긴데, 가족 중 장애인들이 굉장히 많아요. 일단 큰고모는 장애가 심한 편이에요. 정신적인 발달 쪽에도, 신체적인 장애도 있었어요. 한번은?초등학교 때 친구랑 놀고 있었는데, 마침 큰고모가 지나가기에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고모 나 놀고 있어~’ 이랬어요. 그런데 걔들이 고모를 보는 시선이 이상하더라구요. 그때쯤 깨달았던 것 같아요. 아, 사람들은 장애인을 이렇게 보는구나.
그밖에도 아빠는 어렸을 때 부러진 뼈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서 팔이 조금 굽어 있고, 작은고모는 공장에서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리셨었고…
자연스럽게 ‘장애’ 이슈를 접하게 되는 상황이셨군요.
그러다가, 여러 집회에 참석하게 되었어요. 그 중 장애인 인권 시위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계시는 분들이 선두에 서서 목소리를 높히시더라구요. 그런 게 충격적이었어요. 이 사람들이 왜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싸워야 할까를 생각하고. 가장 일선의 정치는 누가 해야하나 고민도 들고.
많은 고민이 드셨겠어요.
네. 그리고 오랫동안 당원이었어요. 제가 하는 사회 운동과 당의 활동을 연결해 주는 정도의 역할을 하고 있었죠, 고양시로 이사 오기 전까진. 주로 제가 장애인, 빈민, 탈핵 활동 같은 주제가 있는 활동을 해 왔는데, 당시의 궁금증은 ‘지역 활동이란 어떤 걸까?’ 같은 거였어요. 지역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는 건 어떨까 하는 게 고민이었죠. 포이동 활동을 하면서 공동체 얘기 많이 하고.
아 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나도 지역 활동 하면 좋겠다, 했는데 그 시기가 빨리 온 거죠. 고양시에서 1년 정도 살았을 때 이제 활동하던 단체 내부에서, 지부를 만드니까 고양지부로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마침 우리 당에서 당 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다들 직장 다니며 띄엄띄엄… 지역에 있으며 간간히 당 일도 하는 정도로 지역활동을 해보는 건 어떻겠냐 해서 시작된 거였고요.
그렇게 된 거였군요.
여기는 개발이 문제가 아닌데?
사실 지역 사람들은 ‘무슨 일 하세요?’보다는 ‘어디 사세요?’가 먼저예요. ‘아 그 동네, 거기 뭐가 맛있는데’ 같은 식으로 동네 중심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저 사람은 어디 살고 그 가족은 무엇을 하고… 하는 식이에요.
그런데 정당은 주로 의제별, 사업별로 활동을 하지 않나요?
그죠. 그런데 지역활동은 어쨌든 사람을 만나서 하는 일이잖아요. 예를 들면 핵발전소는 왜 안 되는지 한 명 한 명 설득을 하고, 작은 실천이라도 같이 하는 식으로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고, ‘이런 세상에서 살자’라고 이야기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지니, 의제를 선전해야 하는 비례대표보다는 지역구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향후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풀뿌리 민주주의를 배워가는 과정이고. 그래서 지역구에 출마를 했어요.
지역구 이슈나 공약을 많이 준비하신 편은 아니더라고요. 산황동 골프장 취소 촉구나 방사능 급식 반대 정도? 그밖에 현재의 고양시, 특히 덕양구 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며, 이 이외의 지역 의제는 어떤 게 있다고 보시는지 듣고 싶어요.
사실 제가 고양시에서 활동한 게 3년 정도 되었는데, 지역의 대책위를 하면서 느낀 점은… 고양시는 덕양과 일산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덕양의 발전이 덜 됐다고 이야기를 하시곤 해요.
하긴, 고양이나 덕양구라고 하면 잘 모르고, 일산 옆이라고 해야 알죠.
그래서인지 많은 후보들이 개발 공약을 내세워요. 예를 들면 덕양을 쪽에선 “덕양을 판교처럼!”이라고 내거신 분들도 있죠. 일산호수공원을 덕양에도 짓겠다느니…
덕양구에 호수가 있어요?
하하... 아무튼 그런 공약을 많이 내세우는데, 전 사실 그런 공약이 실제로 덕양에 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삶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냐에 대해 의문이에요. 짓고, 만들고 하는 것에서는 그것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주인이 되고, 운영에 참여하고 하는 게 있어야 해요. 정치인의 입에서 ‘뭘 짓겠습니다’라고 먼저 말이 나오는 건 지금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지금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지역의 문제에 대해 ‘해결하겠습니다’라고 하는 게 먼저여야 하지 않을까 해요.
‘문제 해결’이 먼저인거네요
그렇죠. 특히 내유동은 무분별한 주택이 너무 많이 생겼는데, 놀이터고 어린이집이고 학교가 있으나마나한 지경인 거예요. 그런 문제를 해결 해야죠. 동시에 해야 하는 게, 지금의 법규가 어느 부분이 허술했는지, 앞으로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이죠.
단지 ‘우리 동네에 뭘 또 짓겠습니다’보다는?
네. 지금의 생각은 그런 것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어려워하고 있는 부분, 문제다 싶은 부분에 대해 해결하려고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싶어요. 원당 같은 경우에도 뉴타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할 것들이 많죠.
이대로 살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
20대 청년으로서 정치인이 되고자 한다는 게 힘드셨을 것 같아요. 30, 40대만 되어도 아직 젊지 않냐고 하잖아요? 특히 ‘50대 - 남성 - 법조계’로 요약되는 국회 분위기에서, ‘청년’으로서 정치판에 뛰어든 것이 어땠는지 듣고 싶어요.
‘아 너무 젊다’, ‘너무 어리다’ 같은 표현을 많이 하시긴 하죠. 전 그걸 좀 다른 시각에서 봤으면 좋겠어요. 4.19혁명때도 그렇고,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할 때도 그렇고,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왔던 세대들은 청소년, 청년 세대였거든요.
그랬죠
그리고 87년도에 민주주의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때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게 되고, 그들의 자녀인 우리의 세대는 그 부모 세대가 어릴 때 받아왔던 것보다 더 많은 투자를 받으며 여기까지 살아왔잖아요? 그것이 부모 세대가 자식이 못미더운, 그런 것과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들이 청년에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못미더워 한다고요?
네. 그런데 그렇게 낙인을 찍으려면 길을 터주고서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사회의 모든 중요한 층위는 당시 민주화를 이루신 분들이 가지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그분들 시선에서 볼 때 청년은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다는, 이런 게 이데올로기처럼 퍼져 있는 것 같아요.
맡겨 본 적이 없는데 못 맡기겠다고 하는 격이네요.
지금 제 슬로건이 ‘청춘, 아프니까 출마한다’라고 되어 있잖아요? 이걸 보고 ‘아직 더 아파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아픔을 알기에는 아직 어리다’ 같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얼마나 더...
네. 그런 걸 이야기하고 싶어었어요. 어렵게 살아왔는데, 계속 이렇게 어렵게 살 거냐, 아니면 바꿔볼 거냐 하는, 그런 차원의 선택을 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서, 나이 같은 것에 상관없이 출마를 결심하게 됐죠.
“기성정치, 구태 정치를 깨버리고 새로운 정치로 나아가자!” 같은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 기성정치 등에 대해, 후보님이 차별화되는 지점이 어디라고 생각하시는지, 새로운 사람들이 어떻게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이 기성정치를 국회 안으로 한정지어서 생각해 보면, 늘 뉴스를 통해 국회를 본 모습은 국회의원끼리 법을 주고받는 모습이었어요. 국민의 삶을 가지고 협상하는 듯한? 이거 받아줄 테니 너네 당이 제안한 이거 하지 말자, 같은 식으로 국민의 삶을 볼모로 협상을 해오는 정치. 군소정당이 거기에 발을 못 들인 것도 사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국회의원 선거 자체가 소선거구제이다보니, 딱 한 사람만 당선될 수 있잖아요? 기성 정치인들은 이게 표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계산을 너무 많이 해요. 그리고 새누리당 이외의 원내 진입 정당들은 자기들이 누구를 구체적으로 대변하려 하는지 명확히 밝힌 적이 없는 정치를 해 왔다고 생각해요.
준비한 듯이 답변해 주시네요. (웃음)
(웃음) 그래서 전 ‘새로운 정치’ 이런 것보다,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 하지 않나 해요. 내가 누구의 입장에서 누구를 대변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하게 밝히고, 그 입장에 서서 때로는 싸우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을 아무리 해도 안 된다고 하는, 그런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또 국회 안에서뿐만 아니라 거리에 있는 시민들과도 함께 호흡을 맞춰나가는, 그런 정치를 이제는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결혼했는지 어떤지는 왜 물어보시는지?
20대가 무슨 정치냐에 더해서, ‘여자가 무슨 정치냐’ 같은 말도 듣거나 보신 적 있으실 것 같아요. 이런 분위기에서, 한국의 여성 정치인은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고, 후보님은 어떤 여성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실제로 명함을 드리다 보면, 제가 여성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별로 안 쓰시는데, 제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세요.
아 그래요?
진짜 의외죠? 남자 후보에게는 안 물어볼 거예요. 그런데 여성에게는,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게 삶의 경험을 얼마나 해 봤느냐로 판단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악플 보면, ‘네가 애도 낳아서 키워 봐야 세상을 알지’ 같은 식의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그런 게 많이 안타깝고.?그럼 세상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어쨌든 한국의 여성 정치인들이 기존에 어떻게 해왔냐를 생각해보면, 비례에서 앞 번호를 부여받긴 하지만, 이 사람들이 실제로 여성이나 소수자들의 삶을 위해 얼마나 기여를 했나에 대해는 판단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물학적인 성으로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정책을 펼치진 말아야겠다, 그런 방식으로 절 부각하진 말아야겠다고 개인적으로는 다짐하고 있고요.
생물한적인 성이 아닌.
‘여성 정치인’이라는 것이 ‘여형사’, ‘여교수’ 등과 다름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요즘은 특히 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아가씨라는 표현을 들으면서. (웃음)
그러고 보니 여성학 복수전공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하려던 건 아니고, 듣다 보니 몇 개만 더 채우면 복수전공 인정이 되더라고요. 나중에 여성학으로 대학원을 가려고 했어요. 합격 통보도 받았고. 원래 ‘부모님을 속이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계속 활동을 해볼까?’ 했는데, 부모님께서 ‘네가 계속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뭐하러 돈 들여 가며 대학원을 가냐?’ 라고 하시는 거예요. (웃음) 그냥 열심히 1년 정도 활동 해봐라, 하셔서 그럼 공부는 다음에 하자 하고 대학원 진학은 안 했죠.
그럼 부모님은 평화캠프나, 노동당 활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시나요?
잘 알고 계세요. 그래서 집에 한두 번 잡혀가고, 1년 정도는 유배생활 하듯이 부모님과 함께 살고. 대학교 3학년 마치고.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스무 살에 서울로 올라가서는 막 이거저거 활동을 하다 보니, 갑작스럽게 변한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본인들 스스로가, 내 딸과 시간을 보내야겠다, 진득하게 대화도 좀 해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겠다 하신 것 같아요. 요즘은 뭐, 아침에 전화하셔서는 ‘배즙 보내주겠다’라고… (웃음) 선거 도와주는 사람들이랑 같이 먹으라고.
좋은 부모님이시네요. (웃음)
요즘 부모님의 이슈는, ‘언제까지 지혜가 당에 있느냐’죠. 더 큰 당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 하시고. 부모님들 입장에서 볼 때도, 새누리나 민주당에를 가야 당선될 수 있지 않을까, 출마를 하면 언젠가는 당선되어야 하지 않겠냐 하는 생각을 갖고 계신 거죠. 저 평화캠프 들어간다고 했을 때, 아빠는 ‘나중에 유엔 같은 데도 가는 거냐?’ 이러셨거든요!
아무래도 부모님께는 입신양명이 효도니까.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선거에서 어떻게 될까?
노동당의 청년 정책에 대해 궁금한데요. 청년 의제에서 나온 게, 최저임금 1만원, 정규 고용, 기본소득 30만원, 대학 무상교육, 주거대책 정도인데, 이것들은 청년 세대라기보다 청년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의제로 보이기도 하고요. 노동당이 어떤 청년의제를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조금만 들어보고 싶어요.
이제 비례후보들이 나오고 있고, 그 중에서도 청년정책은 용혜인 후보가 잘 설명해줄 거라고 믿어요. 어쨌든, 노동당 이번 정책은 굉장히 명확하다 생각해요. 노동당이 청년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까지도 판단하고 있다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죽어가고 있고, 못살겠다고 이야기하는 원인이 신자유주의라고 보고 있는 거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이 일해서 죽거나 또는 일을 못 해서 죽고 있는 상황에서, 이 상황에서 자라온 청년세대들이 이 체계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다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요. 이를테면 대출 문제.
대출이요?
네. 이전에는 대출의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청년 세대는 대출 문제도 겪고 있다고 봐요. 대출금은 갚아야 하는데 당장 취직은 안 되니 계속 아르바이트 노동을 하게 되고, 이 알바노동 자체가 굉장히 저임금 저질 노동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이렇게 청년이 가난하면 계속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있다고 보고요, 청년의 가장 큰 문제를 소득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좀 더 자세히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핵심은 ‘삶이 가능한 소득이란 어느 정도인가’인 것 같고요, 이 ‘삶이 가능한 소득’으로 노동체제를 변화시켜야 하는데, 노동체제를 변화시키는 방법이 최저임금 1만원, 주당 35시간 노동인 거죠. 주당 35시간 노동인 이유는, 대기업이 투자를 안 할 정도로 저성장인 시대에서는 대기업이 돈 많이 벌어 투자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일이 절대 생기지 않는다는 것 때문이에요.
그러면요?
지금의 일자리를 나누고, 기업이 더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사람들의 삶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인 것 같아요. 또 대학 무상교육에 대해서는, 우리가 70% 가까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잖아요? 이 정도면 모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받을 수 있는 교육으로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대학생들 주거 문제나 교통비, 핸드폰 요금과 관련하여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은 사회가 공동으로 해결하는 방향이 맞다고 보는 방식으로 정책이 만들어져 있어요.
기본소득 이야기를 이어서 들어보고 싶은데요, 노동당과 후보님뿐만 아니라 녹색당에서도 기본소득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그게 녹색당과는 어떻게 다른지, 또 성남시 청년배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기본소득과 관련해선 녹색당과 노동당이 아주 큰 차별점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녹색당에선 40만원, 노동당에선 30만원을 이야기했는데, 녹색당의 월 40만원은 단계적으로 진행을 하는 것이고, 청년, 장애인, 노인, 농민 이렇게 단계적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 노동당의 경우 만 17세 미만은 월 20만원, 만 17세 이상은 전국민 30만원, 장애인이나 노인 등 노동 소득을 벌 수 없는 사람들은 추가 수당을 지급한다 정도가 핵심이죠. 재원 마련하는 것도 비슷해요. 녹색당은 불로소득, 노동당은 재벌증세라는 정도의 차별점? 기본소득을 해야 하는 이유나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성남시 청년배당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성남시의 경우는, 이 청년배당이 기본소득의 일환이라고는 생각이 돼요. 그리고 지자체가 이 정책을 펼치는 만큼, 온누리상품권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게 좋은 방식인 것 같아요. 성남시 청년들에게 돈을 줬더니 이 사람들이 서울에 있는 학원에 가거나 하게 되면, 지자체에서는 이 정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할 필요성 자체가 없겠죠.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이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옳은 방식이었다고 생각은 돼요.
예상보다 호의적이시네요.
다만 한 가지 걱정이 되는 점이라면, 이러한 기본소득을 위해 증세를 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얼마나 지속 가능할까가 최대의 이슈가 아닐까 싶어요. 굳이 여러 배당 중 청년을 대상으로 배당을 시작한 이유는, 가장 가시적인 효과가 있겠고 정책 피드백도 잘 될 거다 하는 생각이 있지 않았을까 해요, 특히 청년이 어렵다는 것도 있겠지만.
이어서 최근 청년담론에 대한 후보자님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어요. “이전에는 없었던 위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는 ‘청년정치’, ‘청년정책’은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제일 시급한 것은 무엇인지 듣고 싶습니다.
저는 청년의 문제가 도드라지는 게 우리 부모 세대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부모님들이 모든 걸 자식에게 투자하고, 시집 장가를 보내고 하면서 자신의 부모로서의 역할이 끝났다고 생각했잖아요? 그런데 지금의 부모 세대는 그런 걸 해 줄 경제적 여력이 안 되는 거죠. 그래서 학자금도 청년이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고, 보증금이 없어서 고시원에 살 수밖에 없고, 결혼을 할 수 있는 돈이 없으니 결혼을 포기할 수밖에 없고. 이 문제는 부모가 가난해졌기 때문에 청년 문제가 더 부각되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네요.
그래서 청년의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은 소득이나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이야기일 수밖에 없고, 가난한 부모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의 정책이라는 게, 청년에게 ‘무언가를 베풀어줄게’라고 하는 게 아니라, 청년이 살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되는 거죠. 경제 위기의 피라미드 속에서 가장 핍박받고 있는 존재가 청년임은 확실하다고 봐요. 경제 시장 속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부로 생각되는 아르바이트 이외에는 들어가질 못하니까. 이걸 해결할 대책 같은 것이 필요한 건 맞지만, 그게 꼭 청년만을 겨냥한 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마지막 질문이에요. 이 인터뷰를 보는 독자들 중 덕양갑의 유권자가 있다면, 후보님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말씀하시겠어요?
저를 찍어야 하는 이유… 어려운 질문이네요. 제가 지난 지방선거도 그렇고, 이번 국회의원 선거 때도 그렇고 가장 많이 외친 말이 될 것 같은데요. “여러분이 살고 싶은 세상에 투표하십시오.” 맨날 정권만 심판하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 건 아니잖아요. 정권 심판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그런데 여러분이 살고 싶은 세상에 투표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원하는 거고, 사람들이 힘을 모아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선택이 정말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인터뷰 중 지나가는 말로 나온 이야기. 신지혜 후보는 이미지 형태로 배포되는 ‘웹자보’를 올릴 때 거기에 수록된 글을 전부 일반 텍스트로 따로 저장해서 동시에 사용한다. 왜 그렇게 하는지 궁금했다. 인터뷰 초입의 가정사를 떠올리며, 혹시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인가 싶었다. 실제로도 그렇다고 했다.
제 홍보물을 다른 분이 올려주시기도 하는데, 부탁을 드리곤 해요. 그림 속 텍스트 따로 빼주세요 하고. 아주 완벽하게 하면, 사진이 눈에 보이는 것처럼 묘사하는 텍스트를 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간의 정당 활동 덕분에 생긴 습관인 거 같아요. 근데 다른 후보들은 그렇게 안 하나 봐요?
슬프게도 아직은 그렇다. 아직까지는 정권 심판이니 무슨 편의시설 유치니 하는 대문짝만한 정치 공학만이 정치 취급을 받고 있으니까. 노동당은 청년 노동, 주거,소득 등 좀더 구체적이고 상대적으로 사소해 보이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고, 아직 그들은 원내정당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또 모른다. 예비후보였던 신지혜 후보가 만약 ‘국회의원 신지혜’가 된다면, 그때부턴 또 어떻게 될지. 29세의 여성 정치인을 맞이하게 될 대한민국 정치계가, 고양시 덕양구가, 그리고 살고 싶은 세상을 더 구체적으로 말하게 될 우리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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