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세 청년이 ‘감히’ 선거에 나왔던 진짜 이유

제 4탄, 서울성북(갑)의 유병훈 (전)예비후보.

27세에 국회의원?

서울 성북갑이라는 의미심장한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의 최연소 예비후보가 나왔었다.성신여대입구(돈암)역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며 그의 선거사무소를 찾았다. 높은 건물들에 몇몇 후보들의 예비후보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그의 모습은 없었다. 다들 자신 있는 모습, 지역을 위한 멋진 공약들, 눈에 확 들어오는 ‘기호 몇 번’ 글씨로 벽을 뒤덮었지만, 내가 찾는 예비후보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동선동 도심공원 조성 예산을 추가 확보했다고 크게 나붙은 더불어민주당 성북지역위원회 현수막을 지나쳐 그와 약속한 장소로 갔다. 역에서 족히 15분은 올라가야 나오는 건물의 4층에 있는 한 카페. 외벽 현수막은커녕 선거 사무실이나 선거 운동원조차 구하지 못해 집앞 카페에서 작업을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서울성북(갑) 예비후보 유병훈(만 26세)을 만났다.

다행히도 카페 사장님께서 ‘건물에 현수막 걸고, 아랫층 학원에 남는 강의실에서 해 보는 건 어떠냐’ 제안해 주셔서 그곳을 거점으로 선거운동을 한다고 했다. 그렇게 현수막도 하나 걸려 있지 않은 그곳에 국회의원 예비후보 청년이 앉아 있었다. 나도 긴장해 있었고, 유병훈 예비후보도 긴장해 있었다.

그래서 좀 웃어 보시라고 했다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허자인 (이하 허)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개인적인 계기를 들어보고 싶어요.

유병훈 (이하 유)

저는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도서관 갔다가, 수업 듣고. 학생회 활동도 안했구요. 그렇다고 청년위원회 출신도 아니고. 그냥 동아리 회장 한 번 했어요.

동아리 회장이면 알짜 권력인데? (웃음)

하하. 졸업하고는 창업을 하고 싶어서 시계나 자전거 수리 그런거 배웠구요. 본격적으고 하려고 하니 돈이 필요한데, 대출 같은 벽에 부딪혀서 고민하다가 결국은 못하고 취업준비를 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무엇이 평범한 후보님을 정치로 이끌었을까요?

그러다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친구가 나꼼수 재밌다고 들어보라고 한 뒤 부터. ‘현실 정치’라는 것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구나 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읽었던 책 같은 것도 읽으면서 영향을 받았고요.

철학 책이요?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것들. 이걸 읽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이번 출마 계기에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은 장하성 교수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 였구요.

유병훈 후보를 정치로 이끈 책들.

‘흙수저당’ 같은 또 다른 정당이 생기고 있는데, 그쪽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전 그런 정치적인 창당 등에 대해선… 매우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나라가 다당제를 도입하고 있는데, 양당제처럼 운영되고 있잖아요? 그런 게 정치판을 안 좋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하거든요. 하나의 당이 과반수를 차지하지 않고, 서로 협상을 할 게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협상을 할 이유가 없잖아요, 사실상.

그래서 전 그런 시도에 대해서는 매우 좋다고 생각하고, 제가 하지 못한 그분들의 용기 있는 선택에 대해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당 하나를 만들기 위한 ‘유력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나이인데요. 30, 40대도 정치에 나서기엔 아직 너무 젊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인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막 피선거권을 얻은 20대 청년으로서 정치에 뛰어든다는 건 더욱 어려웠을 것 같아요.

사실 ‘어린 게 뭘 아냐’ 식의 반응은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오히려 격려해 주시고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 하고 덕담해 주시는 분이 많거든요. 가장 힘든 건 금전적인 부분이죠. 제가 기자님 커피 한 잔도 못 사드리는 상황인데.

아닙니다. (웃음)

시무룩한 유병훈 후보

시무룩한 표정의 유병훈 (전) 예비후보....

그렇게 금전적인 부분이 제일 크고. 그리고 25세가 넘었다고 해서, 누가 스스로 돈을 벌어서 정치자금을 댈 수 있는가 싶어요. 저는 집에서 홍보물을 만들고 있고, 현수막 명함 등도 스스로 다 해야 하고 서류작업도 혼자 하고 있어요. 결국 다 돈 때문이거든요. 그만큼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니, 인지도도 빠르게 올릴 수 없는 상황이고요.

그럼에도 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요. 다만 걱정되는건, 제가 실패를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쟤도 실패했으니 나도 안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지 않기를 바라고 있어요.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청년후보를 위해 지원해준다거나 하는 건 있을까요?

없어요. 강연회에서 김종인 위원장께 질문을 했는데, 그분도 입당하신 지 얼마 안 되어 당내의 이런 문제에 대해 잘 인식을 못 하시고, ‘우리 당은 왜 그러냐’라고 반문하시더라고요. 현수막 거는것도 계산해보니 70~80만원 정도 들더라고요. 그건 지인 분들이나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에… 이렇게 제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긴 해요. 근데 생각한 것만큼 제가 더 한다고 다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구요. 친척이나 가족에게 손을 많이 벌리고 있는 상황이에요.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2,5톤 차량은 대당 2300만 원정도에 대여된다

선거운동에 사용되는 2,5톤 차량은 대당 2300만 원정도에 대여된다

‘정치인의 비전’을 말하고 싶어 나왔다

얼마 전 블로그에서 정재계 인사들에게 보낸 편지를 봤어요. 이에 대한 비판으로 ‘후원자들의 요구에 발이 묶일 수 있다’와 같은 의견이 제시된 바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재용 부회장 개인에게 개인의 명의로 500만원 한도의 후원을 요청한 건데, 그 후원은 제가 받았다고 해서 몰래 받아쓰는 게 아니라, 선관위에 보고를 해야 하는 자금이고, 모두가 제가 그 돈을 받았음을 알 수 있죠 저는 이렇게 정치가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좀더 자세한 말씀을 들을 수 있을까요?

대놓고 말하고, 대놓고 받아서,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밝히고, 제 정책적 노선이 후원에  따라 혹시 바뀌었는지 안 바뀌었는지 확인할 수 있게요. 그리고 그분들도 제 정책적 노선이나 방향성을 보고 저를 지원을 하거나 말거나를 선택하실 거잖아요?

그렇죠. 한 정치인에 대한 후원이니.

화려한 수신자들

그런 것들을 해보지 않고서 단정짓고 싶지 않았어요. 충분히 확인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했구요. 거절하면 그 사람은 그 노선이 아닌 거고. 이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봐요.

‘기특한 청년’이나 ‘얼굴마담’ 같은 식으로 청년이 소비되는 요즘입니다. 그렇게 끝나는 게 아닌, 계속해서 ‘평범한 사람의 정치’를 지속적으로 가져가기 위한 전략 같은 게 있으신지 들어보고 싶어요.

제가 얼굴마담으로 쓰일 거였다면 당에서 조그마한 지원이라도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웃음)

하지만 전혀 지원이 없었고…

저도 스스로 나온 거고. (웃음) 만약 공천이 안 된다고 해도,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건 많잖아요? 언론도 정치활동의 일부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당내 변화를 더 일으키기 위해 당 활동을 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쪽에 서서 투명성에 대한 감시, 감찰 쪽을 하고 싶어요.

기성정치라든가 구태정치 타파는 ‘청년’만큼이나 많이 소비되는 말들인데, 후보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것들은 무엇이 있을지요.

지금의 국회의원들이 많은 사람들이 삶을 이해할 수 있으신지 궁금해요.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는 사람의 삶. 핸드폰 요금을 연체하는 삶. 교통비가 6만원이 넘게 나와서 힘든 삶을 알까요? 좀더 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 국회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

네. 또 연령별로, 또 직군별로. 그렇게 국민의 분포에 맞게 국회의 분포가 이루어져야 사람들의 제대로 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사람들만 정치를 할 수 있는 구조가 고착화된 것 같아서, 그런 것을 깨고자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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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평범한 정치를 해야 한다’라는 후보님의 출마 메시지와도 이어지네요.그럼 정책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 또는 가장 필요한 것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고르시겠어요?

중소기업 육성과 안정화가 가장 시급한 이슈라고 생각하는데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IMF 이전엔 크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많이 벌어져서 지금은 거의 반토막 수준이잖아요. 만약 80%까지 임금격차가 줄어든다면, 저는 실업난이 해소될 거라고 봐요.

그리도 대기업도 100명 중 4명만 대기업에 갈 수 있는데, 그럼 96명이 다음 해에 다음 졸업자 100명과 함께 196명이 대기업 도전에 몰리고. 이런 불균형을 없앨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이 중소기업 활성화라고 생각해요. 중소기업 육성은 궁극적으로 청년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사회적 안전망이라면?

만약 창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을 때, 책임을 한 개인이  떠안게 되면 그건 사회적 손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도전할 용기가 있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라고 봐요. 그렇게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고요. 그렇데 된다면 물려받은 재산에 관계 없이,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평한 기회 말씀이시군요.

네 그렇죠.

이야기하는 유병훈 후보

 

결코 가벼운 생각으로 나온 건 아니었다

(경력란을 살펴보며) 많은 곳을 거치신 것 같아요.

한국아이시스는 산업체 기능요원으로 가서 일했던 곳이고. 레브넛이라고 써 있는 건 친구 회사에요. 막 시작하는 회사인데 도와주면서 한 달에 30만 원 받아요. 그게 선거자금이 되고 있구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 상대적으로 갑작스럽게 정치를 시작하신 것 같아요.

말을 하면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빠른 편이에요. 그 전에도 제가 정치인이 되고자 했던 생각도 있었구요. 마침 알아보니 예비후보 등록도 받고 있고. 그래서 한 거죠. 물론 이런 얘기 나올 수 있어요. 개나 소나 정치하냐?  네. 저는 정말 개나 소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사람이 이후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대외활동 하듯 한 번쯤 시도할 수 있는?

네. 25세를 넘었다면 뭐.

대한민국 피선거권 연령

일단 법률상으로는 그러니까!

이러한 패기와 달리 실제 유권자들은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를 사람이다’ 는 반응이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대처하고 있으세요?

저 같아도 저 같은 사람이 나왔으면 뭘 보고 믿어야 하나 할 것 같아요. 그만큼, 믿어달라고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지금까지 뭐, 적어도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잖아요. 경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때묻지 않은 사람이라는 말과도 같구요.

후보님의 순수함을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성북 갑에 사는 유권자가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후보님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번에도 다른 후보들 나온 거 보면, 마치 성북구 구청장 후보에 나온 것 같은 성북구 발전 공약을 막 많이 거셨는데, 이 모든 게 지역구 소선거구제의 폐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역주민들은 자기 지역에 긍정적인 후보를 뽑고 싶지 않을까요?

그런 게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긍정적이라는 게 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구로 돈을 얼마나 빼오는가가 중요한 거거든요. 국회의원 삼백 명이 모두 자기의 선거구로 가져가겠다고 싸우면 국회의 효율성만 떨어뜨리는 공약들이라고 생각하고요. 오히려 진정으로 해야 되는 일들에 돈이 가지 못하게 하는 나쁜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에 저도 성북구 발전을 위한 공약도 내놓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제가 생각하는 국회의원은 그런 자리니까요. 이것만은 말씀드리고 싶어요. 국회의원의 가장 큰 임무는, 좋은 법을 만들어서 힘들게 사는 분들의 힘이 되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능력있는 사람들이 공정한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들어줘서, 성북구민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 그것을 믿어주고 찍어주시길 바랍니다.

후보님의 완주를 응원합니다.

유병훈 후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했던 유병훈 전 후보자의 표정은 좀 더 후련해보였다.

 

그리고 그는 경선에서 탈락하였다.

유병훈 후보는 ‘(전)예비후보’가 되었고, 시간이 조금 지났다. 총선 사전투표가 닥쳐오는 이 시점에 후보자 등록이 완료된 사람들 명단을 보는데, 성북구갑 후보자들의 평균 나이는 딱 50세였다. 그리고 이번 총선은 도대체 그게 국회의원 선출에 무슨 상관인가 싶은, ‘미모의 후보자 딸들’ 가십과 같은 것들로 그저 소란스럽고 시끄럽다.

그러다 보니 이쯤 되면 그저 한 번쯤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뽑을 이유가 있다면, 새파랗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연륜이 아니라 그냥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그 패기 하나를 보아서, 그런 이들에게 선뜻 걸어봐도 좋은 날이 오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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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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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못하는 것 빼고 다 잘하는 그냥 대학생.

댓글

  1. 민중 fiuck 댓글:

    […] : 그렇죠, 뭔가 유력자가 해야할 것만 […]